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3] HR의 ‘이상’과 팀장의 ‘현실’, 그 딜레마를 극복하는 역지사지의 자세

팀장을 찾아서 3 : SK브로드밴드 HR실 김진호 팀장

2025.08.26 | 조회 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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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팀장으로 향하는 길 (By 오블릿, 업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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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6 Vol.63

0. 들어가며

HR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제도와, 팀장이 마주하는 냉혹한 현실 사이 균형점은 어디일까요?

평가 제도의 불가피한 제로섬 법칙 하에서, 어떻게 지치지 않는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대기업의 심장부에서 21년간 쉼 없이 달려온 리더가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 HR 센터의 김진호 팀장(Project Leader)이 그 주인공입니다.

2004년 공채로 입사해 B2C 마케팅 기획, ‘See the Unseen’ 광고 캠페인으로 유명했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현업을 거쳐, 2011년부터는 기업 문화, 인재 육성과 관리를 책임지는 HR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K 그룹 차원의 스킬셋 기반 인재 성장 관리 플랫폼, 마이커리어(myCareer)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도입하였습니다.

그는 원티드랩, 기고만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최근에는 ‘다시 조직문화’라는 책을 출간하는 등 
인사이트와 영감을 나누는데 진심이기도 합니다.

 

김진호 팀장은 전사의 인재 육성 전략을 수립하는 HR 담당자이자,
동시에 한 팀을 이끄는 현장의 팀장입니다.

두 개의 다른 모자를 쓰고, 두 개의 다른 세상을 살아가며 그가 느낀 리더십의 무게는 어떤 모습일까요? 

거대한 조직 속에서 팀의 성과와 개인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야 하는 대기업 팀장의 현실적인 고민,
그리고 그가 21년의 경험으로 찾아낸 자신만의 단단한 리더십 원칙들.

[팀장의 나침반]이 그의 솔직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1. 마케터에서 HR 팀장으로, 관점의 전환

Q. 팀장님께서는 2011년 이전까지 마케팅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오래 근무하셨습니다. 특히 유명한 '시더언씬' 광고 캠페인에도 참여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이렇게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마케터로서의 경험이, 지금 HR 리더로서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을 성장시키는 데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 

네,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저는 HRD 업무 역시 일종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든 좋은 제도나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과거에 고객을 설득했던 것처럼, 지금은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거죠.
예를 들어, 최근에 도입한 '마이커리어' 시스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왜 필요한지, 이걸 통해 당신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설명하고 전파하는 내부 전도사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과거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고객을 설득하던 마케터의 관점은, 구성원을 ‘내부 고객’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Pain Point’를 해결해주려는 HR 팀장의 관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묻어났다.

 

사실 취업 준비생 시절부터 가장 일하고 싶었던 분야는 늘 HR이었어요.
다만, 처음부터 모두가 원하는 직무로 배치받는 것은 아니었기에,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었던 셈이죠.
그러나 지금 와서 돌아보자면, 그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 자양분이 된 것 같습니다.

 

 

2. 두 개의 모자: HR 담당자의 이상 vs 현장 팀장의 현실

Q. 팀장님은 전사의 HRD 정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한 팀을 이끄는 리더이십니다. 이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시면서 ‘HR 담당자로서의 이상’과 ‘현장 팀장으로서의 현실’ 사이에 간극을 느끼셨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물론입니다. 그게 항상 딜레마죠.
HR 담당자로서는 구성원들의 성장을 위해 좋은 교육이나 제도를 기획해서 ‘이렇게 하시면 좋습니다’라고 전파합니다.
하지만 막상 제 팀으로 돌아와 한 명의 팀장이 되면,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온원 미팅입니다.
저희 팀은 2주에 한 번, 월요일 오후에 30분씩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저 역시 갑작스러운 보고나 업무, 팀원들의 외근이나 출장 등 여러 이유로 원칙을 100%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HR 담당자로서는 제도를 만들고 권장하지만, 현장 팀장으로서는 그 제도를 지키기 어려운 현실을 매일 체감하는 거죠. 

