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돌아온 수요일의 이종철, 일종철입니다.
변화의 신호는 현장에서 또렷하다. 2036년 10월 둘째 주 수요일, 저는 오늘도 출근했습니다. 출근의 의미는 묵직합니다. 핵심은 출근 자체입니다. 일은 AI가 하고, 저는 의자에 앉아 있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2036년 직장인의 민낯이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에도 여러분의 AI는 이미 이 뉴스레터를 세 줄로 요약해 두었을 겁니다. 그 세 줄이 바로 이 글의 뿌리입니다.
출근길, 자율주행차가 나를 회사로 들여보냈다
출근길은 간단하다. 오전 7시 40분, 현관문을 나서자 자율주행 셔틀이 저를 태우고 회사를 정조준해 달렸습니다. 셔틀 배터리는 5분만 꽂아도 출근 일주일 분량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하루를 버티는 배터리가 아니라 일주일을 버티는 배터리입니다. 셔틀은 교통 체증을 흘리고, 신호등의 시선을 끌어오며, 도로 위에 깔린 데이터를 훑고 지나갔습니다.
셔틀 안에서 저는 할 일이 없었습니다.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출근이 이동을 넘어 휴식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창밖으로 거실로 들어가는 빨래 개기 로봇 배송 트럭이 지나갔습니다. 기술은 이미 일상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 아침, 모든 것이 하나로 모였다
아침 9시, 사무실 문을 열자 업무가 이미 끝나 있었습니다. 제 AI 비서 '클로드 오푸스 14 소네트 프로 맥스'가 밤새 제 메일 3,000통에 답장을 박아 두었기 때문입니다. 메일함에는 "완벽하게 처리됐습니다"라는 문장이 담겼습니다. 이 회사는 저를 위해 의자를 한 개 마련해 두었고, 그 의자는 제 커리어의 두 번째 축입니다. 첫 번째 축은 책상이고, 세 번째 축은 모니터입니다. 세 축이 모여 제 커리어의 기둥을 받치고 있습니다.
AI 비서는 어젯밤 새로운 기억도 쌓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커피 온도, 제가 싫어하는 회의 시간, 제가 한숨 쉬는 주기까지 익혔습니다. 비서를 불러 "오늘 내가 할 일은?"이라고 물었더니 "없습니다"라는 한 줄을 돌려줬습니다. 그 한 줄이 전부였습니다.
오전 업무는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는 앉아 있기입니다. 둘째는 계속 앉아 있기입니다. 셋째는 점심 생각하기입니다. 세 가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앉아 있기와 계속 앉아 있기는 서술이 다르다. 그러나 두 숫자를 따라가면 어긋남이 사라진다.
AI가 회의를 돌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10시 회의는 AI 12대가 돌렸습니다. 회의록은 AI가 짰고, 요약은 AI가 띄웠고, 결론은 AI가 올렸습니다. 저는 회의실에 들어와 고개를 끄덕이는 업무를 손봤습니다. 회의는 엿새 동안 이어질 예정이라고 회사가 밝혔습니다. 지난달 회의는 아흐레, 그 전달은 닷새였습니다.
회의에서 오간 내용은 많은 것을 감춘다. 의견은 엇갈렸고, 해석은 갈렸고, 결론은 하나로 수렴했습니다. 업계의 시선이 이 회의실로 집중된 셈입니다. 회의 안건의 쟁점은 세 갈래로 정리된다. 다만 회의 결과가 다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공개되지 않은 항목도 적지 않다.
회의 도중 AI 두 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냈습니다. 한 대는 "A안"을, 다른 한 대는 "B안"을 밀어붙였습니다. 두 AI는 같은 목표에 다른 이름을 붙인 셈입니다. 결국 세 번째 AI가 등장해 두 안을 하나로 묶었고, 저는 그 장면을 묵직하게 지켜봤습니다. 회의실의 공기는 차갑다.
점심시간, 김치찌개를 넘어 AI 식단으로
점심 메뉴는 AI가 정조준해 골라 줬습니다. 제 혈당과 기분과 MBTI가 맞물린 결과, 오늘의 메뉴는 '단백질 큐브 3세대'로 귀결됐습니다. 맛볼 수 있는 기간은 짧았습니다. 식사는 김치찌개를 넘어 데이터 기반 영양 섭취로 옮겨붙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참고로 단백질 큐브 가격은 4.99달러로, 지난달보다 여러 배 뛰었습니다. 주가로 치면 되밀렸다가 다시 뛴 셈입니다.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큐브는 판매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경쟁사 큐브를 제치고 존재감을 키운 덕분입니다. 구내식당 측은 큐브 공급을 두 배로 늘렸고, 큐브 자판기 세 개를 새로 깔았다고 회사가 설명했습니다.
