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타다오의 '파란 사과' 나무를 심다

이제는 진짜 '시작이 끝'난 줄 알았지만, 코로나 속에서의 대선. 투표는 잘 했나요. 아마 이 레터가 도착했을 때에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발표되었을 텐데요.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지고, 또 달라지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저에겐 레터를 시작하고 이상한 징크스 같은 게 생겨버렸는데요. 꼭 급하게 처리하거나 시간이 많이 들 것 같은 일들은 '화'요일을 전후로 벌어지곤 해요. 이번에도 (어디까지나 개인적 사정에 의한) 그런 이유로 지각을 해버렸는데요.🙇‍♂️이틀이나 늦어진 점 사과 드립니다.🙇‍♂️🙇그런데, 살아간다는 건, 이렇게 늘 '불확실함'과 함께하는 걸까요. 그저 죄송할 뿐이지만, 우린 요즘 왜인지 '발견의 하루'를 살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 삶의 방식을 새삼 되돌아보는 것처럼, '뉴노멀'을 이야기하며 '앞으로의 나'를 설계하고 있잖아요. 평소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것들이, 새삼 이야기를 시작했달까요. '가장 보통의 의식주'가, 전에 없던 새로운 일상을 펼쳐내고 있어요. 그리고 건축.🛖🏗️ 매일을 함께하면서도 별 다른 생각을 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요, 오늘은 그 건축을 통해, '지금의 너와 나'를 이야기해볼게요. 그런데, 올해 개관한다는 마곡동의 아트 센터는 안도 타다오가 지었다죠?

 🪔 자연을 짓다, 안도의 희망하는 콘크리트   

안도 타다오를 기억하나요? 지금 일본에선 쿠마 켄고의 건축이 비교적 많이 들려오는데요, 불과 얼마 전 그의 인장과도 같은 '노출 콘크리트'는 유행처럼 번져 카페며 옷집이며 식당까지 물들이곤 했어요. 안도는 쿠마보다 반 세대 정도 위의 건축가이고, 콘크리트에 한해서라면 정반대의 건축가이기도 하지만, 사실 안도의 콘크리트란,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콘크리트이기도 해요.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빛의 교회'의 경우, 콘크리트 벽 사이로 비추는 빛이 십자가 형태의 그림을 만들고, 그 순간 무기질 무채색이었던 건물에서 이상한 온기, 성스러움이 느껴지거든요.

그는 많은 인터뷰에서 '건축은 자연과 인간의 대화의 장소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해요. 그렇다면, '건축은 사람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쿠마 켄고와 그는, 서로 같은 나무에 비친 서로 다른 빛줄기일까요. 안도는, 저희 레터(🔽)에서 소개했던 '감염 연구소'를 오사카시와 함께 만들 예정이고, 지난 7월엔 그의 고향 오사카 '나카노시마 공원(中之島公園)'에 '지구의 체온계'를 설치하는 등, '자연의 설계'에도 힘을 쓰는데요. 도쿄만 매립지의 재생이랄지, 산업 폐기물 처리장이 방치돼 남아있던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를 선두했고, '나무 심기'를 통한 환경 재생 작업도 수십 년간 지속하고 있어요.

건축이란, 무언가를 새로 짓는다는 건 환경을 해치는, 환경에 부담을 주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진정한 의미의 건축이란, '자연의 내일'을 고민하는 걸까요. 그리고 코로나. 코로나 이후, 우린 다시금 자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복싱 선수 출신으로도 알려진 안도는 사실 지난 10여 년간 암 투병을 하며 다섯 개의 장기를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는데요, 그럼에도 자신의 오늘에 대해, 그리고 지금의 우리에게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한 걸음 내딛는다는 건 위험하죠. 카운트펀치 맞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한 걸음 내딛지 않으면요, 당연한 말이지만 맞힐 수 없어요." 어쩌면 그 한 걸음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할까요.

 🌳 '배움'을 설계하다, 내일을 심는 건축  

'건축가는 이제 일상의 새로운 인프라를 제시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이와 같이 이야기한 것처럼, 쿠마가 근래 도쿄를 비롯 새로운 삶의 인프라를 건축하고 있다고 한다면, 안도 타다오는,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의 영향일까요. 자신의 고향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듯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저희 레터에서도 소개했던 것처럼 2020년7월 오사카 '나카노시마' 공원 내에 '어린이 도서관'을 설계, 기증하고, 뒤이어 지난 10월엔 이와테현 토오노 시에 또 하나의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었거든요. 정식 명칭은 둘 모두 '어린이와 책의 숲(こども本の森).' 그는 지금 어린이의, 미래의 건축을 만들어요.

