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켜서 하는 일보다 내켜서 하는 일이 좋습니다. 뭔가 내켜서 하는 일이 현재 삶에 얼마나 있나 헤아려봤습니다.
그중 하나가 된 운동, 어제는 가슴 운동을 했습니다. 눈물은 근손실이라는 헬스인들의 격언에 따라 충실히 근손실한 주말을 지나 도착한 헬스장. 마음고생 다이어트는 안 하고 싶단 각오를 다지며 지난 주 내리 눈물을 머금고 열심히 했으니 이번 주도 다음 주도 하지 못할 이유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월요일이라 역시 출석률이 좋았습니다. 한 아주머니와 나란히 옆에 앉아 사이클을 탔습니다. 드문드문 연배 있는 회원님들의 운동하는 표정을 천국의 계단을 타며 지켜보곤 했습니다. 세월에 굳은 몸을 푸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뭔가 겸허해져서 좋더라고요. 그렇게 한동안 그 곁에 앉아 겸허하게 페달을 밟던 중 트레이너분이 도착했습니다.
2월부터 지금까지 14kg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더 남아 있지만, 조금씩 움직여 변화하는 몸이 신기합니다. 인생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라도 믿고 싶은 때. 이때, 그러니까 이 타이밍을 잘 잡는 노력이 결국 성장의 길을 열어준다는 걸 너무 잘 압니다. 살아온 경험이 그랬으니까요. 마음이 아주 힘든 때 힘을 내는 방식을 온힘으로 터득하는 것. 제 성격 중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런 겁니다. 삶에서 힘을 내는 방식 중 하나가 유머였다면, 운동도 이제 하나의 유머가 된 셈이죠.
그런 맥락에서 헬스에 마음 붙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쇠로 가득한 공간에서 탄력과 근육을 탕탕 뽐내는 게 아니라 몸을 모으고 벌리거나, 구부리거나 펴는 모든 동작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경험. 크게 다치지 않고 즐겁게 오래 운동하기 위한 이 과정이 현재 제 삶에 필요한 동력이라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흉추 세우고, 체스트업!
뻐근한 감정을 풀어내면서 쓰는 짤막한 일기처럼. 운동하는 날에 잘 들이마시고 뱉은 숨 하나가 선명한 집중의 힘을 키워줍니다. 혼자서 하나도 못했던 윗몸 일으키기를 이제는 15개 해낼 수 있어요. 늦었지만 넌지시 곁에서 본받고 싶던 어떤 사람의 습관을 따라갑니다. 에스컬레이터 없이 스스로 계단에 올라 도착하는 마음을. 전보다 활짝 가슴을 여는 기분을.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나는 미련처럼 애틋한 장르를 땔감으로 써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기선겸 씨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빛나던 순간들에 대한 미련, 그 미련을 값지게 쓰는 것."
"오미주 씨의 땔감은 뭐였는데요?"
"나는 두려움이나 강박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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