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에 비친 너와 나, 그리고 '책방은 점점 사람이 되어간다'

돌연 멀어져버린 내일. 귀엽고 뭉클한 이야기를 발신하는 유튜버 '오문구 씨'의 '명언'을 다시 한 번 인용해보면, '내일이란 어느새 오늘이 되어있기 때문에 어디에도 없는' 내일이라는데요.  다만, 다시 자유롭게 여행을 가는 내일이랄지, 보지 못한 누군가를 오랜만에 만나는 내일, 또는 좋아하는 감독의 신작이 개봉하는 내일과 같이, '내일'이란 분명 기다림으로 우리 일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고도 느껴요. 그리고, 코로나 이후 막혀있던 하늘길이 열리며 다시 도쿄에 갈 수 있는 내일이 정말, 코앞에 다가왔는데요. 어쩌다 3년, 다시 그곳에 간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근래의 도쿄라면 1백년 만의 재개발이라 불리는 도시 전체의 공사로 이런저런 것들이 변화하고 있는지라, 그야말로 격세지감의 도쿄는 아닐까도 생각해요. 그리고 거대한 망치질 곁, 거리 어느 구석에 작지만 커다란 변화를 살아가는 곳이 바로, 센토와 책방인데요. 저희 레터에서도 심심찮게 두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죠.

물론 책방의 변화란 이미 좀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것도 같지만, 얼마 전 나가노현의 한 센토는 무려 책방을 이어받았어요. 센토는 시설의 노후화, 운영진의 고령화로 요즘 폐업이 줄을 잇거든요. 그래서 다종다양한 실험을 하며 내일을 모색하고 있는 게 근래의 센토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나가노현 마츠모토시(松本市)의 1백년 넘는 역사를 가진, 미야자카 켄고 씨의 센토 '키쿠노유(菊の湯)'를 이어받은 건, 미야자카계가 아닌, 건너편 책방을 운영하는 키쿠치 토오루 씨였어요. 보통의 센토라면, 그 외 어떤 가업도 대부분 친족이 뒤를 잇는 게 정상이잖아요. 키쿠치 씨는 출신도 마츠모토 시가 아닌, 시즈오카(静岡) 출신에, 마츠모토 시에 건너온 건 2010년, 고작 10년 세월을 조금 넘길 뿐이거든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런데 키쿠치 씨 이름에 '키쿠노유'의 菊자가 있는 거, 운명일까요. 키쿠치 씨는 '책방도, 센토도 내겐 모두 '서드 플레이스'에요'라고만 말했어요. 알듯 모를 듯 알 것 같은 내일, 오늘의 주제, '책방이 점점 사람이 되어간다'에요.

 👨‍👩‍👧‍👦 모든 게 제로가 되었을 때 드러나는 것, '무인책방'이란 복수형 

그런데 센토를 이어받는 책방, 1백년 전통의 동네 목욕탕을 계승하는 키쿠치 토오루 씨는 어떤 사람일까요. 센토 내에 차려지는 책방의 이야기는 저희 레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도 아닌 센토를 통쨰로 물려받는 책방은, 대체 어떤 곳인 걸까요. 그런데 애초 키쿠치 씨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건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본래 그는 스타벅스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료칸, 빵집 등에서 10여 년 접객 일을 했거든요. 그의 책방 '시오리비(栞日, 일상의 책갈피 정도일까요)'는 올해로 12주년을 맞지만, 그렇게 처음부터 책방과 직접적 연결 고리를 갖는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다만, 그는 마츠모토 시로 건너와 생활하기 시작한 후 일상에 작은 웃음을 전하는 일의 가치를 깨달았다 해요. 그렇게 책방 겸 카페인 '시오리비'를 오픈, 이후엔 이전을 하며 이전 점포를 도심에서 이주해오는 이들을 위한 서포트 숙소 '시오리비INN'을 열었고, 그에 더해 일용품으로 테마로 하는 갤러리 '시오리비 별실(栞日分室)'도 시작했거든요.

