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아는 사람을 다시 만날 때 '너와 나의 두 번째 도쿄'

구독자님, 이게 뭘까요. 토털 뷰티 기업 'UKA'가 지난 1월 14일부터 한 달간 2월 14일까지 기간 한정 판매로 두피 케어 브랜드 '쵸콜릿 켄잔'을 발매해요. 2월 14일이면 발렌타인데이. 설날 지난 게 언제라고 벌써 쵸콜릿 장사인가요. 본래 이 제품은 핑크, 보라 등 색색깔 두피 마사지 용 브러쉬로 두피 케어 미용액과 함께 사용하는 용도인데요, 발렌타인데이를 준비하며 특별히 쵸콜릿 색상이 발매됐어요. 2022년 처음 선보여 호평이었던 탓에 다시 등장한 셈인데요, 단순한 브러쉬처럼 보여도 사용하면 쵸코 민트 향이 나는 '슬컬프 클렝징'과 세트로도. 전 별로 살 것 같지는 않은데, 꼭 계절 미리 앞서 사는 사람들 있지 않나요. 매번 반복되는 걸 보면, 설렘은 미리미리 챙길 수록 오래 지속되나봐요. 그럼 오늘도, 시작해볼까요.🏃‍♂️

 🌅 이별 후 도쿄를 여행할 때, '츠나구' 

🐎 의미보다 말이 먼저 도착한 단어, 그런 일본어 있나요. 흔히 '이치고이치에'랄지, '카와이'나 '오겡끼데스까'와 같이, 영화, 혹은 책을 경유한 말들이 의미와 상관없이 먼저 찾아와 익숙해지기도 하는데요, 그 중 이 말도 있을 것 같아요. 바로 '츠나구 つなぐ.' 츠지무라 미즈키의 2014년도 '요시카와 에이지 신인 문학상' 수상작이자, 이후 마츠자카 토오리와 키키 키린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츠나구'가 그 말을 그대로 제목으로 쓰거든요. 이승 뒤에 저승이 숨겨진 설정의 이야기로, 영화에서 '츠나구'는 그 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중간자적 존재를 말해요. 좀, 유치한가요. 그런데 이런 말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착한 말, 누구에게도 해가되지 않는, 들으면 들을 수록 득이 되고, 그래서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는 점일 것 같아요. 특히 '츠나구'의 경우, 2020년을 중심으로 여러모로 중요한 포인트에 있었던 도쿄를 수식하는 말로 참 많이도, 열심히 쓰였어요. 록뽄기의 '모리 미술관'이 연례 정기 연말 전시를 진행하며 그 타이틀을 '록뽄기 크로싱 잇다(つなぐ)'로 지었었고, 올림픽 해이자 연호도 레이와로 바뀌고 1백년에 한 번이라는 재개발이 곳곳에 한창인 도시는

그야말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어제가 저물고 내일이 밝아오는 그런 시간의 도시였거든요. 그래서 저도 관련 기사나 글을 쓰며 얼마나 많은 것들을 '츠나구' 이어왔는지 모르겠어요. '츠나구.' 다소 촌스럽고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건 곧 정말 그래서가 아닐까요. 진실이란 늘 진부하게 느껴지듯이 말이에요. 그리고 일본엔 바로 이 말을 또 이름으로 쓰는 여행 정보 사이트가 있는데요, 2022년 10월 보다 본격적 활동을 벌이고 있는 'tsunagu Japan.' 코로나 이후 소원해진 일본과 일본이 아닌 곳의 사람들을 다시 '잇다'를 목표로, 지난 해 입국 제한 완화가 결정된 뒤 전과 다른 관점, 새로운 시도의, 여행 안내 정보를 기획, 발신하고 있어요. 일본어 외에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타이, 그리고 한국어까지 다국어를 함께 서비스하고, 누구나 아는, 가이드북에나 적혀있을 고리타분한 죽은 정보가 아닌, 가장 지금의, '현재 진행중형의 도쿄를 말하다'를 지향해요. ①사람 ② 지역 ③ 문화 이렇게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정보가 아닌 스토리, 일방향적 전달의 발신이 아닌 상호 작용의, 취재원과 독자를 '잇는' 성격의 콘텐츠 개발이 특징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다시 도쿄에 간다면 tsunagu Japan, 도움이 될까요(개인적으로 아무런 이해 관계는 없답니다;) 오니기리로 유명한 토시마구(豊島区) 키타오오츠카(北大塚)의 '혼고(ぼんご)'를 소개하면서는 우콘 유미코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낫토의 맛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겠다는 집념으로 무려 커피 풍미의 낫토 'SOYFEE'를 개발한 오노오카 케이타 씨의 낫토와 커피 사정 등, 요즘 도쿄 어떻게 살고있나요. 지역을 파면서는 몇 해 전 저는 면접을 보며 처음 알게된 키요스미하라(清澄白河)의 개인 카페 특집이 실리기도 하는데요, 한국에선 나카메구로 이후 그 맥락 좀 끊겨있지 않나요. 코로나 이전과 이후, 불매 이전과 이후, 그리고 설날이 지나간 어제와 바로 오늘 이후. 여러모로 '잇다'의 시간은 지금 우릴 어디로 데려다줄까요. 오늘은 지금의 도쿄에서 사람, 거리, 컬쳐. 딱 세 개만 골라봤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4년 더 살아보니' 人 

