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쩐지 어떤 글도, 그림도, 영상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80주년을 맞은 광복절과 75년이 흐른 6·25, 올해로 벌써 여덟 번째를 맞는다는 일본군‘위안부’ 기림의 날, 처참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가자의 학살, 한국을 찾아 진실규명과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생존자의 소식, 한때 시끄러웠던 여가부 장관 인선 논란, 수많은 사건 사고들까지… 기억하고 곱씹을 일들도, 또 분노하고 고민할 일들도 너무나 많은 여름인데, 정수리를 뜨겁게 덥히는 열기와 함께 제 머리의 여기저기도 익어서 작동을 멈춰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딱 맞더라고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막막함도 함께 찾아왔고요.
그렇게 이제는 뭘 생각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싶은 지경에 이른 채, 한동안 하루하루 눈앞의 일들을 해-치우기 바빴습니다. 그러던 중에 몇 편의 한국 현대문학 중단편 작품들을 훑어볼 일이 있었습니다. 국내 정규교육 과정에서 이름깨나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들이었죠. 한 주에 한 작품씩 총 여덟 작품을 한 청소년과 함께 읽는 사이 제가 받은 질문은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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