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31

여름 - 20

2025.07.26 | 조회 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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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김토성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낫기 위해서인가, 숨기 위해서인가. 그 중간 어딘가에서.

충무김밥은 원래 뱃머리 김밥이라고 불렸다. 여객선이 많이 드나들던 충무항, 들어오는 배들을 상대로 김밥에서 유래했다. 그냥 ‘김밥’ 충무시에선 뱃머리 김밥이었던 것이 전두환 정권당시 국풍81에서 유명해지면서 충무김밥이 되었다. 충무시와 통영군이 합쳐지면서 이제는 통영시가 되었지만 충무김밥은 여전히 충무김밥이다.

 

몇일전부터 읽던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 라는 책에서 나온 충무김밥의 길지 않은 이야기다.

 

나는 충무김밥을 무척 좋아한다.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음식 하나 쯤은 가지고 있지 않는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유래와 역사를 찾아가는 것은 재미있다. 책을 읽으며 중간 중간 나오는 통영 사진은 그때 통영의 여름이 떠오르기도 하고 맛있게 먹었던 충무김밥도 생각이 났다.

 

통영에 갈 때면 하루에 한끼는 꼭 충무김밥을 먹었다. 가게에서도, 먹고 비닐봉지에 포장해서 달랑달랑 들고선 이순신 공원에서 수국을 보면서 먹곤 했다.

 

김밥 하나를 반절 잘라 먹으면 입에서 쌀맛과 고소하고 약한 바다향의 김맛이 난다. 김밥 맛을 느끼다가 석박지 한입. 나머지 김밥 반쪽은 오징어나 어묵무침. 그렇게 하나씩 돌아가며 먹는데 항상 마지막 김밥과 반찬은 딱맞아 떨어져야한다. 8살의 나도 지금의 나도 언제나 충무김밥의 끝은 똑같다.

 

8살에 처음 만난 충무김밥은 명동에서 엄마가 사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충무 김밥은 통영 서피랑에서 만난 아저씨가 알려준 충무김밥집. 여전히 충무김밥은 내가 가장 애정하는 음식이고 바라보면서도 그립고 여러가지 기억이 피어나는, 가슴에 품은 음식이다.

 

누군가는 충무김밥이 별게 없다며 폄하하지만 단촐한 음식일수록 맛내기가 힘들고 좋은 재료를 쓰고 신경써서 만들어야 한다. 원래 그렇다. 단순하게 가장 어렵다. 가장 높은 수준의 그 무엇의 형태는 가장 단순하다.

 

삶도, 음식도 단순해지는건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들을 벼려내어 남기는 것이지 않을까. 나의 불안도 걱정도 덜어내지 못함에서 묻어나는 검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충무김밥을 생각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김밥과 매콤한 반찬, 그리고 시락국.

내게 그 3가지를 남긴다면 무엇이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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