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다는 것

그것은 저주

2026.07.15 | 조회 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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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수육종철입니다. 요즘 입맛은 없는데 살이 뒤룩뒤룩 쪄서 뱃살이 아주 수육이네요. 오늘 저녁에 수육 먹어야지.

 

제가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의외로 성격 좋다”는 것입니다. 대체 얼굴이 뭐가 어떻게 생겼길래 수시로 저런 말을 듣나 싶은데요. 제 얼굴과 표정에서 표독스럽고 예민한 사람의 기운이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험악해서는 아닐 거예요. 아니라고 해주세요.

 

그런데 그 사람들과 몇 년을 지내다보면 의외로 성격 좋다, 별로 안 예민하다는 말을 듣고는 하는데요. 이것은 오해입니다. 안 예민한 게 아니라 히스테릭한 면이 없는 겁니다. 저는 제가 본 사람 중 저보다 예민한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구취가 날까 봐 가글을 하루에 열몇 번 하고, 환경 생각하기 전까지는 하루에 예닐곱 번쯤 샤워를 했습니다. 씻는 데 강박이 없는데도 그래요. 지금은 이를 악물고 하루에 한번만 샤워를 하고 있고요. 그마저도 집에 도착하면 바로 손발을 씻고 반 정도 샤워인 반샤워를 합니다. 청각도 예민해서 항상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가장 좋은 걸 씁니다. 제가 가끔 노캔 이어폰 리뷰하잖아요. 그건 정말 믿으셔도 됩니다. 저는 정말 최고의 제품만 쓰니까요. 요즘은 앤커 제품 쓰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덜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시각인데요. 실제로 안 예민한 건 아니고 제 얼굴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어서 흐린 눈 뜹니다. 그래도 몸매 관리는 초예민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피부 관리도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왜 안 나아지죠? 현대과학 아직 이정도밖에 안 됩니까?

 

어느 날 더 이상 친할 수 없는 친구 하나가 이형이 우리 중 제일 안 예민하다고 하더군요.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저는 그 친구보다 100배쯤 예민합니다. 대신 짜증이 없을 뿐. 더우면 덥구나, 추우면 춥구나. 시면 음식이 참 시구나, 이 사람은 오늘 기분이 좋지 않구나, 이 사람은 오늘 정수리를 안 씻었구나 할 뿐. 정수리는 꼭 제발 씻어주세요. 아마 그 친구가 느끼기에 여러 명이 같이 있을 때 제가 감각적인 면에서 성질을 부리는 걸 본 적이 없으니, 이 형은 분명히 성격이 좋을 거다-라는 좋은 의도로 말한 것 같았습니다.

 

예민한 걸 내세우는 것도 잘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굳이 더 조심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예요. 저는 타인이 저에게 무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지만, 특별히 더 잘해줄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제가 잘했다면 상대도 잘 하겠거니 하는 낙관적이고 친절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제가. 얼굴이랑 달라요. 물론 그러다 호구 잡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는 그 사람과 이별하면 되는 것입니다.

 

지난번 메일에 썼지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만나본 여자 친구 중 가장 착했던 여자 친구가 해외여행을 같이 할 때였어요. 그날 프랑스 파리는 몹시 추웠습니다. 봉주르 하면서 싸대기 때리는 것 같았어요. 프랑스말을 할 줄 모르는 저희는 그 싸대기를 온몸으로 맞아야 했습니다. 여자 친구는 급기야 짜증을 내다가, 추워만 하고 평온한 저에게 묻더군요. “오빠는 왜 짜증을 안 내?” 제 대답은 “더위 추위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견디는 것이다” 이후부터 여자 친구도 저에게 짜증을 안 내기 시작했고, 그러개꼰니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래 한 연애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걸로 알아요.

 

제가 타인에게 짜증을 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예민한 것은 나의 자질일 뿐이지 타인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타인에게 위계를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 못 됩니다. 그러니 내 감각을 자극하는 무슨 일들이 생긴다 해도 그냥 그 순간 잠깐만 참으면 되는 것이죠. 험악한 얼굴 덕분에 남에게 기본적으로 피해를 잘 입지 않는 특성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20대 때 저는 이 감각들이 하도 저를 백혈구처럼 공격해서, 나이먹고 아무 감각도 못 느끼는 개꼰대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개꼰대되는 것에는 성공한지 모르겠으나 감각만큼은 날이 무뎌지지 않아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네요. 어째 더 안 좋아지기만 했군요.