동료 김 대리는 큐브 대신 김치찌개를 먹겠다고 버텼습니다. 김 대리의 선택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가 있다. 김치찌개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AI는 김 대리의 위장을 강타할 수 있다며 경고를 띄웠고, 김 대리는 결국 큐브를 먹었습니다. 직격탄이었습니다.
오후 3시, 멍하니 창밖을 보다
오후에는 창밖을 봤습니다. 창밖 풍경의 수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하늘에는 배송 드론이 떼로 몰려 있었고, 가정용 로봇은 거실로 들어가 빨래를 개고 있었습니다. 기술이 일상으로 들어왔다는 신호탄으로 읽힙니다. 드론들은 상단부에 모여 있었고, 로봇들은 하단부에 포진해 있었습니다.
그때 샘 올트먼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AGI는 이미 왔다"는 한 줄을 남겼습니다. 데미스 하사비스도 같은 날 "우리도 왔다"는 세 글자로 화답했습니다. 서방 언론은 이를 두고 "AI 패권의 분수령"이라며 묵직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매체마다 서술이 다르다. 용어가 흔들리는 사이 시장은 이 말을 근거로 움직인다.
오후 4시, 성과 평가에서 나는 '상위권'에 자리 잡았다
오후 4시에는 분기 성과 평가가 있었습니다. 평가도 AI가 했습니다. 제 성과는 지난 분기의 두 배다. 동료 박 과장의 여섯 배다. 같은 기준으로 팀장의 세 배다. 무엇의 두 배인지는 AI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평가 결과 저는 상위권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AI는 모든 것을 했기 때문입니다. 성과 평가의 배경에는 AI의 전폭적인 뒷받침이 있다. 팀장님은 "앉아 있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덧붙였습니다. 제 인사 고과는 그 순간 화려하다.
반면 박 과장은 투자의견 강등에 해당하는 '언더퍼폼' 평가를 받았습니다. 박 과장이 직접 엑셀을 열어 숫자를 고쳤다가 AI의 작업을 덮어썼기 때문입니다. 박 과장의 평가는 엇갈린 선택의 결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인간 개입의 리스크"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후 5시, 메신저가 조용히 울렸다
오후 5시, 사내 메신저에 공지가 떴습니다. 회사가 내년 상장을 추진하며, 주간사로 AI 증권사 네 곳이 선정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모 규모는 50억 달러이고, 기업가치는 800억 달러를 겨냥한다고 합니다. 상장의 뿌리는 AI 도입에 있다. 상장 계획도 함께 공개됐다.
공지 아래에는 "직원 여러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문장이 붙었습니다. 저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그 문장은 더 묵직해졌습니다.
국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흐름은 국내에도 닿는 논의다. 국내 기업들도 이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직장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네이버·카카오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국내 SI 업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퇴근길, 하루가 나를 돌려보냈다
오후 6시, 셔틀이 저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셔틀 안에서 저는 오늘 하루를 정리하려 했지만, AI가 이미 정리를 끝내 두었습니다. 요약본에는 "오늘 사용자는 앉아 있었습니다"라는 한 줄이 박혀 있었습니다. 하루를 버틴 셈입니다.
집에 도착하니 가정용 로봇이 저녁을 차려 두었습니다. 메뉴는 단백질 큐브 4세대였습니다. 로봇은 "점심과 다른 이름이지만 같은 목표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녁 식탁은 성장의 그림자가 드리운 무대였습니다.
정리
정리하면, 2036년의 직장인은 일하지 않고 존재감을 키우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 변화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중요한 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입니다. 일하지 않는 시대의 핵심은 앉아 있는 능력이다. 이것이 바로 미래 직장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우리는 이 변화를 명심해야 할 때다. 다음 주 수요일에도 저는 회사에 들어와 멍하니 앉아 있다 돌아갈 예정입니다. 주목된다.
AI 문체를 계속 무비판적으로 쓴다면 여러분은 곧 이렇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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