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4 Vol.69
0. 들어가며
회사가 태어나고(초기 스타트업), 폭발적으로 성장하고(스케일업),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중견기업) 모든 생애주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리더가 있다면,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지혜가 담겨 있을까요?
양경식 리드님은 쿠팡의 로켓 같은 성장부터 코드스테이츠의 치열한 변화,
그리고 현재 몸담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보안 내규상 익명 처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조직들의 중심에서 ‘조직의 성장통’이라는 과제를 풀어온 리더입니다.
그는 HR을 단순히 사람을 관리하는 기능이 아닌,
조직의 전략을 실행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핵심 엔진으로 바라봅니다.
그의 여정은 ‘좋은 조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데이터 속에서 그가 발견한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1. 11년, 쿠팡의 로켓 성장부터 블록체인 스타트업까지
양경식 님의 11년 커리어는 그 자체로 ‘성장하는 기업들의 교과서’와 같다. 폭발적인 성장의 대명사였던 쿠팡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뗐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춘 중견기업을 거쳐,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했던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로도 활약했다. 변화의 최전선에서 그는 무엇을 배웠고, 어떤 리더로 단단해졌을까. 그의 첫 이야기는 스스로를 ‘격전지’에 던지며 성장해온 과정에 대한 것이었다.
Q. 11년의 커리어 경로 자체가 마치 ‘조직의 성장통’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정처럼 느껴집니다. 쿠팡에서부터 여러 스타트업을 거쳐 현재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그 이야기와 동력이 궁금합니다.
돌이켜보면 제 커리어는 언제나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시작은 쿠팡이었습니다. 경영지원으로 입사했지만, 곧 HR팀으로 옮기게 되면서 제 운명이 결정됐죠.
당시 쿠팡은 매년 조직이 두 배씩 커지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의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3년간 일하며, 조직이 커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터져 나오는지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Q. ‘폭발적인 성장’을 겪는 조직의 중심에 있었던 경험은 양날의 검이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얻었고, 또 어떤 갈증을 느끼셨나요?
쿠팡에서의 경험은 제 HR 커리어의 원동력이자 뿌리입니다.
매일이 전쟁 같았지만, 그만큼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안정적인 시스템에 대한 갈증이 생겼습니다.
변화를 따라가기 급급한 것이 아니라, 잘 짜인 체계 안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골프존이라는 중견기업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정감은 오히려 저에게 답답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고, 정해진 절차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내 자리는 역시 치열하게 변화하고, 내가 직접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격전지구나’라는 것을요.
Q. 그 깨달음 이후의 행보가 흥미롭습니다. 다시 스타트업으로 돌아오셨고, 심지어 공백기에는 구직자들을 위한 컨설팅까지 하셨습니다.
네, 결국 다시 스타트업으로 돌아왔습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COO)로 합류해 바닥부터 조직을 세팅하는 경험을 했죠.
그리고 잠시 공백기를 가졌을 때, 반대로 구직자들을 위한 커리어 컨설팅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회사 밖에서, 구직자의 시선으로’ 조직을 바라보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늘 ‘회사’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뽑을까’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컨설팅을 하면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의 어떤 문구에 실망하고, 면접 과정의 어떤 경험 때문에 회사를 포기하는지를 생생하게 듣게 된 거죠.
‘아, 조직 문화와 시스템이라는 것은 단순히 내부 구성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구나. 우리를 바라보는 외부의 잠재적 동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구나.’