다시 찾는 도쿄, 지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딱 한 명 꼽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렌털 씨.' 혹시 아나요? 2018년 트위터 상에 시작된 내가 하기 싫은 일이거나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맡아서 해주는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본명 모리모토 쇼지 씨가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흘렀는데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를 직업으로 하는 이 별나고도 별난 남자의 일상은 그야말로 화제가 돼 2019년에 만화화, 이후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쟈니즈 소속 NEWS의 마스다 타카히사가 바로 그 렌털 씨를 연기했어요. 당시 트위터의 팔로워 수는 26.7만. 그런데 그 의뢰라는 게 정말로 사소하고 구체적이라, 혼자 가기 힘든 디저트 카페 함께 가주기, 도쿄타워 함께 오르기, 봄철 꽃놀이 자리를 맡아주기, 맛집의 줄을 대신 서주기...등 실로 사소하고 자질구레, 하지만 소소한 귀찮음을 동반하는 것들이에요. 아무튼, 이 어딘가 외로움에서 시작됐을 직업은 SNS는 물론 TV와 메이져 미디어에까지 노출되며 당시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지난 3년, 코로나를 지나며 소위 렌털 씨, 모리모토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얼마 전 '동양 경제(東洋経済, 무려 경제지에요)'가 그야말로 이와 같은 궁금증에 그에게 연락,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를 통해 그를 알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에서는 결코 깨달을 수 없는 혼자, 그리고 혼자가 아님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내가 할 수 없는, 하기 싫은 것을 렌털 씨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는 건, 의외로 혼자의 쓸모, 나아가 함께하지 않음의 가치를 알아가는 일이었어요. 모리모토 씨는 출판 업계의 러브콜도 받아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 이어서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더욱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 모두 두 편의 에세이도 냈고, 한국에도 그 중 하나가 번역되어 있는데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참 많은 일을 해요.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먼저, 우리가 모르던 사이 트위터 팔로워 수는 더 늘어 2022년 12월 현재 39만을 돌파했고, 그는 어김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해요. '

"외출을 동반하는 직접 만나며 해야하는 일은 삼가해왔지만, 변함없이 의뢰가 들어오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어요.'"의뢰 수수료도 변함 없이 1만엔, 교통비나 기타 발생하는 비용을 의뢰자가 부담하는 비즈니스. 그대로인데요. 뭘 해야만 살고있는 걸까요. 하지 않음의 생산성, 즉 일을 한다는 것의 숨은 의미. 개인적으로는 워크 라이프에 있어, 참 많은 질문을 던져준 트위터였어요. 참고로, 모리모토 씨는 일찌감치 결혼, 초등학생 남자 아이의 아빠랍니다.