그리고, 이와테현은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가 가장 컷던 곳 중 한 곳인데요, 안도는 지역의 하루라도 빠른 복구와 부흥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도서관 역시 지역 주민들에게 기증을 했어요. "많은 책을 읽으면서, 과거를 배우고 지금을 생각하고, 미래를 상상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도서관은 아이들이 마음껏 지식과 뛰어놀 수 있게 설계가 되었고, 건물로 사용된 건 본래 상가로 쓰였던 120년된 2층 짜리 목조 건물. 크게 바꾸지는 않았지만, 곧 별도의 콘크리트를 더하지는 않았지만, 본래 나선형 계단을 그대로 살려 1층과 2층을 구분 없이 크게 티어 개방감 있는 '책의 숲'을 만들어냈어요. 안도 씨가 이 지역에서 느낀 '마음의 세계'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하는데요,

전체적으로 수평으로 길게 뻗은 구조이고, 총 면적 498평에 벽은 통째로 책장으로 사용, 모두 13개의 테마, '토오노와 동북'이랄지 '세계를 바라보다' 등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토오노를 넘어 멀리, 나무의 줄기가 뻗어나가는 것처럼, 세계로 확장해주고픈 의도가 담겨있어요. 책의 큐레이션과 진열은 오사카 나카노지마와 마찬가지로 1세대 북 디렉터라 불리는 BACH의 하바 요시타카 씨. 아동서와 그림책을 중심으로 1만 5천 권을 소장하고 있고, 이는 모두 전국 곳곳에서의 기부, 그리고 36개국 재일 대사관으로부터의 기증으로 채워졌어요. '자연과 놀다', '몸을 움직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미래는 어떻게 되는걸까', '장래에 대해 생각하다.'

안도 씨의 도서관이 건네는 13개의 인삿말. 어쩌면 이건 그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보내는 말은 아니었을까요. 그는 풍족하지 못한 환경에서, 독학으로 건축을 배우고, 그렇게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된, 자신에겐 늘 미안한 어린 시절을 보냈거든요.

 🏗️ 미래를 기다리는 '진행형의 건축'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건 7~8살 무렵. 그 시기에 책을 많이 보고 상상력을 품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해요.' 안도 씨가 어린이 도서관을 설계한 건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그 이후, 주체적인 자아가 성립되고 우리는 어떤 배움의 환경을 지나올까요. 아마도 초중고로 이어지는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안도 씨가 생각하는 '배움의 공간', 학교란 좀 다른 성질의 것이었나봐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사실 일본엔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만들어가는', 10년째 건설중인 학교가 있어요. 바로 오카야마현 오카야마 시(岡山市)에 위치한 '환태평양 대학(環太平洋大学), aka IPU.'

2007년 개교한 이 학교는 애초 이념이 좀 남다른데요. '어디에도 없는 학교'를 지향하며, 스포츠와 교육의 융합'을 모토로 해요. 모든 학문에서 스포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이념 하에 교육과 스포츠를 적절히 배합한 커리큘럼을 가져요. 무엇보다 안도 씨가 이 학교의 건물을 모두 설계했는데요, 그 키워드는 무려 '키워가는 캠퍼스'에요. 그리고 이는, 본래 단기 대학이었던 건물을 활용, 대학의 성장에 맞춰 건물을 한 동씩 늘려가는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현재 진행중'의 캠퍼스를 말해요. 벌써 10여 년 전, 안도 씨는 "대학에는, 처음부터 커다란 캠퍼스를 한 번에 만들지 않는 게 좋다. 전체적으로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게, 미래를 신중히 살피며 한 동씩 늘여가는 것이 적합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현재까지 모두 5개의 캠퍼스가 '환태평양 대학' 내에 완성됐어요. 그리고 아마, 또 생겨나겠죠. 학생들이 자라나는 것과 함께 성장하는 캠퍼스. 그렇게 '변화하는 캠퍼스.' 코로나 이후, 학교의 형태, 방식이 의문시되고 있는 가운데, 안도 씨의 '배움에의 철학'은 별 무리 없이 오늘의 학교를 품어내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에게, 배움이란 무엇일까요. 안도 씨는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에 필요한 건 '지적 체력'이라 이야기했어요.