서로 모두 다른 장르의 가게, 업종이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는 것,이겠죠. 키쿠치 씨는 '건너편의 센토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좋았고, 꼭 남겨야 하는 것'이라 이야기해요. 책방도, 센토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조금은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곳. 일상의 한숨을 고르는 장소, 그런 작은 비일상, 우리 삶의 책갈피같은 곳이기도 하잖아요. 어쩌면 책방이란 '관계'로 일어나고 움직이는 공간...이라기보다 생물체같은 걸까요. 코로나 이후, 요즘 더 북적이게 움직이는 동네의 책방을 보면, 전 그 모습이 자꾸만 오랜만에 만나는 너와 나로 느껴져요. 조금 더 과장하면 책방이 점점 사람이 되어가는 감각이랄까요. 코로나로 만남이 제한되었던 계절, 일본 미야자키현(宮崎県)의 니치난시(日南市) 한 마을엔 '아무도 없는 서점', 무인 헌책방 '책, 과(本、と)'가 문을 열기도 했어요. 마치 만남을 잃은 우리 일상과 같이. '책'과 '과.' 두 자 사이의 빈자리는 거리두기의 2m를 은유할까요. '책, 과'를 시작한 스기모토 큐우스케 씨는 '느슨하지만 끝나지 않은 인간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고 말해요.

그런데 이 책방, 어쩌면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일지 모르겠어요. 애초 '책, 과'란 책방은 하나의 프로젝트 활동명이기도 한데요, 소위 발족인이라 할 수 있는 스기모토 씨는 "밥을 먹으러 왔다 상점가를 둘러볼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스폿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무인 서점을 기획했다'고 말해요. 그러니까 책방은 그저 하나의 계기일 뿐, 애초 마음은 딴 데(상점가)에 가있는 셈이기도 한데요. 책방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이 프로젝트에 동감하는 사람들로부터 책을 기부받았고, 그래서 모든 책들은 중고, 헌책들. 타인의 세월이 담겨있는 한 권과 한 권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무인가게'에서 가장 오해하기 쉬운 것. 여기서 사람이 없다는 건 손님이 아니라, 운영하는 점장, 스태프, 직원이 없다는 이야기거든요. '사람이 없는' 무인 가게란, 만남을 유도하는,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자리랄까요. 가게에는 방문한 사람들이 마음껏 무언가를 적을 수 있도록 메시지 보드도 설치되어 있고, 스기모토 씨는 '인기척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의도했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모든 책들은 타이틀을 알 수 없게 커버로 가려져 있는데요, 그건 바로'책과의 우연한 만남', 우리 인생의 만남이라는 것도 늘 우연한 일상에 찾아오잖아요. 기획엔 아마도 최초로 무인 헌책방을 시작한 키치죠지의 'BOOK ROAD'의 도움을 받았고, 항구 마을의 특성을 살려 배를 모티브로 가게를 꾸몄어요. 더불어 책방엔 3백엔, 5백엔짜리 가챠(뽑기) 기계가 있고, 책의 가격은 5백엔 균일가. 거래는 가챠를 통해 진행된다고 해요. 사람이 없는 자리에 자꾸만 느껴지는 '사람같은 것'들의 기운은 뭘까요. 모든 게 사라졌을 때, 멈춰버렸을 때, 도리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어요.

 🤦‍♂️ 1인의 책방, 외로움이 책이 되는 곳 LONELINESS BOOKS 

왜 여태 이런 책방이 없었을까요. 모여서 책을 읽고 이야기하기 훨씬 이전, 책을 읽는다는 건 늘 1인칭의 행위였어요. 혼자이지만 책을 펴고 하나의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건, 곧 함께인 순간이기도 했거든요.(물론 더 이전엔 복수의 사람이 함께하는 독서가 주류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렇게 아마, 가장 혼자를 잘 구현하는 게 아마 '책을 읽다' 곧 독서란 생각도 드는데요. 세상이 모두 굳게 걸어 둔 빗장을 풀고 거리로 나서는 시절 지난  해 신쥬쿠 한인타운이라 불리기도 하는 오오쿠보엔(大久保) 이름부터 혼자인 Loneliness Books를 열었어요. 영화 포스터나 팸플릿 등을 제작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카타미 요우 씨가 운영하는 책방이고, 그런 현업이 있는 탓에 책방은 주말 한정, 에약제로 운영된다 해요. 오히려 외로운 사람이 찾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것도 같은데요, 카타미 씨는 '고독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를 씨앗 삼아 누군가와 이어지려 하는 것이고, 그렇게 곧 포지티브한 의미입니다'라 말해요. 고독을 모르는 사람이, 만남을 그리워할까요? 세상은 어쩌면 결핍이 가장 가득 찬 상태인지도 몰라요.

