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자남 감량일지

제5화 정체기

2024.05.29 | 조회 653 |
0
|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게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정체기가 왔습니다. 바람직한 감량은 계단식으로 찾아온다는데. 지금 올라선 계단의 면적은 좀 넓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파르게 빼고 싶습니다. 이 조급한 마음이 몸을 지치게 만들었는지, 어제는 운동 중에 트레이너분께서 포도당 캔디 한 알을 주면서 이야기하더라고요.

"민지님, 꼭 벼랑 끝에 선 사람 같아요."

이렇게 기운 없는 날엔 기운이 안 나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탄수화물 섭취 부족이 그것인데요. 흔히 말하는 탄단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중에 단백질 지상주의 식단에 강박을 느끼다보니 중요한 섭리를 놓치기도 합니다. 적당량의 비정제 탄수화물은 에너지를 내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오늘 아침에는 따끈한 현미밥에 조미김을 소중하게 싸 먹었습니다. 조금 거친 쌀알도 소화할 만큼 성장했고, 밥투정을 하던 어린 시절에 엄마가 옆에서 하나씩 싸서 주던 그 맛을 기억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좋은 인생이지 싶어 어깨춤이 나오더군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탄수화물 매직이 최고긴 하더라고요.

내가 대체 뭘 먹고 그렇게 몸이 무거워졌던 걸까. 생각해보면 탄수화물 덩어리. 그렇게 좋아하던 분식 때문인 것도 같지만. 단지 분식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건강한 감량과 증량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표현하고, 잘 기다리고, 잘 움직이는 순환에 달려 있어서. 아마도 감량을 시작하기 전 제 삶은 뭔가를 수렴하고 발산하기에 너무 굳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래 이 정체기가 온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요. 돌파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한 아이의 양육자가 된 듯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보는 것.

나날이 되도록 건강한 걸 챙겨 먹고, 스스로 좀 더 신이 나서 움직이도록 작고 비루한 몸짓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

답답한 시기를 돌파하고자 애쓰면서 깨닫게 된 다이어트의 해답. 적당히 먹고 활발히 움직이기. 아쉬움을 동력 삼아 아쉽지 않게 살아가는 게 생각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이 되네요.

구독자 님을 무겁게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요즘 잘 먹고 잘 주무시고 계신가요. 잘 기다리고 또 잘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삶에 있다면 좋겠습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숨 쉬는 일이 조금은 덜 버거웠으면 하니까요.

추신, 늦은 밤 운동 가기 전에 보내는 레터입니다. 오월도 끝자락이네요. 유월에는 빈칸(서울 강남구 언주로 165길 13)에 작게 글 한 편 걸어 두고 올 생각이에요.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다섯 번째 글, 낮과 밤‘이라는 전시에 참가하게 됐어요. 4일부터 4주 동안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 빼고 연다고 해요. 「사랑과 이별을 동일시하는 마음」이라는 글을 준비했어요. 시도 아니고 산문도 아니고 오랜만에 이게 뭔가 싶은 글을 쓰니 재밌더라고요. 모쪼록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노래 하나 끝에 둘게요. 적당한 템포로 듣기 좋은 백예린의 노래입니다.

날아오고 날아가는 꿈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만물박사 김민지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쫄쫄보의 유서

제14화 어떤 성취. 드디어 단풍이 보여요. 지각을 하고도 가쁜 기색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초연하게 선명해요. 부러운 모습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법 없이 이렇게 다가오는 풍경에만 부러움을

2024.10.30·에세이·조회 741

쫄쫄보의 유서

제15화 입동 준비. 오늘은 입동입니다. 벌써 겨울이라니. 이 겨울 어떻게 맞이하셨나요. 아직 가을이라 여기셔도 됩니다. 조금 추운 가을도 있고 슬슬 추워지는 겨울도 있는 거니까. 저는 첫눈이 오면 겨

2024.11.07·에세이·조회 616

쫄쫄보의 유서

제13화 꿈의 활착. 한동안 가기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어요. 거리에 떨어진 은행을 피해 걷느라 의도치 않게 리듬을 타는 요즘. 구워 먹을 땐 참 좋은데 낙엽이 덮은 거

2024.10.24·에세이·조회 903·댓글 1

만자남 감량일지

프롤로그: 마음고생 다이어트는 이제 그만. 늘어난 고무줄보다는 끊어진 고무줄이 낫습니다. 끝까지 당겼다가 따끔해진 삶이면 다행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일지는 유월에 끝납니다. 그 이후에도 제 삶이 계속된다면 몸과 마음이

2024.04.08·에세이·조회 949·댓글 2

쫄쫄보의 유서

제17화 집요한 구석. 당연한 걸까요. 나이 들면 아플 일만 남았다는 어른들의 말씀. 그걸 또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상황이, 정말로 아픈 상황이 언젠가 제게도 오겠죠. 오늘 낮 엄마에게 문자를 받았습니다.

2024.11.21·에세이·조회 641·댓글 2

쫄쫄보의 유서

제12화 잦은 암호화 속 인식. 매일 반복해서 누르는 번호들. 자판들. 어떤 날은 의식하고 누르다가 틀리기도 합니다. 제게는 몇 개의 암호가 있습니다.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만드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기까지

2024.10.17·에세이·조회 872·댓글 1
© 2026 만물박사 김민지

생활 전공자를 위한 내적 대화 콘텐츠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