 🧑🏼‍🤝‍🧑🏽혼자가 되어 혼자를 채우다 ① 

타인의 하기 싫은 잃을 대신 해주는, 혹은 함께 하는 일이란 코로나 이후 아마도 가장 큰 타격을 받았을 것 같아요. 많은 대면 비즈니스가 지난 3년, 그리고 지금까지도 고통을 겪고 있잖아요. 하지만 렌털 씨는 오히려 의뢰가 늘었다 하는데요.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하지는 않아도 추측하기를 이론 머스크 씨의 트위터 CEO 취임이 하나의 전기였다고 말해요. "명확히 이게 이유라 할 순 없지만, 짐작이 되는 건 8월에 나가노현(長野県) 마츠모토 시(松本市)에 있는 킷사텡에 동행해달라는 의뢰 이후에요. 그곳은 종업원이 아이스크림에 밀크와 커피를 부어주는 식의 서비스를 하는데 그걸 영상으로 올렸고 반응이 좋았어요." 실로 이 트윗엔 좋아요가 15만개나 달렸어요. 다만, 렌털 씨의 트위터는 그 성격이 평범하지는 않아 TV 노출 등이 있었음에도 소위 표시가 잘 되지 않는 'Shadow Ban'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CEO의 해임과 머스크 씨의 취임 이후,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이 변한 탓인지 노출 빈도수와 함께 반응도 늘어났고 팔로워도 증가했다는 게, 모리모토 씨의 추측이에요. 물론 정말 그러한지는 알 수 없지만, 머스크 씨에게 물어볼 뿐이지만,

애초 렌털 씨가 렌털 씨가 된 건 그와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그저 단 하나의 트윗 때문이었어요. 모리모토 씨보다 더 먼저, 트위터에선 참 별난 이름의 '오고레라레루야' 풀어보면 한턱을 대신 받아 먹어주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프로 오고라레야(プロ奢ラレヤ)'씨가 활동 중이었거든요. 오고라레야 = 오고라레루(奢られる) +야(屋)이고, 쟝르(?)가 먹다에 한정된 탓인지 이 분의 현재 팔로워 수는 12.1만 명이에요. 모리모토 씨는 그를 보고 지금의 렌털업을 구상했다 해요. 본래 그는 오사카 대학을 나와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고, 적성에 맞지 않아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됐고, 그 조차 잘 맞지 않아 방황 중이었는데요, 그러다 한턱 쏘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그를 대신 해주는 '오고라레야' 씨를 발견, 지금의 렌털 일을 하자고 생각해요. 전 이 이야기를 보고, 어쩌면 이건 일본을 필터로 바라보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의 살아가는 방식은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세상엔 참 다양한 직업이 있고, 그보다 세세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은 더 많고, 그를 해결해주는 건 다름아닌 내가 아닌 남, 타인과 함께라고 생각하게 돼요. 덤으로, 나의 약점이란 언제든 장점일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요.

 👨‍👩‍👧‍👦 혼자가 되어 '함께'를 증명하다, 타인의 값어치 ②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 이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어떤 말이 떠오르나요. 아마도 관계에 대한 어려움, 조직 생활 부적응 같은 것들을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일은 좋지만 사람이 힘들어 혼자가 되는 케이스는 주변에도 적지 않잖아요. 모리모토 씨 역시 렌털 씨가 된 데에는 그와 비슷한 이유가 섞여 있는데요, 다만, 그가 하는 일들을 보면 어김없이 의뢰인과 함께, 혹은 그를 통해, 즉 혼자가 아닌 상태의 업무인지라, 그게 꼭 함께에 대한 부적응, 힘듦은 아니었다고 느껴요. 오히려 정말 적성을 만난 게 아닐까 생각마저 드는데요. 모리모토 씨는 '이게 천직이라 서슴없이 말하기도 해요. 그리고 벌써 4년째가 되어가는 요즘, 그 의뢰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어요. 자금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의뢰를 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은 별로 그렇지 않고, 모리모토 씨는 의뢰가 계속 들어오는 이유를 각자가 가진 나름의 사정은 늘 어딘가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무언가를 대신하는, 동시에 대신 해줌에 가치를 느끼며 거래가 성사되는 셈이에요. 그래서 심지어 어떤 의뢰는 '그냥 안돼요라 말해주세요'라는 것도 있었고, 또 얼마 전에는 'OO씨 멋있어요'라 말해주는 것 만으로 6만 2천 엔을 벌었다고도 하는데요(이건 분명 돈에 여유도 있겠죠?).