 

Q. 그렇다면 반대로, 두 역할을 함께하기에 생기는 시너지도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두 역할이 서로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HR 담당자인 동시에 팀을 이끄는 팀장이기에,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며’ 제도를 실행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나 제도라도, 저희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그냥 말로만 좋다고 하면 현장에서의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저희 팀원들이 직접 참여해야 하는 '미니 MBA' 같은 필수 교육 과정을 만들었는데, 저와 담당 매니저가 그 교육을 직접 다 들어봤습니다.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그렇게 직접 경험해 보니 '아, 이 부분이 어렵구나', '이 부분은 이렇게 개선해야겠구나'라는 걸 알게 되더군요.
이렇게 직접 부딪혀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팀장님들을 설득할 때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HR 담당자로서 다른 팀의 리더들에게 좋은 제도를 알리고 교육할 때, 가장 설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역시 현업 리더들의 '바쁨'과 '우선순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AI 교육을 기획해서 전국의 지역 본부를 직접 찾아가서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업 리더들, 특히 B2B 영업 조직 같은 경우는 당장의 실적이 급하기 때문에 이런 교육에 시간을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또한, 리더들 간의 수준 편차도 큰 문제입니다.
어떤 리더는 이미 AI 툴을 개발자 수준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어떤 리더는 아직 구글 계정조차 없으신 분도 있습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HRD 담당자로서 가장 큰 숙제입니다.
결국 "이 교육이 당장 당신의 업무에, 그리고 성과에 어떻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설득의 핵심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HR과 현업 사이의 오래된 간극을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장의 수용성과 리더의 실행 의지가 없다면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솔선수범’‘공감’을 무기로 두 역할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었다.

 

 

3. 성과 평가의 딜레마, 그리고 성장 관리의 새로운 해법, ‘스킬’

Q. 대기업 팀장으로서 성과 관리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평가’일 것 같습니다. 특히 팀원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평가는 더욱 어려워지는데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또 해결해나가고 계신가요? 

정확합니다. 저희 회사의 평가 제도는 기본적으로 상위 조직의 점수를 하위 조직이 나눠 갖는, 일종의 ‘제로섬(Zero-sum)’ 게임입니다.
팀의 평균 점수가 90점이라면, 누군가 92점을 받으면 다른 누군가는 88점을 받아야 하는 구조죠.
과거 MBO 기반의 상대평가 시절에는 상위 30% S, A를 제외한 나머지는 루저가 된 것 같은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제 팀원들 모두가 뛰어난 역량을 가졌고 실제로 성과를 잘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안에서 억지로 차등을 두어 누군가에게 낮은 점수를 줘야 할 때, 리더로서 정말 큰 딜레마에 빠집니다.
‘성과 차등을 확실히 하라’는 HR의 가이드와, ‘모두가 열심히 했는데…’라는 팀장으로서의 마음이 충돌하는 거죠.

 

Q. 그렇다면, 이처럼 피할 수 없는 평가의 딜레마 속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모두의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몇 가지 장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주기적인 원온원(1-on-1)입니다.
평가 시즌에 갑자기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지속적으로 기대 수준과 현재 상태를 공유하는 거죠.
두 번째는 ‘성과 공유회’입니다.
연말 평가 전에, 팀원들이 각자 한 해 동안의 성과를 동료들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를 갖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팀장이 미처 보지 못했던 성과를 발견하기도 하고, 동료들의 객관적인 시선이 더해지면서 평가 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그가 제시한 세 번째 해법은 최근 SK그룹 차원에서 도입하고 있는 ‘마이커리어(My Career)’ 시스템, 즉 ‘스킬(Skill)’을 기반으로 한 인재 육성 방식이다. 