이 깨달음이 훗날 제가 ‘피플앤컬쳐’라는 더 넓은 관점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에는 에듀테크,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에서 계속해서 조직의 체계를 잡고 문화를 만드는 역할을 해왔고, 지금은 또 다른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그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싶다면, 그의 ‘커리어 결핍’을 찾아라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는 언제나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 특히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시니어급 핵심 인재는 그 존재만으로도 조직의 성장을 견인하는 강력한 엔진이 된다. 하지만 모두가 탐내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양경식 리드는 단순히 회사의 비전이나 높은 보상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마치 숙련된 탐정처럼 상대방의 커리어 여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그가 채우지 못한 단 하나의 ‘결핍’을 찾아내는 것에서부터 모든 설득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Q. 코드스테이츠 재직 당시, 만나기조차 어려운 시니어급 핵심 인재들을 20명 이상 직접 영입하는 데 기여하셨습니다. 모두가 탐내는 인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자신만의 결정적인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그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가장 먼저 그분들의 ‘커리어적인 결핍’이 무엇일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미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분들에게 ‘우리 회사의 비전이 훌륭하다’거나 ‘업계 최고의 대우를 약속한다’는 말은 더 이상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분들을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지금까지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아쉬움, 즉 ‘이것 하나만큼은 꼭 해보고 싶었는데’ 하는 그런 갈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그분을 만나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분의 지난 커리어를 연구했습니다.
링크드인, 과거 인터뷰, 주변의 평판 등을 통해 그분이 어떤 선택을 해왔고, 어떤 성과를 냈으며,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했죠. 그
리고 만남의 기회가 생겼을 때는, 제가 조사한 내용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현재 커리어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무엇을 가장 아쉬워하는지를 듣고 이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Q. 상대방의 ‘커리어 결핍’을 파악한 뒤에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여 설득의 무기로 만드셨나요?
그분의 결핍이 명확해지면, 그때 비로소 저희의 제안을 꺼내놓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일방적인 제안이 아닙니다.
“리드님께서 지난 커리어 동안 A와 B는 훌륭하게 이루셨지만, 혹시 C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증은 없으신가요? 저희가 지금 만들려는 조직이 바로 그 C를 실현할 수 있는 완벽한 무대입니다. 저희와 함께하시면, 리드님의 커리어에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맞출 수 있을 겁니다.” 와 같은 방식으로 제안하는 거죠.
결국 핵심은 우리 회사가 얼마나 좋은지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무대가 당신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와주세요’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라는 파트너십을 제안하는 거죠.
이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의 커리어 서사를 완성해준다는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 비로소 그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3. 50명일 때의 성공 방정식은 100명 조직을 무너뜨립니다
끈끈한 동료애와 불타는 열정. 초기 스타트업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다. 하지만 조직이 성장하며 새로운 동료들이 합류하고 시스템이 복잡해지기 시작하면, 이 뜨거운 에너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터져 나온다. 양경식 리드는 조직이 50명, 100명, 200명으로 커질 때마다 과거의 성공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성장통’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는 이 성장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인간적인 신뢰를 넘어, 모두가 따를 수 있는 명확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Q. 조직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통했는데, 지금은 왜 안 되지?’ 하고 느꼈던 가장 뼈아픈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코드스테이츠 시절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조직이 50명 규모일 때, 저희는 노션 페이지에 모든 구성원이 익명으로 서로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남기는 ‘동료리뷰’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당시에는 모두가 서로를 잘 알았고, 끈끈한 신뢰가 있었기에 이 제도는 매우 긍정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서로의 성장을 돕는 건강한 문화였죠.
하지만 조직이 100명을 넘어서면서 과도기적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합류하면서 익명의 피드백이 점차 날카로워지거나, 오해를 낳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를 위한 쓴소리’로 받아들여졌던 피드백이,
이제는 ‘나를 향한 공격’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거죠.
50명일 때의 성공 방정식이, 100명 조직에서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된 겁니다.
Q. 그 경험을 통해 리더로서 무엇을 배우셨나요? 결국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그 경험을 통해 조직의 성장에 따라 ‘문화’와 ‘시스템’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인간적인 신뢰와 좋은 의도만으로는 더 이상 조직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거죠.
결국 저희는 그 제도를 과감하게 수정했습니다.
익명성을 없애고, 피드백을 남기는 사람의 이름을 명확히 공개하도록 바꿨습니다.
