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실패'가 우리에게 '약'이 되려면, '스포츠'의 집은 어디인가

오늘부터 46일. 레터가 도착하는 화요일이면 올림픽까지 45일인데요. 2020 도쿄 올림픽은 정말 하는 걸까요. 현재 일본의 코로나 감염자 수는 하루 평균 2천 명 수준. 도쿄는 그래도 많이 줄어 2~3백 명 안팎인데요. 스포츠 선수들의 꿈과 열정, 노력이 결실을 맺(을 예정이었던)는 올림픽은 지금 왜 그곳에서 알 수 없는 '고생'을 하고있는 걸까요. 대체 올림픽이 뭐길래. 무얼 위한 대회이길래, '긴급 사태' 속에서도 멈추지 못하는 걸까요. 얼마 전 일본에선 '코로나 분과회'의 회장인 오미 시게루의 발언이 논쟁이 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에 정신없어 잊고있을 뿐, 애초 '올림픽은 무얼 위한 대회였을까요.'

 어쩌면, 코로나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 분과회' 오미 시게루 회장의 이 말은 당연히 논쟁이 되었어요. 주로 자민당(일본의 여당) 의원들이 책임감이 부재하다, 이제와서 할 소리가 아니다 등등의 말들을 쏘아붙였는데요, 전 오미 회장의 이 기자 회견을 보고, '아, 올림픽이 그런 이벤트였지' 새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저 코로나 소식에 벌벌 떨며 '하나마냐'에 매여있는 동안, '우리가 올림픽을 치르는 이유', '함성을 지르고 응원을 했던 날'들에 대한 의미, 가치를 잊고있었단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문제의 '본질'은 보지도 않은 채, 혹은 못한 채 헛방망이만 돌리고 있었다고 처음으로 느꼈어요.

그리고 이들도 사실은 이미 알고있다는 것. 뉴스를 틀면 일본은 그저 포기하지 못하고 고집부리고 있는 것 처럼만 보이지만, 그곳에도 '올림픽의 성공'이 아닌, '올림픽을 걱정'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분명 있어요. 더불어 이제야 새삼 깨닫는, 돌아보는 올림픽의 가치, 목적, 동기를 생각하면, (코로나가 아닌) 올림픽의 '관점'에서도 지금같은 상황에서 올림픽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답은 이미 나와있습니다. 올림픽 헌장은 다음과 같음을 목적으로 하고있거든요.

 3주간의 대대적 '감염 이벤트', 바하 회장은 '사기꾼 남작'? -월스트리트저널 

그리고 최근 일본에선 대부분 학교들의 수학 여행을 비롯 행사들이 취소를 결정한 가운데, 왜 유독 '올림픽'만 '예외'냐는 볼맨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기도 해요. 대체 우리가 기다리던 올림픽이 아닌, 그들(만)의 올림픽은 무슨 대단한 '금메달 시장'을 노리고 있는 걸까요. NHK 기자를 거쳐 '뉴스위크 일본판'의 부편집장, 그리고 지금은 프리랜서 스포츠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모리타 히로유키는 얼자 전 자성적인, 일본 언론의 '침묵'에 대하 장문의 글을 공개하기도 했어요. 일본의 80%가 개최를 반대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답니다.

2020, 2021이 되어버린 '올림픽'이 지금 우리에게 하고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나쁜 일본'에서 보이는 것들, 그들의 실패가 이야기하는 것, 그럼에도 지속되는 (일본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는데요,  올림픽 경기장을 설계했던(얼마 전 접종 센터로 사용되었다고 다소 조롱조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던) 쿠마 켄고는 지난 해 올림픽 1년 연기에 맞물려 '내가 디자인한 건 올림픽이 아닌, '그 후'라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오늘의 주제는 '그 후'의 일본입니다.

