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5] 리더의 역할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팀장을 찾아서 9 : 코드프레소 윤형진 책임

2025.11.25 | 조회 4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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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팀장으로 향하는 길 (By 오블릿, 업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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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 Vol.75

0. 들어가며

안정적인 대기업을 떠나 치열한 스타트업 생태계로, 그리고 다시 팀장에서 팀원으로.

격렬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한 리더가 발견한 단단한 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여기, 대한민국 IT와 교육 산업의 가장 역동적인 현장을 온몸으로 겪어낸 리더가 있습니다.

리서처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떼어 데이터 뒤에 숨겨진 사람의 마음을 읽었고,
패스트캠퍼스와 코드스테이츠에서는 교육 기획자이자 팀장으로서 수많은 인재들의 성장을 설계했습니다.

때로는 30명 규모의 팀을 이끄는 지휘자로서, 때로는 다시 실무자로 돌아와 조직의 한 부분을 책임지는 팀원으로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역할을 바꾸며 ‘좋은 조직’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그의 십수 년에 걸친 여정은 하나의 깨달음으로 수렴합니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팀원 개개인의 역량을 일일이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그리고 리더는 그 운동장의 경계를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그가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길어 올린 리더십과 조직 운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1. 숫자의 이면을 읽는 리서처, 사람의 성장을 설계하다

리더의 책상에 앉기 전, 그의 세상은 숫자와 데이터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시장조사와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리서처로서, 그는 차가운 데이터 속에서 사람들의 니즈와 시장의 흐름이라는 뜨거운 맥락을 읽어내는 훈련을 했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그는 또다른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Q. 안정적인 대기업 리서처에서 불확실성이 가득한 스타트업, 그것도 생소했던 성인 기술 교육 분야로 커리어를 전환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무엇이 그런 과감한 도전을 이끌었나요? 

표준화된 체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기여하는 것도 좋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고 더 빠르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갈증이 커졌습니다. 서른다섯 즈음, ‘나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환경이 필요한 게 아닐까?’하는 근본적인 고민에 빠졌죠. 마침 그때 머신러닝, 딥러닝 같은 새로운 기술 분야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가 패스트캠퍼스를 알게 됐습니다.

사실 진짜 결정적인 계기는 대표님과의 면접이었습니다. 한 시간가량의 면접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이 있냐는 질문에, 제가 이렇게 여쭤봤어요. “제가 만약 입사하게 된다면, 바로 알게 될 이 회사의 가장 큰 단점을 솔직하게 말씀해주십시오.” 보통은 좋은 이야기를 하기 마련인데, 그 질문을 시작으로 대표님께서 30분 동안 놀랍도록 솔직하게 회사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와 성장통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지금 우리 조직은 이런 문제가 있고, 이런 부분이 부족하며, 그래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그 솔직함에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이 조직은 문제를 숨기거나 포장하지 않는 곳이구나, 리더가 먼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드러낼 줄 아는 곳이구나 하는 깊은 신뢰가 생겼습니다. 그 30분의 대화가 제가 모든 안정성을 뒤로하고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Q. 리서처로서의 경험이 교육 기획자나 팀장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떤 강점으로 작용했나요?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제 커리어 전체를 관통하는 저만의 철학이 있다면, “숫자는 많은 것을 말해주지만,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관점이 사람의 성장을 다루는 일에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강의 만족도 점수가 지난달 4.2점에서 이번 달 4.3점으로 올랐다고 해서 단순히 ‘개선되었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0.1점의 상승보다, 점수는 조금 떨어졌더라도 “이런 부분이 아쉬우니 개선해주세요”라는 구체적인 피드백이 담긴 의견이 훨씬 더 소중한 데이터라고 생각했죠.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의 높낮이가 아니라, 그 숫자가 나오게 된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현상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이 현상의 원인이 되는 데이터는 무엇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며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리서처로서의 습관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강의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수강생 한 명 한 명의 성장 경험 전체를 설계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데 리서처로서의 경험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었습니다.