코로나 방역 대책이 완화되면서는 함께 해외 여행을 가달라는 의뢰도 들어와 모리모토 씨는 생애 첫 해외 여행을 그 의뢰인과 다녀왔어요.

물론 이 경우 모리모토 씨의 여행 경비는 모두 의뢰자 부담이에요. 시작은 단 1만엔의 의뢰 수수료 였지만, 한국 여행 동반 몇 배의 확장인가요. 또 어느 여성은 출생 신고를 하러 함께 가자는 의뢰를 했다는데요. 남편이 함께 할 수 없는 사정으로 홀로 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출산 직후 몸이 성치 않아 걷는 것도 힘든 상태라 동행을 요청한 건데요. 업무 당일 의뢰인은 골반 밴드를 차고 나타나 '회음부가 아프다'거나 '허리가 부서질 거 같아'라고 소리를 지르며 그래도 무사히 제출, '이걸로 우리 애 존재하는 거지요'라 눈물을 흘리며 안심을 했다고 해요. 물론 요즘은 인터넷 상으로 등록을 할 수도 잇고 부모나 더 가까운 지인이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래서 더 말할 수 없는 것, 함께 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는 게 또 인생 아닌가요. 달리 말하면 타인의 존재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우리 일생엔 있어요. 더불어 나이 지긋한 한 남자는 도쿄역 근처를 대화를 하며 함께 걸어달라는 의뢰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말기 암 환자였고, '오랜만에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어 기뻤어요'라 감사를 전했다 해요. 인생, 뭐 이렇게 감동적인가요. 렌털 씨는 모든 의뢰를 수행한 후 트위터에 그 기록을 남기고, 공유를 해요. 비록 돈을 경유하지만 너와 내가 이어지는, 너로 인해 나의 하루가 살아간 흔적일까요.

140자의 글들은 단지 혼자이기 어려워 시작된 일이지만, 그건 분명 누군가에 의해 도움받고, 때로는 구원되는 순간들의 기록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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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모키타자와, 규정될 수 없는 것들의 성지 街 

구독자님, 도쿄의 가장 좋아하는 마을 있나요. 대부분은 가장 알려진, 그래서 쉬운 시부야나 신쥬쿠를 가장 처음 알게되지만, 몇 번쯤 다니다 보면 왜인지 나랑 잘 맞는다 느끼게 되는 동네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도쿄의 경우 지역마다 그 특성이 서로 다른지라 각각의 동네가 풍기는 느낌도 사뭇 다른데요. 예전엔 그를 그대로 옮긴 '도쿄여자도감'이란 드라마가 있었죠. 저는 어쩔 수 없이 시부야를 가장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키치죠지나 미타카와 같은 시골같은 도쿄도 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오늘은, 시모키타자와를 이야기해보려 해요. 저희 레터에서 여러 번 관련 소식들, 특히나 전차의 지상화를 축으로 하는 재개발 이야기를 여러 번 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본래 시모키타자와는 연극과 인디 음악, 그리고 헌옷(후루기) 마을, 그렇게 서브 컬쳐의 성지라 불리는, 도시 보다는 마을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에요. 특히 쇼와 시대에 지어진 목조 건물의 역사(駅舎)는 재개발 직전, 고작 2년전까지 그대로였거든요. 마찬가지로 재개발로 역할을 다하고 보존되고 있는 하라쥬쿠 역사와 함께 가장 오래된 역사 건물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근래 100년의 1번이라는 재개발 바람에 지금의 시모키타자와는 그런 어제의 풍경과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재개발의 좋은 예로 이야기했던 '선로 마을 프로젝트', 그렇게 생겨난 '보너스 트랙'이랄지 '미캉', '리로드' 등은 이전의 상점가를 대신하며 대안의 개발 모델을 보여주었지만, 그건 곧 오랜 어제와 이별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세상에 이별 없는 내일 없다고, 이게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가장 최선의 이별을 찾아야 할까요. 한국에서는 2019년 나리타 료와 키시이 유키노 주연의 '사랑이 뭘까'가 개봉했던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은 2019년 바로 그 시모키타자와에서 영화를 찍었는데요, 제목이 '마을에서(街の上で), 여기서 '마을'은 곧 시모키타자와이고, 영화는 변화하는 도시의 일상은 과연 어떤 하루인가, 체감하는 일상으로서의 변화이거나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요. 즉, 변해가는 마을에서, 그곳을 살아가는 변하지 않는 사람들에 주목해요.