 

그런데 이 특성은 살면서 꽤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냄새를 잘 맡으니 위협을 빠르게 피할 수 있고(지저분한 위협, 특히 제 자신이 지저분한), 청각이 예민하니 반대로 조용한 곳을 더 잘 알게 됩니다. 특히 제 앞에 있는 상대방의 눈빛, 공기, 눈, 코, 입 날 만지던 아니 죄송합니다. 하여튼 분위기를 빠르게 캐치하고 상대방을 빠르게 헤아리려 노력합니다. 이걸 싫어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서 업무 미팅 등에서는 레이더를 꺼버리고요. 친구 관계로 발전하면 그 사람의 오늘의 기분을 알기 위해 별 노력을 안 해도 쉽게 알아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오만 것들을 못 견딘다는 것.

 

이제는 어차피 안 될 거 그냥 계속 이렇게 살자 싶다가도, 저랑 비슷한 형이 요즘 행복요정 긍정 전도사가 된 걸 보며 어 혹시 나도? 하다가 집에 가다 정수리 냄새 얻어맞고 아 난 안되는구나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늘 가장 궁금한 사람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입니다. 현 구독자의 1/10 정도는 지인인 것 같고, 나머지는 생면부지인 분들이 많은데요. 심지어 댓글도 안 남기는 분들에게는 어떠한 정보도 없어서 가끔 여러분이 어떤 분이실지 매우 궁금합니다. 긍정적인 시선으로만 볼 자신 있으니 메일로, 댓글로 많이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히스테릭한 사람은 곁에 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거 위력 행사 하는 거거든요. 그분에게 이 글 보여주세요. 소머즈(비유가 너무 올드하군요!)급으로 예민한데 티 하나도 안 내고 다니는 사람 있다고. 그리고 그 사람 뉴스레터 좀 구독해달라고 제발 해주세요.

 

하여튼 저는 오늘은 성공적으로 업무 하나를 마치고 번 돈으로 수육까지는 못 먹고 이북식 만두 먹으러 갑니다. 다음 주에는 만두 같은 얼굴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두리? 아 두리? 아 두리 먹자고?
두리? 아 두리? 아 두리 먹자고?

세상의 모든 예민러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저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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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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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란바토르라보리스옐친의 프로필 이미지

    울란바토르라보리스옐친

    0
    약 24시간 전

    저도 후각에 에민한데 사실 자신의 체치에 가장 예민합니다. 아직은 환경을덜 생각해서인지 사계절 아침저녁 샤워는 기본인데 거의 매일 땀을 한바가지 쏟으며 운동을 하니 중간에 샤워를 한번 더 해서 세번이 되는게 일년의 대부분입니다. 거기에 각질을 최소화해야 박테리아가 정착하고 번식해 악취를 유발할 여지가 줄어드니 바디스크럽과 풋스크럽도 합니다. 사실 가장 가난하고 가장 씻을시간 없이 노동만 하고 살 때의 그림자입니다. 그런데 이제 나이든 냄새까지 신경이 쓰여 가령취 관리 특화로 유명한 일본 제품을 직구해서 씁니다. 사실 어디가도 좋은쪽이건 나쁜쪽이건 큰 존재감을 풍기고 살고싶지 않습니다. 어릴때부터 그래왔는데 다들 그건 포기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무취인간이 되기는 힘드니 악취라도 제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모든 어금니가 인공초합금 임플란트로 바뀌게 된 2년 전쯤 작살난 어금니를 발치하고 인몸 안쪽을 긁어내는 수술 중 맡은 제 염증가득 잇몸의 악취는,,,(더보기)

    ㄴ 답글 (1)
  • 말룡의 프로필 이미지

    말룡

    0
    약 22시간 전

    매주 기다리는 판타지 소설 마냥 읽고 있는 생면부지 구독자 1인 입니다.(아! 나 판타지 소설 좋아했구나) 무더위 때문에 샤워 횟수가 늘지 않으실까 걱정을 해보며, 여름 잘 보내셨으면 합니다.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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