 올림픽을 '멈추게 하기' 위해 4년이 아닌, '평생'을 애쓰는 사람들 

얼마 전 모리타 씨가 저널리스트로서, 한 명의 일본 국민으로 털어놓은 이야기들은 미디어 관점에서의 '올림픽'을 꼬집은 것들이었어요. 요지는 일본의 주요 언론들이 올림픽 개최에 대해 '해야한다/하지 말아야 한다' 입을 다물고 있다는 거였는데요. 늘 '중립', '양비론'의 방패 뒤에 숨어책임을 면피하려는 '나쁜 일본'의 전형이에요. 실제로 일본 주요 TV 채널을 비롯 신문사들은 외신의 소식을 전하기에'만' 바쁜 보도 행태를 보이기도 했어요. '무無책임'이 가장 나쁜 언론의 예시라고도 느껴요.

다만, 2013년부터 올립픽 반대를 외쳐온 아티스트이자 활동가 이치무라 이사코 씨는 '올림픽을 둘러싼 정부의 '변론'이 늘 같은 패턴으로 움직인다고 이야기해요. 후쿠시마 원전 때(올림픽 유치전에 한창일 때)에는 '후쿠시마를 부흥하기 위해',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엔 '코로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말하자면 개최가 힘든 이유를, 그럼에도 개최를 해야하는 '목적', 동기 부여 용으로 삼는 셈이에요. 참 교묘하죠. '극복'과 '감동'은 올림픽의 오랜 드라마 클리셰이고, 일본(인)이 이런 거에 좀 약하거든요. 그렇게 올림픽 (개최)가 가져오는 함성, 환호 뒤에 가려진, 소위 지워지는 '배제'의 서사는 늘 묻혀오기도 했고요. 이번에도 올림픽 경기장을 만드는 탓에 인근 지역 주민, 홈리스들이 자신의 '삶 터'를 내어줘야 하기도 했습니다. 쿠마 씨는 마을과 어우러지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경기장'을 이야기했지만, 50년 넘는 올림픽 헤게모니 안에서 그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도 느껴요. 물론 문제는 늘, 그 우두머리, 지역과, 마을과 주민들과 가장 멀리에서 고작 몇 마디를 떠는 이들이지만요.

 올림픽의 '주어'를 찾아라, 이시하라 사토미의 올림픽은? 

그러니까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의 문제가 남아요. 어쩌면 가장 기본, 핵심, 원론적인 이야기를 우린 놓치고 있는게 아닐까요. 영화 '카스미가오카 아파트'가 이야기한 것처럼, 올림픽의 역사는 곧 '배제의 역사'이기도 했거든요. 환호하는 사람들 이면에 소외당하는 사람. 대대적 이벤트에 가려져 '삶의 터전'마저 잃어버리는 '결코 적지 않은 소수들.' 하지만 올림픽이 아름다운 건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물, 땀방울, 사연, 드라마가 있어서이고, 그렇게 지속된 수 십년이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뭇매를 맞고있는 성화 봉송이지만, 그 기념적인 릴레이의 첫 번째 주자로 선택된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는 '매우 개인적인' 올림픽을 이야기했어요. 

 배제와 소외, 감동이란 그렇게 '이기적'이지 않아요  

그에 더해 아쿠타카와 수상 작가이고 사회적 발언도 서슴치 않는 소설가 히라노 케이치로는 근래 끊임없이 '올림픽 중지'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반反올림픽' 트윗을 올리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계속 비난 조의 트윗에 지쳤는지 당분간 '네거티브' 트윗은 삼가겠다는 자조의 말을 남기기도 했답니다. 역시 소설가 다워요. 그리고 지난 4월 1일자 '니시니혼 신문'에 입장을 정리한 칼럼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올림픽의 본질을 망각해가는 가운데,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선수입장에서, 전 일본 럭비 국가대표 선수였고, 지금은 코베 신와 여자 대학의 교수로 있는 히라오 츠요시는 이번 올림픽 소동으로 일본에서의 '스포츠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어요. 동시에 '선수에게 올림픽은', 선수의 입장에서 '좀 더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받지 않을 권리, 말하지 않을 자유, 그리고 (개최)하지 않을 의무 