아무튼, 그래서 '외로움의 책방'은 무엇을 파느냐. 물론 고독과 관련된 책들이 대부분인데요, 그건 곧 연대를 포함하는 의미이기도 해요. 본인 스스로도 성적 마이너리티이기도 한 카타미 씨는 오래 전 퀴어 관련 행사의 제작물을 담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수자 출판물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2019년 도쿄 프라이드 축제에 부스를 내면서 지금의 '론리니스 북스', 그 얼개가 갖춰졌어요. 아시아 각국의 젠더, 페미니즘, 퀴어와 관련한 책들을 취급하고, 동시에 관련 영화의 궂즈나 포스터 등도 새/헌책 구분없이 구경할 수 있는데요. 직업이 하나 더 있는 카타미 씨는 신쥬쿠 바에서 주1일 바텐더를 하며 자신이 고를 책 1~2권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열거나, 작은 바 내의 북숍을 차리기도 해요. 외로움의 책방이라 했는데, 더할나위 없이 활발하죠. 그리고 카타미 씨는 한국, 그리고 아시아 권 컬쳐에도 흥미가 많고, 파삭한데요. 얼마 전엔 작은 규모의 한국 퀴어 문학 페어를 열었고, 김희애 배우가 출연한 '윤희에게'가 표지인 진을 트위터에 소개하기도 했어요. 

"제가 소수자 문화에서 받은 자극들이 많기 때문에 그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고독의 책방, 그건 BMIT로 따지면 아마 ISFP 쯤 될까요. 책방은, 외로움을 차별하지 않아요.

 🦀 3인의 책방, 여자 셋이 모이면 책방에서 바지도 고쳐요 

책방 안의 책방, 책장을 빌려주고 빌리면서 늘어나는 근래 일본의 소위 '공동체적 책방'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요, 굳이 새로운 방식이 아니라도 동업을 하는 책방은 어떤가요. 사실 비즈니스에서 함께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미 익숙한 동업이란 형태잖아요. 맘이 맞는 사람이 모여 하나의 사업을 벌이는. 그저 경제적 이유와 이율 타산을 생각해 합을 맞추는 2인 이상의 비즈니스. 그런데 책이랑은 왜인지 좀 어울리지가 않죠. 동시에 혹시 책방에서의 동업이라면 좀 색다른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요. 지난 9월 1일, 아마도 가장 새로운 책방이 도쿄 코엔지(高円寺) '펄 아케이드' 상점가 내에 '카니 북스(꽃게 책방)'란 책방이 동업의 형태로 문을 열었어요. 상점가의 장점이라면 야외임에도 지붕이 설치되어 있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비교적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일 것 같은데요. 그렇게 날씨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카니 북스'는 고작 12평 밖에 되지 않지만 주인이 무려 여자 셋이에요.

하나다 나나코, 카시와자키 사오리, 토우야마 아즈사. 이렇게 세 명인데요, 이들은 모두 대형 체인 서점 HMV&BOOKS HIBIYA COTTAGE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이기도 해요. 그런데 그 서점이 지난 22년 2월 문을 닫으며 각자의 길을 모색하다 '우리의 책방을 시작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해요.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지만, 여기는 일본, 새로운 책방이 뚝딱 열린 걸까요. 그렇게 만들어진 하나다, 카시와자키, 그리고 토우야마 씨의 책방은, 헌책이 아닌 신간을 취급하는 큐레이션 책방이고, 그 큐레이션의 몇 가지 기준을 정했어요. ① 보고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설레는 책, ② 자신과 타자를 보다 더 깊게 알기위한 책, 그리고 ③ 지금 살아가는 사회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사회로 만들 수 있을지 느긋하게 생각하게 하는 책. 어딘가 책방의 자기 소개하는 듯한 기분 들지 않나요? 나이가 많은 하나다 씨는 '와주신 손님께 기쁜 마음으로 소개할 수 있는 책방을 만들고 싶어요'라 말했어요.

