늘어난 고무줄보다는 끊어진 고무줄이 낫습니다. 끝까지 당겼다가 따끔해진 삶이면 다행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일지는 유월에 끝납니다. 그 이후에도 제 삶이 계속된다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거워지던 한때를 한없이 과거의 일로 두고만 싶습니다.
제대로 따끔해지기 전까지 저는 모든 다이어트에 실패했습니다. 키 164cm 여성에게 준하는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이런 질문은 의미 없습니다. 각자 삶의 하중이 다르니까요. 어떤 키든 어떤 몸무게이든 자신의 마음을 이끌거나 마음에 따를 수 있는 체력만 기르면 됩니다.
스물 이후, 제가 가장 가벼웠던 시절에도 가장 무거웠던 시절의 삶의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걱정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죠.
이윽고 어떤 진실 하나를 온몸으로 부쩍 깨닫게 되었어요. 제 몸무게가 제 겁의 총량이라는 것을요. 확실히 행복하게 찐 살은 아니었습니다. 제 몸이 언제나 가벼운 몸보다 가벼운 마음을 갈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는데도 모른 척 살았습니다. 더 이상 어떤 모르쇠로 철이 들 수 없단 진리를 깨닫고 나서야, 제대로 따끔해진 삶에 다이어트라는 것이 다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스스로 당당해졌다는 말이었는데,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 신기했습니다.
가벼운 몸에 아름다운 옷을 몸에 걸치듯, 가벼운 마음에 아름다운 기분을 걸치고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이 생각이 사치라면 저는 지금 호화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 인생에 접어들었을지도요.
유월 끝에 제 겁의 총량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려드릴게요. 그 전까지는 마음고생 다이어트는 이제 그만할 겁니다. 많이 움직이면서 어떤 이야기들이 더 가능할지 한 주에 한 번씩 마음 풀러 오겠습니다.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깨순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만물박사 김민지
깨순님, 안녕하세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반가운 메시지네요. 확 더워지기 전에 속에 더운 것들을 풀어헤치는 시간 함께 보내요. 이 시간을 응원하며 그 마음을 글에도 담아보겠습니다.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