그래서 주인공 세이(와카바 타츠야)는 헌옷 가게에서 일하는 20대 프리터 남자, 연애도 그럭저럭 사는 것도 그냥저냥 흘러가는 가운데 미대에 다니는 여학생 마치코(하기와라 미노리)가 제작중인 영화에 출연을 제안하며 이야기가 흘러가요. 즉 영화 속 영화가 만들어지는, 자연스레 변화하는 시모키타자와를 찍는 영화이기도 해요. 후루기야(헌옷 가게), 후루혼야(헌책방), 그리고 킷사뗑 등 새롭게 변화하는 도시의, 오래된 것들이 그저 오늘을 살고 있어요. 그런데 시모키타자와에는 올해로 14회를 맞는 '시모키타자와 영화제'라는 게 있거든요. 이마이즈미 감독은 그 영화제의 2회 때 작품을 응모, 9회 때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어요. 이번엔 그를 연으로 영화제 측이 영화 제작을 의뢰, 그렇게 만들어진 게 '마을에서'에요. 다시 한 번 말해보면 마을이 마을의 영화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마을의 영화라는 건 어떤 걸까요. 마을을 이야기하기 위해 결국 무엇을 말해야 할까요. 이마이즈미 감독은 그건 곧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이라 이야기하는데요. 조금 더 첨언해보면, 시모키타자와에선 아마도 특히 더 그래요. 

 👩🏾‍🤝‍👨🏼 노이즈를 간직한 영화, 이별을 살다 ① 

구독자님, 이런 영화를 좋아하나요. 마을을 주제로 하는 영화들. 사실 마을이라는 건 지내면서, 그곳을 경험하며 알게되는, 그렇게 드러나는 것들이라, 형태를 갖지 않는 하지만 실재하는 것들인지라 결국은 사람을 경유한다고 생각해요. 이마이즈미의 영화는 국내에서 소개된 게 얼마 되지 않아 무어라 이야기하긴 힘든데요, 근래 일본에선 가장 다작을 하는, 지난 3년 새 코로나 기간 동안 무려 7편이나 만들 정도로 열심히 활동하는 영화 작가 에요. '사랑이 뭘까'를 비롯해 '마을에서', 그리고 후지와라 키세츠와 '멘즈 논노' 모델 출신인 미야자와 히호의 'his'와 2022년엔 카토리 싱고 주연의 '창가에서(窓辺にて)' 등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 3년 안에 모두 제작되었어요. 그리고 올해는 야스다 히로유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치히로씨(ちひろさん)'가 개봉 예정인데요. 그의 영화는 대부분 실내극, 소규모의 말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라 그래서 가능했을까 싶기도 하면서,

