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성장의 5단계

연차와 직급이 내 커리어 수준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2026.10.23 | 조회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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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주니어~미들급에게 반복하는 3가지 피드백」 메일에서 '커리어 성장의 5단계'라는 글을 잠깐 언급했었는데요. 오늘은 그 글을 보내드립니다. 5년 전, 2021년에 쓴 글인데 다시 읽으면서 조금 손을 봤습니다.

 

처음 이 글을 쓸 당시 저는 이제 막 5단계 '임원'급의 일을 시작하는 단계였습니다. 그리고 5년의 경험이 더해진 지금은 이런 개념들을 실제 회사의 인사 제도로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여러 회사의 인사 제도가 단계별로 요구하는 것과, 제가 직접 몸으로 겪으며 정의한 5단계의 개념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해석하기에 따라 회사의 인사 제도가 될 수도, 개인의 성장 로드맵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메일에서 가져가실 것은 하나입니다. 지금 내 진짜 실력이 몇 단계인지, 그리고 그 단계에서 집중해야 할 곳에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에 대해 각자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첨부 이미지

 

연차와 내 성장의 단계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연차와 직급이 내 커리어 수준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경력이 쌓이면 일반적으로 성장하지만, 그 속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멈추거나 뒷걸음질 치는 일도 꽤 자주 생깁니다. 그래서 단순히 '몇 년차이다'라는 것만으로 이 사람의 역량이 어느 수준이다라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주니어/시니어, 팔로워/리더, 팀원/팀장처럼 커리어를 두 단계로 나누곤 합니다. 하지만 둘로만 나누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좀 더 세밀하게 내 위치를 확인해야 나에게 맞는 성장의 힌트를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도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단계를 세분화할 필요가 생기는데, 아마 그래서 인사 제도에서 직급이나 레벨을 만들 때 더 여러 단계로 나누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녔던 두산중공업에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상무로 이어지는 직급 체계가 있었습니다. 원티드는 직급 없이 모두 같은 호칭을 쓰지만, 커리어 레벨이라는 제도로 7개 레벨을 나눠 평가와 보상, 성장 가이드에 활용했습니다. 이 메일을 쓰는 지금 재직 중인 인티그레이션은 8개 레벨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겪은 감각에 따라 커리어 성장을 5단계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인사 제도라기보다는, 한 단계씩 직접 밟아본 사람으로서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이제 후배들을 피드백하는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주는지를 중심으로 적었습니다.

 

단계마다 집중해야 할 영역이 다릅니다

커리어를 막 시작한 사람과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리더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다르니, 집중해야 할 것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은 굳이 리더십을 고민하기보다 내 역할을 잘 수행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고, 반대로 30명이 넘는 조직의 장이 갑자기 특정 영역에만 몰두하면 조직이 흔들립니다.

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고 그 단계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염두에 둔다면, 지금 단계에서 착실히 성장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1단계) 팔로워 - "배움과 성장"

주로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을 배워나가는 단계입니다. 대기업 기준으로는 보통 사원~대리에 해당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무언가를 책임지고 성과를 내려고 욕심내기보다, 조직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일하면 되는지를 배우면서 꼼꼼하게 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1단계에 대해 제가 처음 떠올린 명칭은 "신입"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입으로 1~2년이 지난 뒤에도 "잘하는" 실무자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팔로워"로 바꿨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1~3단계는 모두 팔로워지만, 1단계는 특히 팔로우하는 것 자체가 핵심입니다.

지금 이 단계라면 배움과 성장에 집중할 때입니다. 맡은 일에서 배울 기회가 있는지 항상 생각하고, 다양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면 내가 잘하는 영역과 앞으로 전문성을 쌓을 영역이 구체화됩니다.

누군가의 지시나 컨펌 없이도 업무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입니다.

 

(2단계) 잘하는 실무자 - "오너십과 전문성"

특정 실무 영역을 맡아 성과를 내는, 실제로 업무를 돌리는 주축이 되는 단계입니다. 대기업 기준으로는 대리~과장 정도입니다.

모든 조직이 실무를 돌리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이고, 본인도 어느 조직에 가든 해낼 수 있는 전문 영역이 명확합니다. 이직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연차가 3~7년 차라는 이야기도 여기서 나옵니다.

2단계 이름에 굳이 "잘하는"을 붙인 이유가 있습니다. 위임받아 책임지고 스스로 수행하려면 먼저 능력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5년 넘게 경력이 쌓였는데도 업무에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 한 번쯤 만나보셨을 겁니다. 내 영역을 확보하고 그 영역에서 신뢰를 쌓은 사람이 2단계입니다.

1단계에서 지시를 받고 결과물도 리더의 컨펌과 피드백을 받았다면, 2단계에서는 맡은 영역을 온전히 위임받습니다. 방향성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성과와 책임도 점점 나의 몫이 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너십과 전문성입니다. 내 업무는 오롯이 나의 업무로 인식되니 "내 것이다"라는 오너십을 가져야 하고, 그 업무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시하는 팀장에게 불만이 쌓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 단계에서 "팀장님은 이 업무를 제대로 모르면서 지시만 한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런 불만이 이직의 계기가 되기도 해서, 아마도 3~7년차가 이직 시장에 가장 많이 뛰어드는 연차가 되는 것 같습니다.

 

(3단계) 미니 리더 - "나를 넘어 조직으로"

2단계에서 내 영역의 전문성과 오너십을 쌓았다면, 이제는 그걸 바탕으로 영향력을 넓힐 때입니다. 1단계가 가이드를 받으며 일하고, 2단계가 혼자 일하는 단계였다면, 3단계는 다른 사람과 팀, 외부 파트너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계입니다.

