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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외국에서 살게 되면 흔해지는 일

영국에서 버릇이 된 앞담화

2024.02.27 | 조회 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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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영국에서 워홀 2년, 취업 5년 살며 겪었던 문화충격 및 소소한 에피소드

안녕~~! 해피 튜스데이~😄🌷

서울은 요 며칠간 눈이 올 정도로 추웠다가 다시 해가 나기 시작했어. 오들오들 떨다가 다시 햇빛 받으러 밖으로 나가는 중이야~!

영국은 겨울에 오후 4시면 해가 지긴 하지만 서울만큼 춥지는 않아서 그 점이 그리울 때가 있어. 구독자(은)는 영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적 있어? 요즘엔 외국에 나가도 웬만한 도시는 세계화로 인해 생활할 때 그렇게 이질감이 들지는 않잖아. 근데 언어가 다르다보니 한국에서의 내 모습과 달라지는 면이 있더라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앞.담.화😂😅 

영국에 살면서 뒷담화를 넘어서 앞담화를 하는 게 익숙해졌어. 영국엔 미국, 호주, 캐나다와 달리 영어권이지만 한국인이 적은 편이야. 심지어 런던에도 한국인은 전세계에서 넘어온 다양한 인종들 속에서 눈에 띌 만큼 많지는 않아. 뭐 이제 워킹 홀리데이 인원을 대폭 늘려서 더 많아지겠지만~! 아무튼 한국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한국어로 말해도 아무도 몰라ㅎㅎ 그러다보니 한국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놀러다닐 때마다 한국에서는 대놓고 쓰지 못했던 말을 서슴없이 내뱉기 시작했어. 한국에서는 쉬쉬하며 금기시하는 말을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해. 짜릿하더라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입에 걸레를 문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상스러워질 때도 있어🫣

길을 걷다가 나를 불쾌하게 하는 행인을 마주하면 한국어로 스윽 욕을 중얼거리고 지나가고, 약속 취소 문자를 받으면 허공에 대고 바로 외치기도 해.

“아 XX 진짜 얘 왜이래~!”

한 번은 장난끼 많은 한국 친구가 영국에 놀러왔어. 우리는 '익명성'을 발판삼아 서로에게 장난으로 길거리에서 욕을 퍼부었어. '신발!' '십장생!' '이 개나리야 닥쳐!' (아주 순화한 버전) 등 깔깔 웃으면서 상대보다 더 상스럽고 노골적인 욕을 생각해내려고 경쟁했어.😙😅  

이 친구하고는 정말 걸쭉한 관계라서 이렇게 욕을 하고 놀았지만, 영국에 사는 한국 친구들과는 욕은 안하고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대놓고 평가를 하곤 했어. 이제는 그게 초기화 상태가 되었어. 길을 지나가다가 한국친구에게 말해. 

“야야, 얘 진짜 귀엽지 않냐?“

“바로 옆 모자 쓴 애 내 스타일”

“야 쟤 진짜 웃기게 생기지 않았냐? 고개 너무 돌리지 말고 살짝 봐, 살짝!”

“와 저 사람 걸음 진짜 특이하다~”

등등 그 사람들 앞에서 얄팍하기 그지없게 친구와 대놓고 평가질을 하는 거야.

그런데... 습관이 무섭다고 하잖아? 이렇게 거칠어진 앞담화 습관은 결국 한국에서 새어나가고 말았어. 영국에서 알게 된 한국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서울에서 놀고 있었어.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을 기다리고 있었고 친구는 내게 말했어.

“한국에는 키 큰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아.” 

그때 우리 앞에 1.5m 정도 떨어져서 우리와 함께 횡단보도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 남자가 보였어. 그는 키가 컸어. 친구는 그 사람을 보고는 다시 내게 말했어.

“아 쟤 좀 큰 것 같다.”

“누구? 아~~쟤?”

그 때 그 남자가 휙 돌아서 우리를 보았어. 

순간 친구와 나는 정적! 심장이 철렁~! 아차 싶더라고. 우린 입을 다물었고🤐 타이밍 좋게 신호등이 초록불로 변했어. 그때 깨달았지. 맞아, 여기 한국이지!😅 

내가 하던 앞담화를 몇 개 나열해놓고 보니 무례하기 짝이 없네... 반성할게. 평소에 욕을 하고 외모 평가하는 것을 싫어하면서 영국에서 막상 고삐가 풀어지니 그 해방감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었어. 신기한 건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는 영어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야😂. '오 쒯~~~' '뿩!!' '뿩킹헬!!' 등... 하지만 한국에서는 영어욕이어도 사람들이 다 알아듣는다는 게 함정이지😅 심지어 ‘굳이 왜 영어로 욕을 한대? 잘난척?’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지도 몰라. 나는 반대인간인가봐... 그래도 영국에 있을 때보다는 확실히 입이 깨끗해졌어. 사람은 역시 익명성 없이 투명하게 노출되면 사회성이 절로 장착되는 것 같아😂

영국에 다시 돌아가 삶에 찌들면 또다시 한국어로 앞담화를 남발할지도 모르겠어. 이제는 내 모습이 얼마나 무례할 수 있는지 인지하게 되었으니 최대한 주의하려고. 근데 또 그렇다고 앞담화가 절대 나쁘기만 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앞담화는 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모국어를 시원하게 쓸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거든. 그 시원함을 즐기되 지나친 욕이나 험담은 피하도록 해야지! 솔직히, 존잼🙊😂

오늘 얘기는 짧고 굵게 써봤어~! 재미있게 읽었기를 바라고 우리 다음주에 만나~! 😙

 

수수로부터


 

혹시 런던에 살 예정?  <런던 생생정보통> 한 번 읽어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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