삐걱대고 있는 올림픽이 이야기해주고 있는 건 사실 '한다/안한다' 그 이상일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최근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의 용기있는 '거절'이 저는 이야기하는 바가 많다고 느꼈어요. 말하자면 인터뷰를 '받지 않을 권리', 답하지 않을 자유, 말하지 않음으로서 말하는, 의사를 드러내는 표현, 일종의 저항의 선언이었는데요. 뒤이어 '우울증 고백'을 하면서 '사건'은 얼추 무화가 되어버린 느낌이지만, 오사카 선수의 '말하지 않을 권리'는 새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참, '별 거 아닌 말'이죠. 그런데 이 말은 이후 테니스, 나아가 스포츠 업계에 큰 '소동'을 일으켰어요. 먼저 대회측이 1만 5천 달러, 우리 돈으로 18백 만원에 가까운 벌금을 부과했고요, 같은 일이 번복될 경우 주요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출장 정지,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어요. 나오미 선수는 결국 1회전 승리 이후 2회전부터 기권, 대회를 포기했습니다. 테니스 선수에게 테니스 경기를 앗아간 건, 무엇일까요.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 후 인터뷰인터뷰, 심지어 경기 중에도 밀착하듯 다가와 카메라를 돌리고, 록커룸까지 찾아오는 그들의 '말할 권리'는 왜 누군가의 '말하지 않을 권리'를 무화시키는 걸까요. 전 그저 스포츠와 미디어의 '고루한 결탁'이란 느낌밖에 들지 않아요. 그러니까 '누구를 위한 스포츠인(였던)가요.'

오사카 나오미의 말에 스포츠 동료 선수들은 공감과 지지를 표했어요. 먼저 테니스의 전설이자 나오미가 목표로 삼는다 늘 이야기했던 셀레나 윌리암스는 "나도 꼭 같은 경험이 있었다. 그녀의 기분을 너무 잘 알 것 같기 때문에 포옹해주고 싶다"고 이야기했고요, 남자 테니스 선수인 노박 죠코비치는 "그녀를 지지한다. 그런 행동, 말을 한다는 건 매우 용기가 필요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오사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활약하는 메이저 리거 다르비슈도 공감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의 말은, 스포츠 선수의 일상, 경기장 밖에서 흘러가는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해요.

금메달 리스트 OOO,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알고, 또 모르고 있을까요.

 올림픽 말고, 조금 더 초현실적, 미래적인 2021의 도쿄 

그리고, 2020, 2021이 모두 '올림픽 YEAR'는 아니에요. 도쿄가 2020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무렵부터 일본에선 '반 유치' 움직임이 줄곧 있었거든요. 당시 보다 시급한 '후쿠시마 재생'에 필요성을 주장하며 올림픽은 시기상 맞지 않다는 데모가 여러 차례 열리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단 한 번의 3주간 축제가 아닌, 지속되는, 오늘 이후 다시 이어지는 '내일'에 대한 고민과 애씀이 도쿄엔 어김없이 부단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쿠마 씨 이야기처럼 '그 후'를 위한 날들이 오늘도 지속되고 있어요. 그 중 하나로, 올림픽 경기장 인근을 중심으로 도쿄 곳곳에 '내일의 비젼'을 제시하는 '파빌리온' 7동이 차례로 지어지고 있어요. 도쿄도와 도쿄 역사문화 재단이 함께 주체하는 '파빌리온 도쿄 2021'란 프로젝트에요. 

먼저 이 프로젝트가 주목할만 한 이유는 모든 작품(파빌리온)이 도쿄 올림픽 경기장 인근, 반경 3km 안에 만들어진다는 점이에요. 우리에게도 익숙한 쿠사마 야요이를 비롯 철저히 '자연의 관점'에서 건축을 쌓는 후지모리 테루노부, 쿠마 켄고와 동세대 건축가이자 일본에선 처음으로, 여성으로는 첫 플리츠커 상을 수상한 세지마 카즈요, 비교적 젊은 건축가인 후지모토 소우, 이시가미 준야 등 여덟 명의 건축가, 아티스트가 '내일의 도쿄'를 '미래의 건축'을 제안하고 있어요. 사실 '미래'란 알 수 없기에 가장 아름다운 말이잖아요, 쿠사마 여사 님은 그의 시그니처인 '도트'를 활용해 방문객이 직접 하나씩 총천연색의 '점'을 붙이면서 완성(되어갈)되는, '방'을 제작했는데요. 이름하여 'obliteration의 방, 소멸하는 방'입니다. 