아직 공식적인 리더는 아니지만 비공식적으로 리더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팀원을 이끌어 프로젝트를 리딩하기도 하고, 팀장을 대신해 팀 대표로 회의에 들어가 의사결정을 합니다. 사업개발이나 영업처럼 외부와 일하는 직무라면 회사를 대표해 협상을 리딩하고 계약 조건을 정하기도 합니다.

대기업 기준으로는 과장~차장 정도이고, 실무 팀원과 팀장을 잇는 가교라서 "중간 관리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윗단계인 팀장이나 임원도 전체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대표와 실무를 잇는 중간 관리자라서, 저는 "미니 리더"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파트리더, 파트장처럼 인사권 없이 업무를 리딩하는 역할을 두는 팀도 있는데, 3단계 팀원에게 이 역할을 좀 더 공식적으로 맡기는 경우입니다. 공식적인 직함이 있든 없든, 3단계에서 미니 리더로서 경험을 하면서 본격적인 리더 4단계로 도약할 준비를 합니다.

 

(4단계) 팀장 - "리더십의 시작"

조직관리가 공식적인 주요 업무가 됩니다. 커리어를 팔로워와 리더로 나눈다면, 1~3단계가 팔로워이고 4단계부터가 리더입니다. 다섯 단계 모두 변화가 크지만, 가장 큰 변곡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3단계에서도 영향력을 넓혀왔지만, 4단계부터는 '나'라는 틀을 아예 벗어나 '팀'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3단계가 내 역량 100을 120, 150으로 키우는 고민이었다면, 4단계에서는 내 역량의 크기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팀원들 역량의 합이 얼마인지 파악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 집중해서 배워야 할 역량이 생기는데, 바로 리더십입니다. 업무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회의를 이끌고, 의사결정을 하고, 결과물에 피드백을 합니다. 구성원의 동기부여와 성장도 고민해야 하고, 채용과 평가 같은 인사 업무도 업무 시간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를 위해 실무를 내려놓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팀원에게 적절히 위임하고, 위임한 업무가 잘 진행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평가 기준도 바뀌어서, 이전에는 '나 자신'의 성과였다면 이제는 팀의 성과가 곧 나의 성과입니다.

변화가 큰 만큼 많은 사람이 좌절과 스트레스를 겪고, "나는 리더 재질이 아니야", "나는 실무자가 더 맞아"라는 말도 이 구간에서 가장 많이 나옵니다.

저는 재질보다는 변화의 폭이 크고 미리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던 탓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조직이든 팔로워는 많고 리더는 적으니, 리더 경험을 미리 쌓을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태생부터 리더 재질인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훈련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스스로 훌륭한 리더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다만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책과 아티클을 읽고, 리더십 스터디를 직접 기획해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고, 끊임없이 노력할 뿐입니다.

 

(5단계) 임원 (Manager of Managers) - "방향성"

처음 이 글의 초안은 4단계로 정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팀장 윗 레벨인 임원에 해당하는 '부문장' 역할을 직접 맡아보면서 5단계를 새로 추가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이사'라는 타이틀을 받고 있으니 비슷한 단계를 계속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찌 보면 그다음 단계인 "경영진"에 해당될 수도 있는데, 아직 제 머릿속에서 확실히 정리되진 않은 느낌이네요. 일단 5단계 "임원"으로 놓고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처음 부문장이 되고 1개 사업팀과 2개 제품 스쿼드를 맡게 됐을 때는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사업개발팀장이었고, 신사업 스쿼드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3~4개월이 지나자 기존 역할과 차이가 크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관리하는 대상이 팀원이 아니라 팀장이 된다는 점입니다. 팀원 개개인 업무의 1차 책임자는 이제 내가 아니라 해당 팀장이고, 나는 2차 관리자가 됩니다. 실무자에서 리더가 될 때 실무를 내려놓았듯, 4단계에서 5단계로 올 때는 1차 관리자의 업무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제가 찾은 키워드는 "방향성"입니다. 1차 리더들이 있으니 설령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조직은 어느 정도 돌아가고, 당장의 일을 하는 데는 내 존재가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의 역량과 시간은 조직 입장에서 일종의 '여력'이 됩니다. 이 남는 힘을 무게추처럼 쓰면, 조직이 기존 방향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원티드 커리어 사업부의 예가 있습니다. 당시 저는 팀장으로서 개별 강연·교육 콘텐츠를 어떻게 잘 만들고 잘 팔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이 개별 판매 대신 구독으로 바꿔보자는 방향을 제시하셨고, 그게 커리어 사업부의 메인 구독 상품 Wanted+가 됐습니다. 사업 방향 자체를 바꾸는 큰 결정이었고, 팀 안에서 스스로 내리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더 큰 그림을 보고 리스크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방향 전환이 가능했습니다.

조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것, 팀 단위에서 내리기 무거운 결정을 하고 그 책임을 지는 것,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길의 방해 요인을 치우는 것. 이것이 5단계의 일입니다.

 


연차, 직급, 직함을 다 떼어내고 보면, 지금 여러분은 어느 단계에 계신가요?

이번 주말에는 지금 내가 몇 단계에 있는지, 그 단계에서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한 번 떠올려보셨으면 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리딩하고 코칭하는 입장이라면, 그 사람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셔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일하는 사람의 생각 노트

백승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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