영화란 비단 물리적 조건이 갖춰진다고 만들어지는 건 또 아닌지라 이 창작력 뭘까 싶기도 해요. 아무튼, 그의 영화는 무엇보다 말'이 참 중요해요. 긴 대사를 주고받는 롱테이크의 장면이 유독 많고, 말을 통해 그 안에 숨겨진 마음이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무수히 반복되기도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전 21세기 오즈 야스나리라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그리고 어쩌면 바로 이런 그의 영화 만들기의 방식이 시모키타자와란 마을과 잘 어울려요. 이마이즈미는 자신의 영화를 설명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노이즈'라 이야기하기도 하거든요. '제 각본에서 현저히 드러나는 건 이야기하기 전 '음..그건 말이야'랄지, '아니, 그래도'와 같이 '음'이나 '아니'나, 노이즈가 가득 담겨있다는 것이에요. '그렇다고, 난 말이지'처럼 의식적으로 도치법을 쓰기도 해요. 마(間)도 다용하죠. 그럼 일상의 말에 가깝게 접근한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이건 곧, 쉽게 무어라 단정하지 않는 태도의 작법이기도 한데요, 명확한 도시 개발이 아닌 세월에 의해, 시간 흐름과 함께 만들어지는 마을이란, 아마도 그런 생김새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세상 살아가는 데, 공식이 있을까요. 영화는 어차피 만들어진, 그만큼 작의적이고 인위적인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엄연히 현실을 반영하는 탓에 그건 별로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아요, 그리고 이마이즈미 감독의 영화엔 그를 뒷받침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는 게 말, 그리고 사람이에요. 연애물이라 해도 누가봐도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마이즈미 감독 왈 '어디나 굴러다닐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지거든요. "제가 오리지널 각본으로 작업을 할 때는 늘 미남미녀의 현실미 떨어지는 영화가 아닌, 그와 정반대로 그 어디 즈음에 굴러다니고 있을 법한, '나의 이야기'가 되어가는 연애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대사 또한 그에 맞춰 잘 가꿔진 다듬어진 말이 아닌, 현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들이 베이스가 되어있고, 그런 게 이마이즈미 영화에선 역으로 명대사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가령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세이의 '변해도 없어져도 있었다는 건 사실이니까.'라는 말은, 영화의 정곡을 찌르고 있지만, 결코 정색을 하지는 않거든요.

 🐈 묘한 거리감의 나와 너, 거리는 그리움으로 자란다 ②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연인인지 친구인지, 미묘한 거리감의 설정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해요. 예를 들면 헤어진 남자친구나 짝사랑했던 여자. '마을에서'는 바람을 핀 주제에 차였으면서 잊지 못하고 살고있는 주인공 세이와 그가 만나는 여자들과의 관계가 그러한데요. 이마이즈미 감독은 "오래 전부터 '미묘한 거리감의 남녀, 사귀고 있는 건지 그저 끌리고 있는 건지, 이성의 친구 사이, 아니면 그저 아는 사람 등, 무어라 정의되지 않는 관계의 사람들을 관찰하는 게 좋아요'라 말하기도 해요. 그런데, 어쩌면 대부분의 인간 관계란 바로 이러하지 않나요. 하루하루 살기 바쁜 도시에선 인간 관계도 손득, 이해 관계에 따라 만나고 또 만나지 않지만, 보다 세월이 느껴지는 거리에, 그런 마을에선 아직 이름을 갖지 못한 관계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을지 몰라요. 더불어 영화 '마을에서'에서 주효하게 그려지는 건 나와 마을의 관계이기도 한데요. 어느 동네에 산다고 해도 그 마을과 친해지기에는 일정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동시에 그건 꼭 물리적 길이의 시간이 아닌 경우도 많아

오래 살면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게 도시 생활이기도 하잖아요. 이마이즈미 감독은 이 영화에서 바로 그런 소속되지 못한 일상의 거리감도 의식하고 있어요. 그는 "저는 후쿠시마 출신에 대학은 나고야에 나와서 줄곧 오사카에 살았어요. 도쿄에 올라와서는 시모키타자와 근처 사사즈카(笹塚)에 살았죠. 시모키타자와는 동경하는 거리였고, 좀처럼 친해지지 못했어요. 단골 가게 하나 생기지 않았죠."라 하거든요. 하지만, 떨어져 있기에 알 수 있는 것, 느끼게 되는 감정, 만들어지는 관계가 있잖아요. 말하자면 일종의 외로움을 동반한 일상과의 관계랄까요. 극중에서 세이는 연인 관계에서도, 영화 출연을 결정한 뒤에도 '이바쇼(居場所, 나의 자리라 느끼는 곳)'를 느끼지 못하고, 어디서도 좀처럼 안정감을 갖지 못하는데요. 영화 칼럼니스트 스나가 타카오는 그를 가리켜, '마을에 있었지만 없었던 것이 되어있는 사람의 존재'라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영화는 그런 사람, 그런 관계, 그런 일상 또한 존재하고 있다고 긍정해요. 대사를 다시 한 번 인용하면 '없어져도 변해도 있었다는 건 사실이니까.' 마을이 그렇게 이야기해준달까요. 