동시에, 피드백을 남길 때는 반드시 구체적인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하고, 상대방의 성장을 돕는다는 선한 의도를 담아야 한다는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저항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 이런 변화가 필요한지, 이것이 어떻게 우리 모두를 보호하고 더 건강한 성장을 이끌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설득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리더의 역할이란 단순히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을 넘어, 조직의 규모와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시스템을 설계하고, 때로는 고통스럽더라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4. 평가는 미래의 성장을 위한 것, 보상은 과거의 성과에 대한 것
‘평가’라는 단어는 리더와 팀원 모두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평가는 필연적으로 지난 성과에 대한 ‘등급’과 ‘보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경식 리드는 평가의 본질이 과거에 대한 심판이 아닌, 미래의 성장을 위한 소통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어떻게 이 두 가지 상충될 수 있는 목적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그 해답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있었다.
Q. 평가의 계절이 오면 많은 리더들이 고민에 빠집니다.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주고 싶지만, 결국 보상과 연결되니 솔직한 대화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저는 평가의 ‘과정’과 ‘결과’를 최대한 분리해서 접근하려고 노력합니다.
평가의 과정, 즉 팀원과 성과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은 철저히 ‘미래의 성장’에 초점을 맞춥니다.
어떤 부분을 잘했고, 어떤 부분은 어떻게 개선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지를 함께 논의하는 코칭의 시간이죠.
그리고 그렇게 합의된 내용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온 최종 ‘결과’를 ‘과거 성과에 대한 보상’의 근거로 활용하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공정하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리더 한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느끼는 순간, 팀원들은 결과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반드시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즉 ‘조율’ 과정을 거칩니다.
Q. ‘캘리브레이션’이라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캘리브레이션은 쉽게 말해 ‘리더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과정’입니다.
먼저 각 팀장이 자신의 팀원들을 1차적으로 평가합니다.
그 후, 모든 팀장과 상위 리더가 한자리에 모여 각 팀의 평가 결과를 모두 펼쳐놓고 함께 검토합니다.
“A팀은 전반적으로 평가가 너무 후한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셨나요?”, “B팀의 C님은 목표 달성률은 조금 낮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기여가 평가에 충분히 반영되었나요?” 와 같이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평가의 기준을 맞추어 나가는 거죠.
이 과정을 거치면, 특정 리더의 성향이나 팀 간의 유불리에 따른 편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팀원에게 평가 결과를 전달할 때, “이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여러 리더가 함께 논의하고 조율하여 내린 객관적인 결과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평가의 핵심은 ‘납득’입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투명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과라는 믿음을 줄 때, 비로소 구성원들은 평가를 성장의 발판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5. 리더십의 진짜 무기는 '솔직한 질문'에서 나옵니다
리더는 언제나 정답을 알고 있어야 할까? 양경식 리드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완벽한 모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팀원들에게 기꺼이 도움을 구하는 ‘솔직한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에게 1on1(1on1) 미팅은 단순히 업무를 점검하는 시간이 아니라, 리더와 팀원이 서로의 성장을 돕는 파트너로서 신뢰를 쌓아가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자, 조직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가장 정밀한 청진기다.
Q. 바쁜 업무 속에서도 1on1(1on1) 미팅을 꾸준히 실천하고 계십니다. 11년간 여러 조직을 경험하시면서, 1on1이 조직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네, 조직이 성장할수록, 그리고 리더의 역할이 무거워질수록
1on1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리더는 필연적으로 현업의 디테일에서 멀어지게 되고, 회의실에서 오가는 보고만으로는 조직의 실제 온도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고 해도, 팀원이 리더에게 먼저 다가가 “사실은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혹은 “리더님의 그 결정 때문에 힘듭니다”라고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1on1은 바로 그 간극을 메워주는, 리더가 현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리더가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 공식적인 소통의 판을 깔아주지 않으면, 우리는 조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진짜 문제들을 영원히 알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1on1을 ‘리더와 팀원 간의 가장 중요한 신뢰 구축 채널’이자, ‘조직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가장 정밀한 청진기’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그 청진기를 통해 조직의 건강한 신호를 듣기 위해, 1on1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원칙이나 자신만의 ‘비밀 무기’ 같은 질문이 있으신가요?
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비밀 무기는 역설적으로 ‘리더의 취약성을 먼저 드러내는 것’입니다.