 

 


2. 30명 팀의 조율사, 모든 문제는 ‘스케줄링’에서 시작되었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종종 혼돈과 동의어다. 갓 합류한 교육 기획자에서 어느덧 30명에 가까운 팀을 이끄는 팀장이 되었을 때, 윤형진 책임님은 그 혼돈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기획자, 콘텐츠 제작자, 그로스 마케터, 디자이너. 각기 다른 전문성과 업무 방식을 가진 다양한 직군의 팀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만드는 일은, 마치 제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과 같았다. 그는 그 과정에서 팀의 발목을 잡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예상치 못한 곳, 바로 ‘업무 스케줄링’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영역에 있음을 발견했다. 

 

Q. 기획자에서 처음으로 30명 규모의 팀을 이끄는 리더가 되셨을 때, 가장 현실적으로 부딪혔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단연코 ‘업무 분배와 스케줄링’이었습니다. 제가 실무자일 때는 제 스케줄만 관리하면 모든 것이 명확했습니다. 하지만 팀장이 되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러 개의 강의가 동시에 기획되고, 홍보되고, 운영되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진 30명의 시간을 조율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일이 잘하는 사람에게만 몰리는 현상’이었습니다. 팀 내에 누구나 인정하는 에이스(A)가 한 명 있었죠. 그러다 보니 급하고 중요한 일은 자연스럽게 모두 그 사람에게 쏠렸습니다. 당장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A는 과도한 업무량에 지쳐 번아웃 직전까지 내몰렸고, 반대로 다른 팀원들(B, C)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업무만 맡게 되면서 성장할 기회를 잃고 동기부여가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팀 전체의 퍼포먼스는 정체되었고, 저는 리더로서 이 불균형을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Q. 말씀하신 ‘에이스에게 일이 쏠리는 현상’은 많은 팀장들이 공감할 만한 딜레마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시도를 하셨나요? 

문제의 원인을 파고들어 보니, 단순히 업무를 재분배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팀원들 간의 역량 차이와 소통 방식에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머릿속에 아이디어는 가득하지만 그것을 명확한 기획서로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획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불완전한 기획서를 받은 콘텐츠 제작자는 의도를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 제작 속도는 자연히 느려졌죠.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조합을 시도했습니다. 그 기획자에게는 제가 직접 붙어서 기획서를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작성하는 법을 코칭했습니다. “이 기획서는 당신이 없어도, 누가 읽어도 똑같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죠. 기획서의 퀄리티가 올라가자, 콘텐츠 제작자의 업무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업무 이해도는 조금 느리지만 한번 이해하면 누구보다 꼼꼼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콘텐츠 제작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느린 작업 진행 속도 때문에 다른 팀원들이 그와 협업하는 것을 다소 꺼리게 되었죠. 저는 과감하게 그 팀원을 한동안 제가 직접 담당하는 프로젝트에 투입했습니다. 1대 1로 붙어서 일의 전체적인 그림과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의 강점인 꼼꼼함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그는 팀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리더의 역할이란, 팀의 현재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각 팀원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팀 전체의 역량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시스템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운 경험이었습니다.

 

 


3. 좋은 성장은 ‘물음표’에서, 좋은 평가는 ‘과정’에서 나온다

팀이라는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그의 고민은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향했다.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에서 벗어나, 스스로 성장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조직 전체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기 위해, 성과 평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결국 리더가 팀원들에게 어떤 ‘관점’을 심어주는지에 달려있다고 믿었다. 성장은 끊임없는 ‘물음표’를 던지는 습관에서, 평가는 투명한 ‘과정’을 공유하는 소통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었다. 

 

Q. 팀원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팀장님만의 특별한 철학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많은 리더들이 ‘성장’이라는 막연한 단어 앞에서 어려움을 느낍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리더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신,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강조했던 것은 바로 ‘물음표(?)를 갖는 습관’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팀원이 저에게 "일잘러가 되려면 무슨 책을 읽어야 하나요?"라고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특정 책을 추천해주는 대신 이렇게 말했습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소의 태도입니다."