그리고 또 하나 이 영화가, 그리고 지금의 시모키타자와가 이야기하는 건 바로 '변화'에요. 사실 도시의 역사란 개발-재개발의 연속인지라, 이건 어찌할 수 없는 인생사이기도 할텐데요. 반면, 그렇게 마을의 정경, 풍경, 일상의 역사들은 사라져버려요. 이마이즈미 감독 또한 '시모키타자와의 예전 모습을 알고있는 사람으로서 개발이 꼭 좋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그저 깨끗해지기만 한 남쪽 출구를 보면 촌스럽다 느껴요'라 말해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1981년 후쿠시마에 태어나 스무살 무렵 도쿄에 올라온 사람, 이마이즈미 씨의 일상, 곧 주관일 뿐이잖아요.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돌아가고 도시는 지속되는 한, 주관 또한 시대와 함께 업데이트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게 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 당연한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우리 각자의 마을, 시모키타자와는 서로 다른 기억이 될 뿐이에요. 그래서 이먀이즈미 감독은 '각자가 그리워하는 시대가 서로 다르다는 건, 의외로 멋진 걸지 몰라요'라 말했는데요. 극중에도 등장하는, 그야말로 명대사에요.

이제 시모키타자와를 갓 알게 된 젊은 세대는 또 시간이 흘러 마을이 변했을 때, 지금의 3040과 같이 '옛날이 좋았다'라 중얼거릴지 몰라요. 그렇게 서로 각자 다른 그리움으로, 마을은 살아가는 걸까요. '도쿄여자도감'처럼 도쿄는 오늘도 변화하지만, 시모키타자와는 지금 그리움을 말해요.

 🏠 새해의 첫 꿈과 같은, '무지 스몰 라이프' 文化 

오는 2월 3일부터 4월 23일까지, 너무 먼 미래일까요. 하지만 신년의 시작이란, 새삼 좀 멀리의 내일까지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는 2월 '무인양품' 긴자 지점 ATELIER MUJI GINZA에서 모두 두 개의, 재미난 전시가 열려요. 하나는 더할나위 없이 어울릴 것 같은 「small MUJI」와 또 하나는 일본의 전통 과자에 초점을 맞춘 「사랑해야 할 일본의 과자(愛すべき日本のお菓子)」. 각각 갤러리 1과 2에 나뉘어 전시되고, '스몰 무지'의 경우 미니츄어를 하나의 별도의 아트 작품으로 제작해 그를 통해 일상을 들여다보는 취지의 내용인데요, 아직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 해 무지는 겨울 건축가 모토키 다이스케가 이끄는 DDAA LAB과 함께 디오라마 형식으로 도시 공간을 제작, 그를 통해 도시와 거리, 지역이 앉고있는 이런저런 사회적 과제를 고민해보는 기획을 편 적이 있어요. 당시 제목은 MUJI for Public Space. 깔끔하게 재정비된 거리에 무지 상품들의 초-축소판 모형이 곳곳을 채우며 '다시 살아감'의 일상, 좀 더 즐겁게 살기 위한 100개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는데요. 이번 전시도 그와 비슷한, 혹은 그의 연장선이 아닐까요.

이번에는 미니츄어 캘리더를 제작하는 사진가가 타나카 타츠야 씨와 함께 한다고 하는데요. 무지가 제안하는 '스몰 라이프'가 모두 14종의 미니추어 작품으로 공개돼요. 그리고 두 번째 전시 '사랑해야 할 과자'는 말 그대로, 일본 식문화 중 하나인 전통 과자에 포커스, 요리가 나가오 토모코 씨와 전국 78개 과자점이 협력, 소재와 발상지, 그에 얽힌 문화들을 '연결'하며, 과자의 스토리를 풀어갈 예정이에요. 새로 시작은 했으나 1년 365일이란 모두 365개의 시작이라 조금은 막연하나요. 그럴 땐 하나부터 천천히, 그래도 모를 때에는 작은 것부터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일지 몰라요. 그저 똑같이 일어나 밥 먹고 생활하는 것 뿐인데 관점을 달리하면 보이는 풍경이 다르듯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전시 관계자는, '평소 생활하는 거리, 일상이 좀 더 흥미롭게 느껴질 거라 기대합니다'라 이야기해요. 2023년의 작은 퍼즐 한 조각, 준비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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