 

Q. 최근 팀장님 팀에서 1년 반 동안 준비해서 오픈한 ‘마이커리어(My Career)’라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시스템인가요? 

SK그룹의 학습 플랫폼인 'mySUNI' 안에 스킬 기반의 HR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것인데요,
이 시스템의 핵심은, 구성원들이 자신이 가진 스킬셋을 스스로 등록하고 레벨(1~5단계)을 자가 진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가진 스킬 중 'HRD'는 레벨 4, '데이터 분석'은 레벨 3, 이런 식이죠.
이후 팀장과의 원온원 미팅을 통해 그 스킬 레벨을 함께 검증하고 조정(Calibration)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Q. 그 '마이커리어' 시스템이 구성원과 회사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나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구성원 개인 차원에서는 자신의 커리어 패스를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내가 가진 스킬과 앞으로 개발하고 싶은 스킬을 등록하면, 시스템이 그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 어떤 교육을 들어야 하고 어떤 경험을 해야 하는지 추천해 줍니다.
둘째, 회사 차원에서는 전사적인 인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회사에 데이터 센터 사업을 위해 필요한 스킬을 가진 인력이 몇 명이나 있는가?’를 검색 한 번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과거에는 이걸 일일이 수소문해서 찾아야 했습니다.
또한,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우리 회사의 특정 스킬셋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 분석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Q. '마이커리어' 시스템에서 스킬 레벨을 두고 팀원과 조율(Calibration)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팀원과 스킬 레벨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어떤 점이 가장 효과적이었나요? 

굉장히 중요하고도 재밌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구성원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어떤 구성원은 엄격합니다.
원온원을 통해 '왜 본인의 스킬을 이 레벨로 생각했는지' 들어보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대화가 됩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그가 보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스킬을 추가해주기도 하고, 반대로 아직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함께 성장 계획을 세웁니다.
앞서 언급한 구성원 스스로의 ‘주도적인 커리어패스 관리’는 물론이고, 팀장이 팀원의 현황에 대해 보다 면밀히 파악함으로써, 다방면에서 맞춤화된 매니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입니다.
조직의 성과와 구성원의 성장을 연결하는 것에 있어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의 해법들은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소통을 통한 기대치 관리’다. 성과와 성장에 대한 관리는 연말에 이루어지는 단발성 평가 이벤트가 아니라, 1년 내내 지속되는 대화와 합의의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4. 리더의 가장 강력한 무기, 원온원 미팅(1-on-1)

Q. 원온원 미팅을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하고 계신다고 했는데, 팀장님만의 노하우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10-10-10 법칙'을 적용하려고 노력합니다.
30분의 시간을 10분씩 세 개로 쪼개는 겁니다.
첫 10분은 지금 당장의 현안(Check-in), 중간 10분은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장기 과제, 마지막 10분은 개인의 비전과 커리어 등 자유로운 주제로 대화합니다.
물론 매번 칼같이 지키지는 못하지만, 이런 구조를 가지고 대화하면 업무 점검에만 매몰되지 않고 구성원의 성장을 위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원온원의 가장 큰 장점은, 팀 회의에서는 '크고 작은 개별 업무의 진척'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야기하지만, 원온원에서는 '그 사람 자체의 성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Q. 팀 회의와는 달리, 원온원에서 ‘업무’가 아닌 ‘그 사람 자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내향적인 팀원들에게는 어떤 효과가 있던가요?

팀 전체가 모여 회의를 하면, 아무래도 내향적인 성향의 팀원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말하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원온원은 리더와 팀원 단둘이 이야기하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죠. 
이 시간을 통해 저는 단순히 업무의 진척도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생각의 배경은 무엇인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신뢰가 쌓인다고 믿습니다.
팀원 입장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리더에게 더 큰 유대감을 느끼게 되고요.

 

Q. 이상적으로는 완벽한 시스템이지만, 현실에서는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운 지점도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바쁜 일정 외에, 원온원을 운영하면서 겪는 또 다른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아쉬운 부분은, 나눈 대화들이 기록되고 공유되면서 서로의 성장을 위한 자산으로 쌓여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는 점입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원온원 이후에 논의된 내용을 스스로 정리해서 공유해달라고 요청하는데, 다들 바쁘다 보니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물론 저라도 혼자서 기록을 남겨 다음 미팅 때 ‘지난번에 우리 이런 얘기 했었죠?’라며 연속성을 이어가려고 하지만, 이 과정이 리더와 구성원 간의 공동 작업이 될 때 가장 큰 효과가 난다고 믿기에 그 점이 늘 아쉽고, 최근에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Q. 결국 이러한 꾸준한 원온원 미팅이 ‘평가의 공정성’이나 최근 도입하신 ‘마이커리어’ 시스템을 비롯한 성과/성장 관리와도 연결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활용되나요?