제가 믿는 진정한 성장은 주어진 일을 얼마나 잘 해내는가가 아니라, 그 일을 왜 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단순히 지시받은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게 최선일까?", "왜 이 방향으로 가야 하지?" 와 같은 물음표를 스스로에게 던지는 과정 속에서 시야가 넓어지고 문제 해결 능력이 길러진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의 때 누군가 의견을 내면, 설령 그것이 정답처럼 보여도 바로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정말 그럴까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되물으며 팀원들이 한 번 더 생각하고 토론하게 만들었죠.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의 핵심이었습니다.

 

Q. 그렇다면 교육 기획 및 운영 업무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하셨나요? 만족도처럼 정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더욱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량적인 수치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그 숫자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강의 만족도 점수라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점수가 나왔는가’에 대한 정성적인 피드백이었습니다. 점수가 조금 떨어졌더라도 구체적인 개선 의견이 담긴 피드백은 우리 팀에게 매우 가치 있는 자산이었죠.

저는 그 피드백들을 그냥 쌓아두지 않았습니다. 리서처로서의 경험을 살려, 모든 피드백을 분석하고 유형별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팀 회의 때 그 데이터를 공유하며 함께 논의했습니다. "데이터를 보니 수강생들이 A라는 부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와 같은 방식으로요.

이런 접근 방식은 팀원 개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습니다. 단순히 이메일을 50통 보냈다는 양적인 성과보다,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그 결과 팀 전체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더 중요하게 봤습니다. 결과라는 열매뿐만 아니라, 그 열매를 맺기 위해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렸는지를 함께 보는 것. 그것이 제가 추구했던 평가의 본질이었습니다. 이처럼 투명한 데이터와 과정을 기반으로 소통할 때, 팀원들도 평가를 성장을 위한 건강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때로는 의도적으로 팀원이 되어라: 리더십은 '역할'일 뿐이다

리더의 자리는 종종 커리어의 정점처럼 여겨진다.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조직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 하지만 윤형진 책임님은 그 통념에 과감히 물음표를 던진다. 그는 팀장이라는 직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팀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에게 리더십이란 오르기만 해야 하는 사다리가 아니라, 조직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바꿔 입을 수 있는 ‘옷’과 같았다. 이 파격적인 선택의 이면에는,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리더의 역할이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지 온몸으로 겪어낸 뼈아픈 성찰이 담겨 있었다.

 

Q. 팀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셨음에도, 현재는 팀원의 역할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전 직장 중 한 곳에서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일한 뒤 찾아온 번아웃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1년 정도의 공백기를 가졌습니다. 다시 커리어를 이어가려 했을 때, 제 위치가 조금 애매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팀원으로서는 경력이 너무 많았고, 그렇다고 팀장으로만 지원하기에는 제 스스로 아주 긴 팀장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결정적인 계기는 그 이후에 합류했던 회사에서의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팀장을 맡고 있던 시기에 회사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어려운 이면들을 깊이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팀장’이라는 역할이 때로는 얼마나 고독하고,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인지 절감했습니다.

그 힘든 시간을 겪으며 리더십에 대한 제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팀장은 더 이상 올라가야 할 ‘정점’이나 ‘계급’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것은 조직의 특정 상황에서 요구되는 수많은 ‘역할’ 중 하나일 뿐이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그 깨달음 이후, 저는 굳이 ‘팀장’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역할에는 가치와 의미가 있으며, 지금의 저에게는 다시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기여할 수 있는 팀원의 역할이 더 가치가 높다고 느껴졌습니다.

 

Q. 팀장 경험 후 다시 팀원이 되어보니,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조직이나 리더를 보게 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변화를 느끼시나요?

확실히 과거의 제 방식과는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경험하며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리더로서의 저는 원래 팀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합의점을 찾아가는 방식을 선호해왔습니다. 다시 팀원이 된 이후에는 ‘명확한 방향성을 먼저 제시하고 팀을 이끌어가는 방식’을 추구하는 리더분들과 함께 할 기회가 생겼는데요.

과거의 저였다면 이런 방식에 의문을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 저 리더님은 저런 방식으로 팀의 목표를 달성해 가는구나’ 하고 한 걸음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차이를 통해 리더의 스타일에 따라 팀원들의 성장 방식이나 소통 문화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배우는 기회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이제 저는 제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그 안에서 제 몫을 다하며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장이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팀원으로서 조직에 기여하는 또 다른 방법을 배우고 있는 셈입니다.

