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쫄쫄보의 유서

제15화 입동 준비

2024.11.07 | 조회 616 |
0
|

오늘은 입동입니다. 벌써 겨울이라니. 이 겨울 어떻게 맞이하셨나요. 아직 가을이라 여기셔도 됩니다. 조금 추운 가을도 있고 슬슬 추워지는 겨울도 있는 거니까.

저는 첫눈이 오면 겨울이 됐다고 여기는 편인데요. 올해 첫눈은 어떤 상황에서 맞을지 궁금하네요. 사실 첫눈도 직접 내리는 모습을 마주하기 전까지 내린 것이 아니라고 믿는 편이에요. 말하다 문득 상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사는 기분인데 남들 사는 것처럼 사는 흉내는 좀처럼 멈출 수가 없네요.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야근이라 어쩌면 첫눈도 사무실을 나오다 맞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오늘은 제 등 뒤에서 몬스테라 여린 잎이 다 펼쳐진 날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둥글게 말려 있었는데. 신기합니다. 그 한구석의 변화가 위로로 다가오는 걸 보니 이 겨울 구석구석 생생한 걸 놓는 습관을 들여도 좋겠어요.

겨울은 두 해에 걸쳐 뻗어 있는 계절이지요. 그래서 춥게 끝났다가 춥게 시작하는 기분이지만, 또 곰곰 생각해보면 따뜻함을 찾다 끝났다가도 따뜻함을 찾으며 시작하는 계절이에요. 그래서 이 겨울 어떻게 끝내고 시작하실 건가요. 무엇을. 대체 무엇을. 오늘은 잠깐 그 생각을 하셔도 좋겠어요.

건조해서 불이 더 잘 나고 잘 번지는 계절. 조심해야 하는 계절. 이런 계절의 속성이 마음에도 점점 깃드는 것 같아요. 이제 정말 왔구나 싶어요. 추운 마음에 젖은 장작 몇 개가 있습니다. 이 말을 시에 쓰려다가 여기에 먼저 놓습니다.

따뜻함을 찾다 끝났다가도 따뜻함을 찾으며 시작하는 마음에 해가 드는 날이 있을 거라고. 2024117일 유서에 적어봅니다.


등 뒤에서 여린 잎이 펴지는 동안
등 뒤에서 여린 잎이 펴지는 동안
잿더미핑이 되어 첫눈보다 먼저 흩날릴 뻔한 근황
잿더미핑이 되어 첫눈보다 먼저 흩날릴 뻔한 근황

추신, 이 계절이 주신 듯한 목소리. 최근 과로사 위기를 잊게 한 노래. 존이냐 박이냐가 부른 ‘꿈처럼’ 레터 끝에 두고 갑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만물박사 김민지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쫄쫄보의 유서

제13화 꿈의 활착. 한동안 가기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어요. 거리에 떨어진 은행을 피해 걷느라 의도치 않게 리듬을 타는 요즘. 구워 먹을 땐 참 좋은데 낙엽이 덮은 거

2024.10.24·에세이·조회 901·댓글 1

만자남 감량일지

프롤로그: 마음고생 다이어트는 이제 그만. 늘어난 고무줄보다는 끊어진 고무줄이 낫습니다. 끝까지 당겼다가 따끔해진 삶이면 다행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일지는 유월에 끝납니다. 그 이후에도 제 삶이 계속된다면 몸과 마음이

2024.04.08·에세이·조회 947·댓글 2

쫄쫄보의 유서

제12화 잦은 암호화 속 인식. 매일 반복해서 누르는 번호들. 자판들. 어떤 날은 의식하고 누르다가 틀리기도 합니다. 제게는 몇 개의 암호가 있습니다.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만드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기까지

2024.10.17·에세이·조회 870·댓글 1

쫄쫄보의 유서

제17화 집요한 구석. 당연한 걸까요. 나이 들면 아플 일만 남았다는 어른들의 말씀. 그걸 또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상황이, 정말로 아픈 상황이 언젠가 제게도 오겠죠. 오늘 낮 엄마에게 문자를 받았습니다.

2024.11.21·에세이·조회 641·댓글 2

쫄쫄보의 유서

제19화 2024년 12월 3일 밤. 현재를 벌써부터 미래의 전쟁터로 만든다면, 어떻게 파헤쳐진 땅 위에 미래의 집을 짓겠습니까?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엮고 옮김, 『카프카의 아포리즘』, 문학과지성사, 2021

2024.12.05·에세이·조회 438·댓글 2

쫄쫄보의 유서

제20화 초를 밝히며. 어느덧 최종 유서입니다. 올해 기준으로 그렇습니다. 남은 20일을 보내고 나면 여기 쓴 내용과 마음이 얼마나 맞거나 어긋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네요. 새해를 새해처럼 맞을 수 있기

2024.12.12·에세이·조회 646·댓글 6
© 2026 만물박사 김민지

생활 전공자를 위한 내적 대화 콘텐츠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