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은 언제든 익숙하지 않다.
언제나 남는 쪽이 아니라 떠나는 쪽이 되고 싶었다. 남겨진 공간에서 부재가 자라나는게 견디기 힘들었다. 매번. 같은 일상인데 더 이상 누군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매순간들이 참을 수 없이 외롭고 쓸쓸했다. 그리워하고 외면하고 추억하지만 잊고싶어하고 빈공간에 익숙해지려 버둥거리는게 싫어서 헤어짐이 무서웠다. 그래서 만남도 만들지 않으려 했고 언제나 적당한 거리까지만 사람을 곁에 두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 보다 미워하고 싫어하는게 편했다. 그러면 가까워질 일도 헤어질 일도 없으니까. 어차피 난 혼자고 끝내 혼자서 사라질테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오래.
이제는 헤어져도 괜찮다.
헬리혜성처럼 76년 뒤에 만날지도 모르고 영영 만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궤도가 겹치는 순간에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지. 헤어짐이 두려워 만남을 놓치지 말아야지. 삶은 내맘처럼 무한하지 않으니까. 마주하는 모든 순간을 담아두어야지.
이제 헤어짐은 이별이 아니라 오래 배웅하는 것이다.
주인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오랜시간 앉아 있는 강아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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