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가고 가을도 잠깐인데 초록이 가시질 않는다. 요 며칠 "가시다"라는 동사에 대해 생각했다. 어떤 상태가 없어지거나 달라지는 데에 어떤 작용이 필요할까. 대강 답이 나오지 않는 생각에 한자어를 끌고 들어오면 기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만 착각이 든다.
『카키』는 지난 여름 작업물을 재입고 하러 간 독립출판물 서점에서 구입한 책이다. 무더운 날 래핑이 된 책 한 권 들고 나와 투명한 껍질에 반사된 햇빛을 보면서 아무 생각을 않다가 아무 생각을 않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서점에 걸어올 때보다 한결 가벼워진 백팩을 메고 있었다. 너무 쨍해서 오히려 초점을 잃게 되는 대기 속에서 매미 울음 소리를 듣고 있으니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기분에 휩싸였다. 같은 마음을 이렇다 할 변화 없이 오래 반복하는 것을 아직도 못 견뎌 한다. 남아 있는 젊음의 감정이라고 여기기엔 지필 불 없이 건조해지기만 하는 마음 같다.
책 표지와 비슷한 색깔의 작은 마을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는 바퀴가 놓인 자리에 앉아 언덕길을 내려왔다. 천천히 거처가 있는 맞은편 동네로 향하는 동안 익은 녹색을 떠올렸다.
부모님의 재혼 문제로 여름 방학 동안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진 주인공은 마당에 방치된 개 한마리와 만나게 된다. 감나무에 묶여 있는 개를 보고 카키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감나무색을 딴 이름. 무료한 처지에 놓인 이들은 어떤 여름을 나게 될까. 궁금해서 읽어 본다면 자신이 경험한 곳, 그곳 바닥의 단단함과 폭신함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슬픈 가사에 그렇지 못한 멜로디. 잊고 있던 청량한 인디음악을 여러 곡 골라 들으며 이전처럼 정처 없이 헤매듯 산책하는 계절 사이의 기분을 되살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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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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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i
부감의 시선으로 그려진 겉표지 그림이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만물박사 김민지 (424)
펼쳐서 보면 두 눈이 시원해졌다가 시큰해져요. 따뜻한 가을날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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