 

 


5. 가장 중요한 원칙, "당장의 실적에 대한 결과론적인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솔직한 대화’는 건강한 조직의 필수 조건이지만, 바쁜 업무 속에서 리더와 팀원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원온원(1on1) 미팅은 많은 조직에서 그 취지가 무색하게 주간 보고나 실적 점검의 연장선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윤형진 책임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만의 확고하고도 다소 파격적인 원칙을 세웠다. 바로 "원온원에서는 당장의 실적에 대한 결과론적인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원온원은 숫자를 보고받고 점검하는 시간이 아니라, 리더와 팀원 모두에게 ‘이 시간만큼은 어떤 이야기든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자, 미래의 성장을 함께 그려나가는 전략적 소통의 시간이었다.

 

Q. 원온원 미팅을 매우 중시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원온원을 위한 팀장님만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에게 원온원의 제1원칙은 명확했습니다. “당장의 실적에 대한 결과론적인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많은 리더들이 원온원을 단순한 ‘업무 체크’나 ‘실적 점검’의 시간으로 활용하는데, 저는 그것이야말로 원온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최악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야기는 평소 업무 시간이나 회의 시간에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온원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목적을 가져야 합니다. 누군가는 "일 얘기는 안 하고 수다만 떠나?"라고 할 지 모르지만, 저는 그 '수다'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원온원의 본질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리더와 팀원 간의 ‘깊은 신뢰 형성’이고, 둘째는 ‘개인의 성장을 위한 방향성 논의’입니다. 이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눈앞의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그 사람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리더가 "저는 요즘 ~ 이렇습니다. ~님은 어떠세요?"와 같이 솔직함을 먼저 드러내면서 대화를 시작해 나갈 때, 비로소 팀원도 마음속 깊은 고민이나 진짜 목표,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것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신뢰 위에서라야 “요즘 어떤 성장을 하고 싶으세요?”, “그 성장을 위해 회사가, 그리고 제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같은 진짜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Q. 그렇다면 그 귀한 시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기록의 중요성도 강조하셨는데요.

A. 코드스테이츠 시절에는 모든 팀원과 한 달에 한 번, 1시간씩 의무적으로 원온원을 진행했습니다. 30명에 가까운 팀원들과 매달 30시간을 쓴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는 않았지만, 저는 이 시간이 팀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투자라고 믿었습니다. 특히 이 시간이 단발성 대화로 끝나지 않도록 ‘기록의 연속성’을 지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원온원에서 나눈 모든 대화의 핵심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관리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리더 혼자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과 함께 대화 내용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달 원온원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난달 기록을 함께 다시 읽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달에 우리가 A라는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한 달 동안 어떤 시도를 해보셨나요?”, “B라는 고민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문제는 좀 해결이 되셨나요?” 와 같이 지난 대화를 상기하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문을 열었죠.

이렇게 대화가 단절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게 되면, 원온원은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한 사람의 성장 서사를 리더와 팀원이 함께 써 내려가는 연속적인 과정이 됩니다. 팀원은 리더가 자신의 성장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되고, 리더는 팀원의 변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며 더 정확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힘들어요"라는 감정적인 호소에 공감해주는 것을 넘어, "지난번에도 비슷한 어려움을 이야기하셨는데, 혹시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와 같이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는 거죠. 결국 이 꾸준한 대화와 기록이 쌓여, 리더와 팀원 간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단한 신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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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무리하며(편집장의 말)

팀장을 찾아서 9회차를 장식해주신 코드프레소 윤형진 책임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데이터의 이면을 읽던 리서처에서 사람의 성장을 설계하는 교육 전문가로, 그리고 조직의 판을 짜는 리더에서 다시 동료들과 함께 뛰는 팀원으로.

그의 독특하고 깊이 있는 커리어 여정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리더십의 본질을 고민하는 한 리더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다룬 이야기의 핵심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보았습니다.

 

(1) 숫자의 이면을 읽는 리서처의 시선으로 조직을 바라보라. 

