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고 싶다면, '무리'를 해야 합니다

Capa가 가득 찼는데, 새로운 일이 주어진다면

2026.11.04 | 조회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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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료분 중에 저에게 반년에 한 번씩 티타임이나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을 만나면 항상 회사 생활과 업무, 성장에 대한 본인의 고민거리들을 정갈하게 정리하여 프린트를 해서 저에게 주십니다. 저와의 시간을 뜻깊게 쓰고 싶어서 그렇게 준비하신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점은 제가 그분께 드린 조언과 나눈 이야기들에 대해서 스스로 실천해보시고 고민해보시고, 그 다음번 만남에서 그것에 기반하여 다시 질문을 하신다는 점입니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시간처럼 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저는 그냥 직장 동료일 뿐인데요. 참으로 영광스럽고 부끄럽습니다. 그분의 그런 태도를 통해, 그분과의 대화를 통해 저도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그분과의 대화를 통해 영글어 글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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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a가 가득 찼는데, 새로운 일이 주어진다면

그분께서는 본인이 이미 너무 바쁜데 계속 새로운 일이 주어진다고 하시면서 "업무 Capa가 이미 가득 찬 상태인데 새로운 일이 주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본인이 봤을 때 저는 언제나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고 하시면서요.

저는 이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꼰대 같은 이야기로 들리실 수도 있는데, 일단 그 업무를 받아야죠. 대신 도저히 감당 못 하는 상황이 오면 리더에게 빨리 깃발을 올려야 합니다. 물론 그 과정이 힘든 일이라는 것은 저도 잘 알지만... 그런 사람이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도 그런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고요. 일단 받아내려고 하는 태도, 도저히 안 될 때 빠르게 신호를 주는 센스가 모두 필요한 것 같아요."

 

2년 차, 사수가 자리를 비운 2주

답변을 드린 이후에 과거 제 경험담을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두산중공업 (현 두산에너빌리티) 재무팀에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2년 차였을 때의 경험입니다. 어느새 15년 정도 지난 일이네요. 당시에 제 사수이신 7년 위 선배 과장님께서 2주간 휴가를 쓰시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하고 있던 업무는 회사의 현금을 하루 단위로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어제 기준 잔고는 얼마였고, 매출이 발생하여 얼마가 들어왔고, 비용이 얼마가 나갔으며, 대출금을 얼마가 빌리고 상환하는지를 하루 단위로 관리하는 일이었죠. 적어놓고 보면 큰일이 아니지만, 6,000억 원 규모의 회사 현금을 관리하는 일이라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저에게는 꽤나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사수이신 과장님께서는 이러한 업무를 3개월 단위로 하시는 것이 담당이셨습니다. 좀 더 장기적으로 현금흐름을 예측하면서 언제 차입을 해야 하는지, 회사 현금흐름을 건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과장님의 업무였습니다.

2주간 자리를 비우면서 과장님의 업무는 잠시 제 업무가 되었습니다. 원래 하던 업무도 버거운 와중에 과장급이 해야 하는 업무 1인분이 추가된 셈이죠. 선배님께서 부재중인 2주간 매일 야근을 하였고 주말에도 출근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잘하진 못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보기에도 엉망인 숫자들을 가지고 보고를 하면서 스스로 부끄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그 2주가 지난 이후에 저는 과장급이 하는, 매우 중요한 회사 현금흐름을 관리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업무 숙련도는 여전히 너무 부족했지만, 제 업무 역량이 몰라보게 성장하였습니다. 역량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저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2년 차 코흘리개 사원이 아니라 과장급 업무도 해낼 수 있는 에이스로 저를 바라보시더군요. 그 이후 더 크고 어렵지만 빛이 나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주어졌습니다.

그 2주간의 시련 동안 잘 해내지도 못했고 야근하느라 힘들었고 스트레스받았지만... 제가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선배님이 휴가를 가시지 않았다면, 혹은 옆에 계시면서 차근차근 하나씩 알려주셨으면 그렇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목표를 왜 120~130으로 잡을까

제가 참여하고 있는 자기계발 모임 Project One에서 "본인이 현재 하고 있는 노력이 100이라면 Project One에서의 목표는 120~130 수준으로 잡아주세요"라고 목표 수립에 대하여 가이드를 드리곤 합니다. (관련 글 '달성 가능성을 높여주는 목표 설정법')

내 역량의 수준이 100일 때 100만큼의 목표를 세우는 것은 사실 목표를 수립하는 행위 자체가 의미 없습니다. 내 역량 수준만큼의 일을 하는 것이니 굳이 목표를 세울 필요 없이 그냥 수행하면 되는 것이죠. 내 역량 수준을 넘어서는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든 그것을 달성해 내기 위해서 궁리하고 노력할 때 '성장'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은 개인에게 무리가 됩니다. 업무 시간이 부족하니 야근을 하게 되고, 내 여가 시간이 줄어들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신체 컨디션도 안 좋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무리를 하지 않으면 성장이 이루어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마치 대나무가 성장하면서 굵은 마디가 생기는 것처럼, 고난과 시련을 통해서 사람은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발언을 하는 저를 꼰대라고 부를 수도 있고, 고리타분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것이 제가 찾은 유일한 성장 비법입니다.

 

그럼, 고생하면 다 성공할까요?

이 글을 쓰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럼 무조건 고생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다 성공하는 건가? 연봉 올라가고 승진하고, 우리 회사 매출이 쑥쑥 올라가나?'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성공'이라는 것은 노력, 고생만으로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반드시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내 개인의 능력, 시장 상황, 운, 좋은 동료와 팀워크, 자금 지원, 외부 네트워크와 환경, 타이밍 등 성공을 만들어내기 위한 많은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적절히 잘 버무려질 때 비로소 성공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요소들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상대적으로 덜 노력을 하고도 성공을 할 수도 있고요, 반대로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실패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과 고생, 그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들이 성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것은 외부 요인과 상관없이 반드시 그렇게 됩니다. 이 부분만큼은 제가 확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무리되는 일을 만났다면

조금 무리되는 업무가 주어졌거나, 평소보다 높은 목표가 생겼거나, 달성하고 싶지만 빡세 보이는 일을 맞닥뜨렸다면... 눈 질끈 감고 도전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으시겠지만 그 스트레스가 아마 여러분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 물론 정말 감당이 안 되는 순간이 오면, 혼자 버티지 말고 빨리 깃발을 올리시고요.

저에게 질문해주셨던 동료분 말씀처럼 저는 지금도 여전히 Capa가 가득 찬 상태에서 새로운 일을 받곤 합니다. 저 역시 버겁지만, 그때마다 15년 전 선배님이 안 계셨던 그 2주를 떠올립니다.

구독자분들도 요즘 조금 무리되는 일을 지나고 계시다면, 그 시간이 나중에 돌아봤을 때 성장의 마디로 남기를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일하는 사람의 생각 노트

백승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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