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를 걷다 아동용 자전거를 보았다. 아마도 버려진 것이겠지. 바퀴는 오래전에 바람이 다 빠져버린 듯 힘 없이 바닥과 붙어 있었고 안장은 본래의 색 보다 옅어진채 먼지를 덮어 쓰고 있었다.
자전거가 생각할 수 있다면, 보고싶은 주인을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버려졌다는 것을 알고 쓸쓸하게 이 비를 맞고 있을까.
전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세상에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하고 자전거의 마음따위를 생각해보는 사람이다. 비를 맞으면 이 빗방울의 기원을 떠올려 본다. 어디에서 왔는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나의 조각은 바스라져서 결국 어디로 흘러갈지. 벚꽃처럼 피고 지는 삶은 대체 어떨지. 그렇게 세상을 보고 느낀다.
그렇게 지나쳐버려도 될 것들을 들여다보면 알지 못해도 되는 마음들도, 알아선 안되는 마음들도 내 안에 흘러 들어온다. 때로는 알고 싶지 않았던 어떤 마음들도 고여있다. 이런 마음들은 흘러가게 해야할까 아니면 건조해 매말라버린 감정의 흙으로 담담하게 묻어두어야 할까. 어찌해야할 마음들은 선명히 보이는데 영영 알지 못할 마음들은 멀리 떠 있는 구름처럼 그림자만 희미하다. 덕분에 가슴은 울렁거리고 머리는 복잡하다.
왜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했을테다. 많이 고민했을 나의 선택이 모여 지금 이 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후회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그 때의 내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그 주문 덕분에 오늘의 내가 지금까지의 나를 사랑할 수가 없다. 그런 생각들이 밀려들어오는 날이면 뭘 해야할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시간이 흐르게 놓아두는 수 밖에.
구독자 님. 여름 13은 시간이 흘러가게 두는 수 밖에 없어서, 그러다보니 시간이 너무 흘러가버려서 아무것도 적지 못했습니다. 글을 놓쳐버린게 벌써 2번째입니다. 남은 열댓번의 글은 놓치지 않고 잘 담아보겠습니다. 혹시라도 기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매일 글을 써 보자던 나에게도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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