저는 1on1을 할 때마다 팀원들에게 꼭 이 질문을 던집니다.
“혹시 저 때문에, 저로 인해서 업무를 하는 데 어렵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이 질문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리더 역시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나의 어떤 의사결정이나 소통 방식이 당신에게 의도치 않은 어려움을 줄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겸손한 자세를 보여줍니다.
둘째, ‘나는 당신의 솔직한 피드백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강력한 신뢰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렇게 리더가 먼저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개선하려는 솔직한 자세를 보일 때, 비로소 팀원도 마음을 열고 자신의 진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피드백 문화의 시작입니다.
Q. 단순히 개인적인 신뢰를 넘어, 1on1을 통해 얻은 내용을 조직 전체의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도 하실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1on1은 조직 전체의 전략을 실행하고 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소통 창구가 됩니다.
예를 들어, 핵심가치 내재화와 같은 전사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저는 1on1을 통해 ‘우리 회사는 왜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개인의 맥락에 맞춰 설명합니다.
동시에 팀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가치와의 괴리를 직접 듣죠.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저는 구성원들에게 “핵심가치를 내재화하는 것이 왜 당신에게 좋은지 아시나요? 조직의 가치관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때, 당신은 더 좋은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라고 솔직하게 연결시켜 줍니다.
이처럼 1on1은 리더와 팀원이 개인적인 신뢰를 쌓는 것을 넘어, 회사의 큰 방향성과 개인의 성장을 연결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가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소통’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6. 리더는 좋은 사람이 아닌, 전장의 지휘관입니다
수많은 리더십 이론과 조언 속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는다. 따뜻한 공감과 배려, 수평적인 소통, 구성원의 자율성 존중. 모두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양경식 리드는 이 모든 것에 앞서, 리더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단 하나의 본질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팀의 목표를 달성하고,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승리하는 것. 그의 마지막 조언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유혹을 넘어, 때로는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지휘관’으로서의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적이고 묵직한 메시지였다.
Q. 이제 막 팀장이 되어 고민이 많은 후배 리더들에게, 1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딱 한 가지만 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감히 조언을 드리자면 이것 하나만큼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람 좋은 팀장이 되려고 노력하지 마시고, 조직에서 기대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팀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고민하십시오.”
많은 신임 리더들이 팀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생각에 휘둘려,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쓴소리를 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리더의 본질적인 역할은 팀원들의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팀에 주어진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팀과 팀원을 함께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Q. ‘좋은 사람’이 아닌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저는 팀장을 ‘전장의 지휘관’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곳은 결국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치열한 비즈니스의 전장입니다.
이 전장에서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휘관인 리더가 팀의 원칙과 방향을 명확하게 세우고 그에 맞게 일사불란하게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략을 충분히 공유하고 팀원들을 설득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팀원의 시야에서 모든 것을 리더만큼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 모든 팀원이 리더의 생각과 방향에 100% 동의하지 않는 순간이 올 겁니다.
그때가 바로 리더의 진짜 역할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팀원들과 조율하고 합의해야 할 영역과, 리더로서 책임을 지고 타협 없이 밀어붙여야 할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Q. 그렇다면 리더는 팀원들의 실패나 어려움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지휘관의 역할이 때로는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휘관의 역할이 단순히 목표 달성을 위해 팀원들을 채찍질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리더는 팀과 팀원들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옆에서 일으켜주고, 또다시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그 책임을 특정 개인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이 우리의 의도와 달랐고,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다르게 시도해볼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며 팀 전체의 학습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처럼 목표 달성에 대한 냉철한 책임감과, 그 과정에서 겪는 실패를 포용하는 따뜻한 시선을 함께 가질 때, 비로소 팀은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7. 마무리하며(편집장의 말)
팀장을 찾아서 6회차를 장식해주신 양경식 리드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인터뷰 자체의 인사이트뿐만 아니라,
종료 이후에도 수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며 내용을 보충해주시는 모습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상단의 브런치와 링크드인에서 양경식 리드님의 더 많은 이야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다룬 이야기의 핵심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보았습니다.