정확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평가의 제1원칙은 ‘No Surprises’, 즉 연말에 깜짝쇼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원온원을 통해 싱크를 맞추면, 연말 평가는 이미 1년 내내 이야기했던 것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자리가 될 뿐입니다.
팀원 입장에서도 훨씬 수용성이 높아지죠. 
또한, ‘마이커리어’ 시스템의 핵심인 ‘스킬 레벨 조율(Calibration)’을 바로 이 원온원 시간에 진행합니다.
별도의 딱딱한 평가 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OO님이 이번에 데이터 분석 스킬을 레벨 3으로 올리셨던데, 최근 진행한 A 프로젝트를 보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해요. 다음 레벨로 가기 위해선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을지 같이 이야기해 볼까요?” 와 같이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성장을 논의하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원온원은 저희 팀의 성과관리와 성장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소통 채널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5. 팀을 만든다는 것: ‘자율’, ‘배려’, 그리고 ‘편안함’

Q. 팀장님의 리더십 철학이 궁금합니다. 어떤 팀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저는 팀원들이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일이 편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첫째, 매주 월요일에는 팀 점심을 함께 합니다.
딱딱한 업무 얘기 대신, 주말에 뭘 했는지,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 같은 사적인 대화를 나누며 유대감을 쌓습니다.
둘째, 실패에 너그러운 문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실수가 발생했을 때, ‘누가 잘못했나’를 따지기보다 ‘우리가 이 문제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에 집중합니다.

 

Q. ‘편안한 문화’는 자칫하면 ‘갈등을 회피하는 문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팀 내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했을 때, 심리적 안전감을 지키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팀장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제가 말하는 ‘편안함’은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도 안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갈등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갈등을 통해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는 것이죠.
매주 함께하는 점심 식사 같은 활동이 바로 이런 신뢰의 자산을 쌓는 과정입니다.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가 있을 때, 우리는 ‘저 사람이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라고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Q. SK브로드밴드의 ‘위프레시데이(격주 금요일 휴무)’는 많은 직장인들이 부러워하는 제도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자율 근무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리더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 팀의 그라운드 룰은 아주 간단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휴가든 재택이든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것입니다.
대신, 최소 하루 전에는 공유해서 동료들이 예측할 수 있게 하자는 약속은 꼭 지키죠.
리더가 구성원을 믿고, 구성원 역시 그 믿음에 책임감으로 화답하는 문화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신뢰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리더의 더 중요한 역할입니다.

 

Q. ‘소수자 배려’라는 주제에도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팀장님이 생각하시는 ‘배려’란 무엇이며,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계신가요?

제가 생각하는 배려는 타인/제 3자로서의 동정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즉 '역지사지'에서 시작됩니다.
저희는 작년에 여성가족부 DEI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질문을 공식적으로 포함했던 점을 좋게 봐주셨습니다.
단순히 스펙이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을 넘어, 다양성에 대해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인재를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죠. 
팀 단위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팀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퇴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이런 작은 배려들이 모여, 구성원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팀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Q. ‘배려’는 때로 세대나 직급 차이 때문에 더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나이가 훨씬 많은 선배를 팀원으로 모시는 경우, 리더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떻게 그 관계를 조율해나가시나요? 

