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쫄쫄보의 유서

제15화 입동 준비

2024.11.07 | 조회 3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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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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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입동입니다. 벌써 겨울이라니. 이 겨울 어떻게 맞이하셨나요. 아직 가을이라 여기셔도 됩니다. 조금 추운 가을도 있고 슬슬 추워지는 겨울도 있는 거니까.

저는 첫눈이 오면 겨울이 됐다고 여기는 편인데요. 올해 첫눈은 어떤 상황에서 맞을지 궁금하네요. 사실 첫눈도 직접 내리는 모습을 마주하기 전까지 내린 것이 아니라고 믿는 편이에요. 말하다 문득 상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사는 기분인데 남들 사는 것처럼 사는 흉내는 좀처럼 멈출 수가 없네요.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야근이라 어쩌면 첫눈도 사무실을 나오다 맞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오늘은 제 등 뒤에서 몬스테라 여린 잎이 다 펼쳐진 날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둥글게 말려 있었는데. 신기합니다. 그 한구석의 변화가 위로로 다가오는 걸 보니 이 겨울 구석구석 생생한 걸 놓는 습관을 들여도 좋겠어요.

겨울은 두 해에 걸쳐 뻗어 있는 계절이지요. 그래서 춥게 끝났다가 춥게 시작하는 기분이지만, 또 곰곰 생각해보면 따뜻함을 찾다 끝났다가도 따뜻함을 찾으며 시작하는 계절이에요. 그래서 이 겨울 어떻게 끝내고 시작하실 건가요. 무엇을. 대체 무엇을. 오늘은 잠깐 그 생각을 하셔도 좋겠어요.

건조해서 불이 더 잘 나고 잘 번지는 계절. 조심해야 하는 계절. 이런 계절의 속성이 마음에도 점점 깃드는 것 같아요. 이제 정말 왔구나 싶어요. 추운 마음에 젖은 장작 몇 개가 있습니다. 이 말을 시에 쓰려다가 여기에 먼저 놓습니다.

따뜻함을 찾다 끝났다가도 따뜻함을 찾으며 시작하는 마음에 해가 드는 날이 있을 거라고. 2024117일 유서에 적어봅니다.


등 뒤에서 여린 잎이 펴지는 동안
등 뒤에서 여린 잎이 펴지는 동안
잿더미핑이 되어 첫눈보다 먼저 흩날릴 뻔한 근황
잿더미핑이 되어 첫눈보다 먼저 흩날릴 뻔한 근황

추신, 이 계절이 주신 듯한 목소리. 최근 과로사 위기를 잊게 한 노래. 존이냐 박이냐가 부른 ‘꿈처럼’ 레터 끝에 두고 갑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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