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을 쓰다가 검색을 시작해요. 오늘은 진배없다. 그 말이 떠올라서 야근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 내내 되뇌었습니다. 사전에 적힌 뜻은 이래요.
그보다 못하거나 다를 것이 없다.
죽음은 삶과 진배없다. 이 말에 동의하시나요. 안 죽어봐서 모르겠어요. 죽기 전에 제대로 살아보는 게 먼저 같기도 하고요.
오늘 기준 제대로 산다는 것은 혼자 가지 않고 사람들과 남아서 같이 일하는 거였습니다. 비록 쾌활하게 그 모든 과정을 수용하진 못했지만, 이전보다 스트레스가 적어요. 어차피 할 일이면 최대한 집중해서 바짝 해내자는 결심이 섰거든요.
사실 저녁에 예매한 영화를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그 영화 다음에 볼 수 있지 하면서 애써 넘겼지요. 다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아직 살 만하다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회화적인 요소가 강해요. 그림의 성격을 띤다는 건 제게 한 장면으로 많은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인데요. 어떤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의 현재 앞뒤로 붙은 시간을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어디까지나 상상이죠.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저 표정, 저 인상은 어떤 시간의 축적일까. 또 그 현상을 관찰하고 있을 그 사람의 미래가 궁금해지기도 해요. 저 자신을 보는 관점도 다르지 않아서. 아침에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말릴 때마다 생각에 잠기다가 웃기도 하고 웃어 보이기도 합니다. 종종 울 것 같은 표정이거나 다 죽어가는 표정일 때도 있어요.
다 죽어가는 표정을 지을 때면 거울이 지옥의 수면 같아요. 조금도 증발할 것 같지 않은 감정이 거기 잠잠하게 고여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느낌이 마냥 거북스럽지는 않아요.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달까요. 지옥의 반사신경으로 살아낼 때도 더러 있다는 것을요.
오늘은 진배없다. 그보다 못하다는 표현보다는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표현에 방점을 찍으면서 그 단어를 다시 곱씹어보았습니다. 오늘은 진배없다. 하루 끝 뒷심을 싣고 싶은 밤입니다.
내일 아침 거울 앞에선 설핏 웃고 싶어서 조금 웃긴 이야기를 조금 보탭니다.
내일 미팅 자료로 준비한 문서에 낸 동료의 오타가 있었어요. ‘해요체’라고 써야 할 것을 ‘해용체’로 썼더라고요. 이응 하나로 사람을 이렇게 무장해제를 시키다니. 너무 피곤하고 다급해서 생긴 사소한 일들이 때때로 굳은 표정을 풀어주기도 하네요.
숨이 가쁘게 눈에 불을 켜다가도 재가 되어 버려서 흩날릴 수 있는 웃음이 있다고. 아주 가끔 그런 웃음 덕분에 산다고. 2024년 8월 28일 유서에 적어봅니다.
‘Wonderwall’, ‘Don’t Look Back in Anger’, ‘Live Forever’ 당신의 기타 실력은 물론, 작곡 능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는데요. 곡을 쓸 때 영감은 어디서 주로 받나요?
그냥 내 주변에 기타를 항상 두고, 내가 유명해지기 전에도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심심할 때마다 기타를 가지고 논다. 보통 10일 중 9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 10일째 되는 날 일이 일어난다. 그게 어디서 오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재밌는 사실을 하나 말해주겠다. 내 곡은 보통 봄에 많이 나온다. 3월에서 5월. 고의는 아니지만 생각해 보니 봄에 노래가 많이 써져서 나도 의아했다. 내가 봄에 태어나서 그럴 수도 있고, 그래서 나의 곡이 희망적일 수도 있겠다. 겨울을 깨고 여름(Summertime)을 기다리는 건 항상 설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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