마치 독립을 하고 새 집을 꾸며가듯이, 이 책방은 크기는 작아도 서로 다른 세 명의 여자가 꾸려가는 만큼 아기자기 그 속이 꼼꼼히 꽉 차있는데요. 작은 갤러리 공간도 꾸며져있고, 밤에는 소인원 이벤트를 통해 저자와의 대화랄지, 명상의 시간, 또는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게임을 즐기는 시간도 만들 계획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공간을 만드는 사람일까요. '카니 북스'의 운영진 세 명은 모두 각자의 직업을 갖고 있기도 한데요, 아크릴 미술 작가이자 의류 수선 가게 A面을 개인적으로 운영중이기도 한 토우야마 씨는 책방 카운터에 맞겨진 헌옷을 새옷으로 재생, 리메이크 작업을 하기도 하고, 떨어져나간 단추를 달아주거나, 뜯어진 옷을 고치거나 사이즈를 늘이고 줄이는, 간단한 옷의 수선 서비스도 제공해요. 책방에서 바지 밑단 줄여주는 곳, 어디 있던가요? 그저 임대료 부담 덜기 위한 방안일지 모르지만, 책방에서 사람이 느껴진다는 건, 책방이 점점 사람으로 느껴진다는 건, 바로 이러한 가장 내가 드러나는 책방이 지금 시작되고 있기 때문일 거에요. 그리고 그건 때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거든요.

일견 요즘 늘어나고 있는 '코워크'의 책방 버전처럼도 보이죠. 그리고 전 하나다 씨가 크라운드 펀딩을 진행하며 책방을 소개한 문구가 참 맘에 드는데요. 어느 하나 자랑할 만큼 화려한 건 없지만 애착, 애정, 그리고 자부심과 내일에 대한 희망이 솔솔 느껴지거든요.

 👩‍👧‍👦 8+1인, 그리고 '내일'이 품어내는 '우리 모두'의 책방 

고작 50평 남짓한 책방에 2백 여 곳의 책방(이라고는 해도 출판사, 작가, 디자이너, 또는 사진가나 기타 책과 관련한 누구)이 들어선 공동체적 책방, 기억나나요? 제가 처음 안 '함께로 성립'하는 도쿄의 공동체적 책방은 시모키타자와의 Bookshop Traveller였는데요. 새로운 유형의 책방이 신선하다 느끼면서도, 역시나 도시의 책방답게 북적북적, '책의 밀도'가 높구나 생각하게도 돼요. 그런데, 만약 지역에 이런 책방을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50X50cm 책장 몇 칸을 빌리며 시작하는 책장(방)이 아닌, 보다 넓은 환경에서의 '함께하는 책방'은 어떤 그림을 할까요. 치바현 북쪽 끝의 도시, 인구 50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 마츠도시(松戸市)에는 3년 전 '선박 북베이스(せんぱくBookbase)'이란 이름의 셰어형 책방이 문을 열었어요. 앞에서 이야기한, 바로 그런 예인데요. 먼저 여긴 책방을 찾기도 전 드넓은 잔디밭 위 '책'이라 쓰여진 커다란 간판을 발견하게 돼요. 어딘가 자연 속에 차려진 책방임을 암시하게 하는 듯한 풍경이죠. 임차인 입장에선 썩 맘에 들 것 같은 입지에요.

그런데 이 책방은 많은 게 기존의 책방과 어긋나 있어요. 먼저 위치한 곳이 독특한 방식의 일을 하는 부동산 회사 'omusubi'가 운영하는 공동체적 커뮤니티 시설 '선박 공사(せんぱく工舎) 내인데요. '오무스비 부동산', 기억하나요? 시모키타자와의 책방 B&B를 운영하는 우치누마 신타로 씨와 그의 지인이 함께 만든 '보너스트랙'을 기획, 운영하는 바로, 그 부동산이에요. DIY가 가능한 건물이랄지 유니크한 건축 공법이 사용된 빌딩 등을 취급해요. 그런 이유로 '선박 공사'는 셰어형 아틀리에와 점포가 다수 들어선 소위 복합 커뮤니티 시설인데요, 그 안에 들어선 책방  '선박 Bookbase'도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어요. 먼저, '타나모리(店守, 책장 지킴이)'라 불리는 8명의 임차인이자 해당 책장의 점주들이 책방을 '공동 운영'하는데요, 책방을 오픈한 건 결혼을 하며 이곳으로 이주해온 에노모토 모모코 씨이지만, 그 곁엔 8명의 책장 지킴이가 늘 함께하는 구조라 할 수 있어요. 월 5천, 그리고 7천 엔을 임대료로 지불하면 누구나 나만의 책장(방)을 가꿔갈 수 있는, 그렇게 운영되는 식이랄까요. 얼추, 도쿄의 커뮤니티 책방과 얼개는 비슷하죠. 