(1) 50명일 때의 성공 방정식은 100명 조직을 무너뜨립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끈끈한 신뢰와 문화를 기반으로 만든 제도는 조직이 성장하는 순간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50명일 때 성공적이었던 익명의 동료리뷰가 100명 조직에서는 오히려 불신과 갈등의 씨앗이 되었던 과도기적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이는 조직의 성장 단계마다 과거의 성공 방식을 꼼꼼히 성찰하고, 현재 규모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끊임없이 설계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2)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싶다면, 그의 ‘커리어 결핍’을 찾아야 합니다.
모두가 탐내는 시니어 인재를 영입하는 비결은 단순히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는 상대방의 지난 커리어를 면밀히 연구하여, 그가 지금까지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채우지 못한 ‘커리어적 결핍’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데 집중합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면, 당신 커리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다"는 맞춤형 제안으로 마음을 움직입니다.
(3) 평가는 미래의 성장을 위한 것, 보상은 과거의 성과에 대한 것입니다.
평가가 가진 두 가지 상충하는 목적, 즉 ‘성장을 위한 피드백’과 ‘보상을 위한 등급’ 사이의 딜레마를 그는 명확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의 해답은 여러 리더가 함께 모여 평가의 눈높이를 맞추는 ‘캘리브레이션(조율)’ 과정에 있습니다. 이 투명한 과정을 통해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구성원들이 결과를 ‘납득’하게 만들어야 비로소 평가는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합니다.
(4) 리더십의 진짜 무기는 ‘솔직한 질문’에서 나옵니다.
진정한 신뢰는 리더가 완벽함을 증명할 때가 아니라, 자신의 취약성을 먼저 드러낼 때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가 1on1(1on1) 미팅에서 항상 던지는 “저 때문에 힘든 점은 없나요?”라는 솔직한 질문은, 리더 역시 불완전하며 언제든 개선될 준비가 되어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질문이야말로 팀원들의 마음을 여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5) 리더는 좋은 사람이 아닌, 전장의 지휘관이 되어야 합니다.
그의 마지막 조언은 묵직하고 현실적입니다. 리더의 본질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팀의 목표를 달성하는 ‘전장의 지휘관’이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인기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며 팀을 이끌어야 하는 고독한 책임감. 이것이 바로 그가 11년간의 경험으로 체득한 리더의 숙명입니다.
1on1 미팅에 있어 ‘신뢰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개인의 맥락에 따라 맞춤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 ‘리더의 취약성을 먼저 드러내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구성원들이 마음 편히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어야 하며,
- 구성원들이 본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과를 연결하고 더 잘 몰입할 수 있도록 각자의 입장과 상황을 대입하여 전략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오블릿 1on1은 리더와 함께 위 두 과제를 해결하며, 1on1 미팅의 성공을 달성합니다.
- 자동 요약 기능 덕분에 ‘본질적인 대화’에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화 분석을 바탕으로 ‘더 나은 1on1 미팅을 위한 리더 코칭’을 제공합니다.
- 고정된 템플릿에서 나아가, 상대의 역할과 상황, 이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맥락에 최적화된 가이드 및 주제를 생성합니다.
1on1 미팅의 체계화, 고도화에 관심이 있으신 팀장님이라면, 아래 링크를 통해 내용을 확인해주세요!
팀장의 나침반의 새로운 콘텐츠로 [팀장을 찾아서]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규모든, 어떤 분야든 '조직을 이끌거나 사람을 관리하고 계신(혹은 하셨던) 분들' 각자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국 리더십의 진짜 지혜는 ‘현장’에 있다고 믿습니다.
팀장님들께서 그 동안 쌓아오신 생생한 경험과 고민,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야말로 다른 팀장님들께 가장 큰 울림과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장을 찾아서] 인터뷰에 관심이 있으신 구독자분들께서는 jjchoi@reversemountain.co.kr로 부담없이 연락 부탁드립니다!
# '팀장을 찾아서'는 기존 콘텐츠와 2-3주 간격으로 교차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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