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좀처럼 나뉘지 않는다는 가정을 해봐요. 그런 생각하면 문득 답답해집니다. 예를 들면 시간 같은 것. 무형으로 두면 얼마든지 흘러가고 또 멈춰 있구나 싶은 것. 그런 관념이 무턱대고 통으로 주어진다면 막막하지 않을까요?
다행히 사람은 시간 하나도 살뜰히 분절해 기념할 수 있습니다. 1초, 1분, 1시간, 1일, 1달, 1년…
임의대로, 제 감각대로, 시절이라는 단위로 시간을 되새깁니다. 사람의 몸도 무수히 나뉘어져 있습니다. 뼈 하나만 봐도 그렇죠. 수많은 마디를 자유롭게 구부렸다 펴다 보면 온몸이 경첩이구나 싶어요.
매끄러운 부분도 있고, 삐그덕거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 자체로 뒤죽박죽이지만, 온몸이 열성적으로 문을 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문은 어떤 문일까요.
그 문은 구름 사이로 내리는 빛 같은 걸 보여줍니다. 또, 그 문은 어디에 긁혀 미세한 구멍이 송송 난 우산 같기도 합니다. 버리기엔 애매하고 온전하다고 하기에는 머쓱한. 너무 빨리 내리거나 너무 굵게 내리는 비가 그 구멍을 뚫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을 봅니다. 분주한 비가 분주한 비를 몰아내는 형상. 이런 발견도 비가 오는 날 운동을 다녀왔기에 가능한 거구나 깨닫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노동과 운동은 다르다는 걸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몸도 몸을 위해서 움직일 때 강해지더군요. 자신도 마찬가지겠죠. 자신도 자신을 위해서 움직일 때 강해지는 것이라고 믿어요.
헬스장에서 처음 스쾃을 할 때, 골반 하나만 잘 접어도 모든 동작이 물흐르듯 이어진다는 걸 배웠습니다. 참 무거운 삶의 문짝을 지녔다 느껴질 때도 그냥 생각 없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 오래 눌려 있는 엉덩이도 그다음 날 조금 더 버텨줄 힘이 생깁니다. 그 덕분에 자정 넘겨 야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렇게 몇 줄 써서 보낼 수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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