그는 "숫자는 많은 것을 말해주지만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만족도 점수 0.1점의 상승보다, 점수가 하락하더라도 구체적인 개선 피드백이 담긴 목소리가 더 가치 있는 데이터라는 것이죠. 이처럼 리더는 눈에 보이는 결과 너머의 맥락과 원인을 파악하려는 리서처의 관점을 가질 때, 비로소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2) 팀의 비효율은 ‘업무 분배’에서 시작된다.

그가 30명 규모의 팀을 이끌며 발견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에이스에게 일이 쏠리는 현상’이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효율적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에이스의 번아웃과 다른 팀원들의 성장 정체를 유발하는 독이 됩니다. 그는 리더의 역할이 단순히 일을 나누는 것을 넘어, 팀원들의 강점과 약점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시너지를 만들고 팀 전체의 역량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시스템 설계자’가 되어야 함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3) 좋은 성장은 정답이 아닌 ‘물음표’를 줄 때 시작된다.

그는 팀원들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스스로 "왜?"라고 질문하는 습관을 갖도록 유도했습니다. 리더가 완벽한 지시를 내리는 대신 의도적으로 생각할 여지를 남겨둘 때, 팀원들은 비로소 수동적인 실행자를 넘어 능동적인 문제 해결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4) 리더십은 계급이 아닌, 유연하게 바꿔 입는 ‘역할’이다.

팀장에서 다시 팀원으로 역할을 바꾼 그의 파격적인 선택은, 리더십이 커리어의 정점이 아닌 조직의 필요에 따라 수행하는 하나의 ‘역할’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나 팀원의 시각으로 조직을 바라보는 경험이, 오히려 리더로서의 시야를 넓히고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5) 원온원의 제1원칙: "결과론적인 보고와 점검에서 벗어나세요."

그가 제시하는 원온원의 핵심은 ‘업무 점검’이 아닌 ‘신뢰 구축’과 ‘성장 지원’입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직접적인 단위의 업무 이야기를 배제하고, 기록의 연속성을 통해 팀원 개인의 장기적인 성장 서사를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이처럼 원온원은 눈앞의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미래를 함께 그리기 위한 가장 깊이 있는 소통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와 연속성에 기반한 원온원 미팅’이 팀원과의 신뢰를 쌓고 성장을 지원하는 데 얼마나 강력한 도구가 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 탁월한 효과만큼이나 난이도가 높은 일입니다. 

바쁜 리더가 모든 팀원과의 대화를 매번 기억하고,
지난 액션 아이템을 챙기며,
성장을 위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요구합니다.

실제로 많은 원온원 미팅이 '단발적인 대화'로 끝나며, 그 소중한 내용들은 그대로 휘발되곤 합니다.

 

오블릿 1on1은 바로 이 지점에서 리더들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줍니다.

  • 과거의 대화 기록과 목표, 주고받은 피드백을 한눈에 보며 대화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 AI와 함께 팀원의 상황과 성장에 필요한 맞춤형 질문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 리더의 준비 시간은 최소화하면서도, 대화의 질은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1on1 미팅의 체계화, 고도화에 관심이 있으신 팀장님이라면,
아래 링크를 통해 오블릿이 어떻게 팀의 성장과 소통을 돕는지 직접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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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온원에 관한 더 많은 사례, 오블릿이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에 대한 콘텐츠들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팀장의 나침반의 새로운 콘텐츠로 [팀장을 찾아서]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규모든, 어떤 분야든 '조직을 이끌거나 사람을 관리하고 계신(혹은 하셨던) 분들' 각자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국 리더십의 진짜 지혜는 ‘현장’에 있다고 믿습니다. 

팀장님들께서 그 동안 쌓아오신 생생한 경험과 고민,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야말로 다른 팀장님들께 가장 큰 울림과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장을 찾아서] 인터뷰에 관심이 있으신 구독자분들께서는 jjchoi@reversemountain.co.kr로 부담없이 연락 부탁드립니다!

 

 


# '팀장을 찾아서'는 기존 콘텐츠와 2-3주 간격으로 교차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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