 이왕, 꿈이라면 실현하고 싶어요 

의미심장하죠? 작음에서 출발해 거대한 세계를 경유하고 다시 단 하나의 '점', 소멸해가는 쿠사마 월드가 '예견'하는 도쿄는 어떤 의미의 내일일까요. 어쩌다 '짐'이 되어버린 2021, 7월의 그 날이 조금은 '상상의 날개'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지금도 TV를 켜면 양복 입은 정치인들의 '제자리 맴도는' 설전이 치열하지만, 도쿄의 내일은 정말 그곳에 있을까요? 오히려 '내일'은 예상치 못한 것, 기대를 배반하는 것, 이왕 꿈이라면 실현됐으면 좋겠고, 이왕 실현된다면 '행복하고 싶어요.' 우리의 2021은 어디로 가고있는 걸까요. 확실한 건, 올림픽이 '전부'는 아니란 사실이에요.

그리고 오늘은 이 노래로 마무리를 하려고 해요. 시이나 링고로 대표되는 '도쿄지헨'이 지난 주 10년의 공백을 깨고 새 앨범, 신곡을 발표했습니다. 시이나는 올해로 어느새 마흔 셋인데요, 무려 랩을 하고 '춤'이 아닌 댄스를 해요. 내일은, 사람이란, 참 모를 일이죠. 제목은 'MUSIC.' 10년의 '빈 시절'을 지나 다시 떠올리는 '음악'은 어떤 시작의 멜로디일까요. 가사 중엔 '시부야 난페다이에 가게 내고 싶어', '신주쿠 야라이쵸 커다란 주차장에 수 백평 가게 내고싶어'란 얘기가 있는데요, 새삼 풀어보면 '도쿄지헨'은 TOKYO INCIDENT. 내일의 사건사고를 우리는 모르고, 이왕 사건(고)라면, 좋은 사고이길 바래요.😆 👩‍❤️‍💋‍👩 😆

오늘 레터, 어떠셨나요? 사실 올림픽 관련해서는 '입을 다물려' 했어요. 근래 일본이 보여준 모습 중 가장 '나쁜 예이기도 하고, 모든 일에 '교훈'이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기엔 여전히 '험난한 코로나 팬데믹'이니까요. 다만, 세상이 정치가들의 '말'들 만으로 굴러왔던 건 아니듯, 우리에겐 2020 올림픽이 아닌, 다시 시작하는 봄, 그리고 또 한 번의 여름이 기다리고 있어요. 퍼퓸의 댄스 디렉터이자 여성 댄스 컴퍼니 '일레븐 플레이'의 mikiko 씨 연출의 개막식은 물 건너가버렸지만(1년 연기와 함께 통보도 없이 잘렸다고 해요;), 요즘같은 날이면 히라노 케이치로의 소설 'dawn'을 펼쳐놓고, '도쿄지헨의 '群青日和, 파란 하늘과 평화로운 하루'는 어떨까요.

결국 중요한 건 '나의 감感', 지금 우리가 느끼는 세상과 하늘 같은 거라 생각해요. 기상청 예보는 또 틀려 비오는 날 우산도 없지만, 현실(날씨)이 꿉꿉할 땐, 잠깐 도망을 갔다가 오면 되요.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고 했지만, 사실 그게 뭐 부끄러울 일인가요.

마지막 노래, 타카기 쇼헤이의 '미드나잇 랑데뷰' 올려놓을게요. 세로의 보컬인데요, 조금 더 미니멀하고, 조금 더 '고독'해요. 별 일 없이 꿈꿈한 일상이지만, 😘 세상엔 이런 음악의 '현실'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올림픽'을 성대하게, 성공리에 치르고, 다시 또 보아요.👋👋 또 한 번의 '일주일'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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