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가기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어요. 거리에 떨어진 은행을 피해 걷느라 의도치 않게 리듬을 타는 요즘. 구워 먹을 땐 참 좋은데 낙엽이 덮은 거리를 시간처럼 걸을 땐 피하기 바쁩니다. 사는 일과 비슷해요.
모든 걸 반기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해보다가 이내 깨달았습니다. 뭘 좀 진득하게 하고 싶어서 이러나 하는 진심. 긁고 긁다 보면 피가 나올 것 같은 무감함도 함께 깨닫습니다.
내년부터는 오래 숨죽이며 할 것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소소해도 좋고 대대해도 좋달까. 그리고 씩 하고 웃음 지으며 그 일들을 마주할 의미 있는 마지막이 있었으면 해요. 그럴 수 있으려면 시작이 있어야겠죠.
시작은 거창하지 않을수록 좋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말은 항상 거창해지기 마련이니까. 그 이야기에 대해 말을 아끼는 버릇부터 들여야 합니다.
말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대상이 이제 막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에 들었다는 자각이에요. 그리고 그 대상의 전제는 어디까지나 사랑입니다.
방에서 자고 있는 누군가를 깨우지 않고 조용조용 말없이 집안일을 하고 언젠가 그 누군가가 깨면 함께 먹을 밥을 짓는 사람처럼. 그 대상을 생각하면 좋지 않을지. 꿈은 적어도 그런 전제가 있어야 펼쳐질 수 있다고. 2024년 10월 23일 유서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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