정말 어려운 숙제입니다.
실제로 제 팀에도 저보다 7~8살 많은 선배님이 팀원으로 계십니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제가 팀장이고 그분이 팀원이지만, 사석에서는 제가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인간적으로 다가갑니다.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는 유연한 태도입니다. 
업무적인 피드백을 해야 할 때는 리더로서 명확하게 역할을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인생 선배로서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거죠.
이처럼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유연한 관계 설정과 소통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리더에게는 끊임없이 주어지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6. AI 시대, 그리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리더

Q. AI가 거대한 화두이지만, 많은 조직에서는 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하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사 인력 육성을 책임지는 HR 팀장으로서, 구성원들 간의 '디지털 격차'라는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계신가요? 

맞습니다. 그 편차가 정말 컸습니다.
단적인 예로, 어떤 리더는 이미 AI 툴을 개발자 수준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어떤 리더는 아직 구글 계정조차 없으신 분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접근 방식을 완전히 다르게 했습니다. 

첫 번째 트랙은 '기반을 넓히는' 작업이었습니다. 
저희 팀원들이 직접 기획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을 돌며 가장 기본적인 'AI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AI가 무엇인지, 우리 업무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였죠. 

두 번째 트랙은 '전문성을 깊게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AI 역량이 뛰어난 구성원들을 별도로 선발해 PBL(Project-Based Learning) 방식의 심화 교육을 열었습니다.
‘실제 현업의 난제를 AI로 풀어보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그들이 직접 솔루션을 개발하도록 지원한 겁니다. 
이처럼 각자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여, 조직의 허리를 튼튼하게 만들고 동시에 최전방을 날카롭게 다듬는, 전체적인 역량 상향 평준화 전략을 택했습니다.

 

Q. 이처럼 구성원의 성장을 끊임없이 고민하시는 팀장님께서, 21년 차 전문가임에도 다시 학생이 되어 MBA를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리더로서 어떤 갈증을 느끼셨나요? 

리더일수록 고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MBA에 가보니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더군요.
71년생부터 97년생까지, 그야말로 세대를 초월한 동기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제가 가진 생각의 틀을 깨고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그것이 제가 계속해서 배우려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배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쉼'과 '역할 전환'입니다. 
저는 지금도 대학원 농구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제가 팀장이지만, 동아리에 가면 저도 그냥 한 명의 팀원일 뿐이거든요.
그런 역할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또 다른 관점에서 소통하는 법을 배웁니다. 
결국 리더가 스스로 건강한 에너지를 유지해야만, 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건강하게 비워내는 것.
이 두 가지를 통해 저 스스로가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동력을 얻고 있습니다.

 

 

7. 동료 리더들에게 보내는 편지

Q. 이제 막 리더가 되어 고민이 많을 후배 팀장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저는 결국 많이 들어라, 좀 더 구체적으로는 ‘원온원’을 꾸준히 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단순히 업무를 체크하거나 사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생각의 배경은 무엇인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팀원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문제들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어떤 리더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궁극적으로는 팀원들이 저와 함께 일하는 동안 ‘재미있었고, 의미 있었으며, 성장했다’고 느끼면 좋겠습니다.
제가 떠난 뒤에도,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는 것.
그것이 제가 리더로서 바라는 가장 큰 보람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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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무리하며 (편집장의 말)

두 가지 역할에서의 밀도 높은 노하우와 트렌디한 현업 소식을 바탕으로,
'팀장을 찾아서' 3편을 장식해주신 김진호 팀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김진호 팀장님과의 인터뷰에 담긴 인사이트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1) HR의 ‘이상’과 팀장의 ‘현실’은 다르기에, 상호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HR은 전사 차원에서 가장 이상적인 제도를 설계하고 전파하지만,
현장의 리더는 한정된 시간과 자원, 그리고 개개인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그 제도를 실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힙니다.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하며 이 간극을 온몸으로 체감한 김진호 팀장님은, 이 딜레마의 해결책으로 ‘솔선수범’을 제시합니다.

자신이 직접 제도를 경험하고 그 어려움에 공감할 때, 비로소 다른 리더들을 진정성 있게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팀장의 입장에서도, 수동적으로 임하기보다 특정 프로그램 및 제도가 ‘나와 우리 팀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해보는 것을 통해 보다 높은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성과/성장 관리는 ‘연말의 깜짝 평가’가 아닌, ‘지속적인 대화’의 과정입니다.