다만, 여기선 그 8인의 포지셔닝이 조금 남달라요. 도쿄의 셰어형 책방들이 수평의 구조 안에서 '나만의 책방'을 발신한다면, '선박 bookbase'엔, 어딘가 '출항'을 기다리는, 내일을 준비하는 책방 이전의 책방이란 느낌이 있거든요. 애초 에노모토 씨가 이 책방을 꾸린 건, 마을에 책방이 하나도 없어서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결혼과 함께 부쩍 줄어든 인생의 선택지를 절감했기 때문이에요. "아이를 양육하게 되면서 비가 오는 날이라 날씨가 좋지 않으면 외출을 포기하는 일이 많아요. 어쩌면 이건 단지 외출의 문제만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죠." 본래 그는 출판 유통업계에서 일을 했었는데요, 유통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작은 책방들이 애를 먹는 것처럼, 책방이 한 곳도 없는 마을도, 자유롭게 책을 읽지 못하는 환경의 사람도 있잖아요. 결혼 후 아이를 갖게된 에노모토 씨처럼요. 그래서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방에 관심을 갖고, 지역에 더 많은 책방을 열어주기를 희망하는데요. 그래서 8명의 임차인이란 곧 에노모토 씨의 경험, 노하우, 다방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해요.

다양한 기획, 이벤트, 그에 더해 타나모리 주도의 페어 등을 서포트하며 책방을 열다'에 대한 예행 연습이 되어주었고, 그렇게 몇몇 '타나모리'는 이곳을 '졸업'한 후 인근 같은 신케이세이선(新京成線)이 다니는하츠토미(初富)와 신카마가에(新鎌ヶ谷) 등에 새로운 책방을 열었다고도 해요. 어딘가, 엄마 품을 떠나는 아이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에노모토 시는 '부모 곁을 떠나 자기 힘으로 책을 고르게 된 아이를 보는 게 너무 기쁘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책을 읽는 시간엔 우리가 성장해가는 길목길목의 이야기가, 나도 모르는 새 쌓이기 마련이에요.

도서관과는 조금 다른 느낌, 아는 사람은 아는 감각. 뭘까요. 어쩌면 알 것도 아니면 에노모토 씨와는 다를 것도 같단 생각을 하는데요. 그렇게 '선박 bookbase'는 지역과 호흡하며, 인근 주민들과 하루를 함께하며, 새로운 기획을 꾸려가고, 지역에 보이지 않았던 내일을 길어내요. 2030 여성들의 직업 단절은 사회적 과제이기도 하지만, 에노모토 씨처럼 양육을 하는 것처럼 책방을 꾸리는 내일은 어떤가요. 갑작스레 생활 반경이 좁아져버린 엄마의 용감한 시도, 단지 아이를 배제하지 않는 일과 생활의 환경을 꾸리기 위함이었지만, 책을 좀 읽었던 그녀의 그 시도는 왜인지 지금 모두를 품어내고 있어요. 무인 책방에서 우리 모두의 책방까지, 인구 밀도는 달라도 온도는 아마 비슷하고, 아마 그 마음 아는 사람 알고있겠죠.👩🏼‍❤️‍👨🏻

 🤦‍♂️ 구독자님의 책방은, 몇 인칭인가요? 

무인 책방, 0명에서 시작해 하나, 셋, 그리고 8과 OO. 오늘의 책방 이야기 어땠나요. 책방을 이야기하며 점점 더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아마도 그래서 책방이란 넘어져도 넘어져도 다시 또 일어나는, 우리 일상과 같은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느껴요. 그에 더해 최근 가봐야 할 책방이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건, 지난 3년 우린 분명 그 어두운 터널을 무사히 지나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거에요. 전 지난 주말 '편의점 인간'을 쓴 무라타 사야카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의 신작 '지구별 인간'은 지옥같은 유년 시절을 간직한 소녀의 이야기임에도 핑크빛 찬란한 표지로 발간되기도 했잖아요. 전 개인적으로 무라타 씨의 소설은 어둡지만 어둡지 않은, 밝지만 밝지 않은, 그래서 괜찮은..의 소설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책이란 건 그렇게 우리가 가장 기다리는, 소망하는 내일의 다른 말일지도 몰라요. 구독자님, 다시 도쿄(의 책방)에 간다면, 그건 어떤 시작일까요.

✔️ 지난 호, 잡지에 적었던 책과 우리에 관한 이야기, 남겨보아요.

📫오는 금요일, 9월의 마지막 날 30일에는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64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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