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무 노래나 듣다가 오랜만에 체리필터 노래가 나왔다. 조유진의 카랑카랑하고 개구진 목소리가 고양이의 낭만과 오리의 꿈 같은 것들을 노래하는게 좋았다.
오늘 들었던 노래는 처음 듣는 것이었는데 그 노래의 한 구절이 너무 좋아서 듣고 또 들었다.
어렸을 적 파란 밤 달빛 내리는 거릴 걷다
한 소년을 바라보다 벼락 맞았었지
그건 아마 어린 나에겐 사랑인 줄도 모르고
가슴만 저려오며 파란 달만 쳐다보았네
처음 느껴보았을테니 그게 사랑인줄도 몰랐을, 그 벼락 같은 감정에 가슴만 두근거리며 달빛 아래 있었을 그 감정이, 어릴적 언젠가 나도 무엇인줄도 모르고 느꼈을 그 사랑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나는 이미 많은걸 보고 느끼고 경험해서 지금 이 감정이 무엇이라고 느끼기 전에 이미 이건 어떤 감정이라고(일 것이라고) 단정지어 버린다. 그리고 대부분 그게 맞다. 애틋함, 사랑, 서운함, 기쁨 이런 것들. 익숙하고 이미 아는 감정들. 하지만 가끔 이게 무슨 감정일까 헷갈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이미 비슷하고 익숙한 이름들에서 하나를 골라서 비슷한 위치에 이름표를 붙이고 넘겨버리곤 했다. 아직도 그런 것도 모르는게 부끄럽기도 하고 때론 피곤하기도 해서. 그래도 십년을 3번 넘게 살았는데 그것도 모르면 너무 띄엄띄엄해 보이니까.
허나 난 여전히 내가 왜 이런걸 느끼는지 잘 모를때가 많다.
이제는 또 이런 생각이 들면 익숙한 이름표 대신 이젠 파란 달을 쳐다보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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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클
그럼 이제 파란 달을 볼 때마다 그 소년이 생각나겠네요. 내 언어로 새로운 이름 붙이는 거 멋진 일 같아요.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명랑한 은둔자. 김토성
임클님도 요즘 새로운 이름 많이 붙이고 계신가요? 흥미진진한 이야기 저도 잘 보고 있어요! 앞으로도 재미난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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