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자남 감량일지

제2화 여닫이 몸

2024.04.30 | 조회 550 |
0
|
만물박사 김민지의 프로필 이미지

만물박사 김민지

생활 전공자를 위한 내적 대화 콘텐츠

무언가 좀처럼 나뉘지 않는다는 가정을 해봐요. 그런 생각하면 문득 답답해집니다. 예를 들면 시간 같은 것. 무형으로 두면 얼마든지 흘러가고 또 멈춰 있구나 싶은 것. 그런 관념이 무턱대고 통으로 주어진다면 막막하지 않을까요?

다행히 사람은 시간 하나도 살뜰히 분절해 기념할 수 있습니다. 1초, 1분, 1시간, 1일, 1달, 1년…

임의대로, 제 감각대로, 시절이라는 단위로 시간을 되새깁니다. 사람의 몸도 무수히 나뉘어져 있습니다. 뼈 하나만 봐도 그렇죠. 수많은 마디를 자유롭게 구부렸다 펴다 보면 온몸이 경첩이구나 싶어요.

매끄러운 부분도 있고, 삐그덕거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 자체로 뒤죽박죽이지만, 온몸이 열성적으로 문을 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문은 어떤 문일까요. 

그 문은 구름 사이로 내리는 빛 같은 걸 보여줍니다. 또, 그 문은 어디에 긁혀 미세한 구멍이 송송 난 우산 같기도 합니다. 버리기엔 애매하고 온전하다고 하기에는 머쓱한. 너무 빨리 내리거나 너무 굵게 내리는 비가 그 구멍을 뚫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을 봅니다. 분주한 비가 분주한 비를 몰아내는 형상. 이런 발견도 비가 오는 날 운동을 다녀왔기에 가능한 거구나 깨닫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노동과 운동은 다르다는 걸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몸도 몸을 위해서 움직일 때 강해지더군요. 자신도 마찬가지겠죠. 자신도 자신을 위해서 움직일 때 강해지는 것이라고 믿어요. 

헬스장에서 처음 스쾃을 할 때, 골반 하나만 잘 접어도 모든 동작이 물흐르듯 이어진다는 걸 배웠습니다. 참 무거운 삶의 문짝을 지녔다 느껴질 때도 그냥 생각 없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 오래 눌려 있는 엉덩이도 그다음 날 조금 더 버텨줄 힘이 생깁니다. 그 덕분에 자정 넘겨 야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렇게 몇 줄 써서 보낼 수 있는 거겠죠.

추신, 구독자 님은 자신을 위해서 어떤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으신가요. 막상 멈춰 있는 시간 같아도 어떤 생각을 오래 붙들고 있는 힘이 내재화되고 있는 시간이기를. 곧 기다렸던 어떤 문이 열리길 바라며 레터 띄웁니다. 오늘은 레터 끝에 뭔가 바뀔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가사가 편안하게 다가오는 마마스 건의 노래 한 곡 두고 갈게요.
요즘 노을이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요즘 노을이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만물박사 김민지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만물박사 김민지

생활 전공자를 위한 내적 대화 콘텐츠

메일리 로고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