‘모두가 열심히 하는 팀’에서 제로섬 방식의 상대평가는 필연적으로 모두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김진호 팀장님은 성과/성장 관리가 평가 및 단발성 이벤트에서 나아가, 1년 내내 이어지는 소통의 과정임을 강조합니다

주기적인 원온원(1-on-1)을 통해 기대치를 꾸준히 맞추고, ‘성과 공유회’를 통해 동료들의 객관적인 시선을 더하며, ‘스킬(Skill)’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성장의 가능성을 함께 논의합니다.

이 모든 과정의 핵심은 ‘No Surprises’, 즉 투명한 소통을 통해 수용성을 높이고, 연속적인 발전 기회를 포착하는 것입니다.

 

(3) 리더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그 사람 자체’에 집중하는 원온원(1-on-1)입니다.

팀 회의가 ‘업무의 진척’을 논의하는 자리라면,
원온원은 ‘그 사람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안전한 공간입니다.

김진호 팀장은 ‘10-10-10 법칙’을 활용해 업무 점검을 넘어 개인의 커리어와 비전까지 아우르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눕니다.

이러한 꾸준한 대화는 내향적인 팀원에게는 발언의 기회를, 리더에게는 팀원의 생각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며, 이는 공정한 평가와 맞춤형 성장을 위한 가장 단단한 신뢰의 자산이 됩니다.

 

(4) 소수자 배려와 다양성은 리더의 진심어린 ‘역지사지’에서 출발합니다.

명목적인 장치 및 제도 역시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출발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의 자세입니다.

워킹맘/대디로서 아이를 키우는 동료의 상황에 깊이 공감하고, 나이가 많은 팀원을 대할 때는 공적인 역할과 사적인 존중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것, 비정규직 팀원에게 현실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리더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구성원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팀 문화를 만듭니다.

채용 과정에서부터 다양성에 대한 질문을 포함시키는 것과 같이, 조직 차원에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역시 중요할 것입니다. 

 

 

HR과 팀장, 팀장과 팀원, 조직과 소수자까지.

개인주의와 파편화, 선 긋기가 점점 더 만연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함께 나아가는 법’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담고있는 인터뷰였습니다.

 

결국 모든 사례를 관통하는 비법은 ‘더 많이 듣고, 상대의 입장에 서보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 HR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팀장은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기 위해 
  • 조직의 성과와 각 구성원의 성장을 연결하고, 연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 서로 다른 우리가 공통된 목표 아래 공존하며 힘을 합치기 위해

우리는 결국 더 많이 이야기 나누고, 더 많이 들어야 할 것입니다.

 

1on1의 중요성과 활용 가치 또한 알아볼 수 있었는데요,
오블릿 팀 역시 다가오는 9월 중순, AI가 결합된 1on1 모듈을 새롭게 공개합니다. 

  • 자동화 기능을 통해 준비와 정리는 더욱 쉽게,
  • 맞춤형 질문 생성으로 진행은 더욱 능숙하게,
  • 9박스 및 분석 리포트를 통해 관리는 더욱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 리더 코칭 대시보드를 통해 팀장님들의 매니징 역량 역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1on1 문화에 대해 관심 및 고민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대화를 요청해주세요!

 

 

 

팀장의 나침반의 새로운 콘텐츠로 [팀장을 찾아서]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규모든, 어떤 분야든 '조직을 이끌거나 사람을 관리하고 계신(혹은 하셨던) 분들' 각자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국 리더십의 진짜 지혜는 ‘현장’에 있다고 믿습니다. 

팀장님들께서 그 동안 쌓아오신 생생한 경험과 고민,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야말로 다른 팀장님들께 가장 큰 울림과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장을 찾아서] 인터뷰에 관심이 있으신 구독자분들께서는 jjchoi@reversemountain.co.kr로 부담없이 연락 부탁드립니다!

 

 


# '팀장을 찾아서'는 기존 콘텐츠와 2-3주 간격으로 교차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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