 🏋️‍♀️ 앞으로의 30년을 결정하는 건, 지적 체력 

"스스로 착실히 생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원동력이 되어주는 건 뭐라 해도 호기심이에요. 어떤 것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진다는 것이 앞으로를 살아감에 있어 대전제라 할 수 있어요. 세계를 널리 바라보며 호기심의 안테나에 걸린 것이 있다면, '내 인생' 안에서 그와 깊게 관계해가면 돼요. 호기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저한의 지식이 필요하죠. 아무것도 모르면 호기심의 싹도 찾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정말로 학교에 있을 때에는, 착실히 지식을 쌓아 머리를 단련하지 않으면 안돼요. 어른이 되어서도 '知'를 얻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됩니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배움을 그만둔다면 그걸로 인생은 끝이라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배운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본질적인 활동이에요."

⏳ 오늘은 어제가 되어, 그리고 내일이 되어간다 

구독자님, 기억하나요. 지난 8월 일본 세토우치 해안을 쓸고간 태풍에 휩쓸린 쿠사마 야오이의 대표작 '호박'인데요. 얼마 전 국내에선 이 작품의 그림이 무려 50억에 한국인에 낙찰이 되었단 소식이 들려올 정도로 유명한 이 작품이, 여태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요. 이후 작품을 수거해 수습은 되는 듯 싶었지만,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 조직위는 오는 4월 개최될 행사에 쿠사마 씨의 이 작품은 전시가 불가능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어요. 새삼, 자연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아픔과의 동거일까요. 하지만 동시에 '호박'이 설치된 곳이기도 한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베네세 홀딩스'는 오는 3월, 모두 두 개의 새로운 시설을 오픈한다고 발표했어요.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에요. '호박'이 떠내려간 그 해안가에 위치하는 '바레 갤러리(ヴァレーギャラリー).' 올해는 '베네세 홀딩스'가 갤러리와 호텔이 일체화된 건물 '베네세 하우스'를 오픈하고 30주년이기도 한데요, 그 '베네세 하우스' 역시 안도의 작품이에요. 그렇게 이번 '바레 갤러리'로 안도는 나오시마에 모두 9개의 작품, 건축을 남기게 돼요. 갤러리는 소위 사당, 신사의 신을 모시는 작은 덴샤(殿舎)를 의미하는 호코라(祠)를 모티브로, 반 야외 건물과 주변 야외 공간을 하나로 정비하는 디자인으로 설계가 됐어요. 장소는 역시 안도가 설계한 '지중 미술관'과 '베네세 하우스' 중간 즈음, 맞은 편으로는 또 하나의 안도 작품 '이우환 미술관'이 보이는데요. 오픈 후 갤러리에선 쿠사마 씨의 대표작 '나르시스의 정원'을 안밖에서 전시할 예정이에요.

봄에는 산진달래가 가득 핀다고도 하는데요🌸, 에리어 전체를 유랑하며 나오시마의 랜드 스케이프를 산책할 수 있는 스폿이기도 해요. 감상 요금은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입장료에 포함. 그럼에도 자연과 함께 산다는 건, 이런 또 한 번의 '다가감'일까요. '아트'라는 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자연과의 일상'이 아닐까..생각하기도 해요. 그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나오시마 아트 시설'은 일본의 사진 작가 스기모토 히로시의 기존 전시 공간을 개수한 '스기모토 히로시 갤러리 시간의 회랑(杉本博司ギャラリー 時の回廊)이에요.

사라지는 것, 남아있는 것.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 건축은 하나의 시간과 세계를 은유한다고도 이야기하는데요, 나오시마에 만들어가(지)는 안도의 '시간들.' 그건 어떤 현실의 미래일까요. 그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시나요? 안도는 지난 4월,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급 문화 훈장 '레지온 도누르 훈장 코만도루'를 수여받았어요. 독학으로 건축을 배우고 '르 꼬르브지에'가 스승이라 말하는 안도 타다오. 심지어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애견의 이름을 꼬르브지에라 부르기도 했던 그인데요.🐶 최근 그의 프랑스에서의 활약이 돋보였던 건, 어쩌면 이런 이유이기도 했을까요. 유니클로의 새로운 파리 매장이 입점한 상업 시설 '사마리테누'의 리뉴얼도, 파리의 역사적 건축 '브레스 두 코메르스'의 개수 작업도 안도가 했거든요. 그렇게 프랑스는 안도의 건축적 고향이랄까요.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 제2의 고향을 품고 살아요.🛖

 🍏 늘 시작하는 순간에, '파란 사과'의 정신 

%naem%님,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사실 안도 타다오는 어쩌면 한 철 지난 이름일지 모르겠어요. 거의 모든 카페들이 '노출 콘크리트'로 '힙함'을 뽐내던 시절도 어느덧 먼 어제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서울에 오픈한다는 그의 새로운 아트 센터, 그리고 근래 안도 타다오의 건축들은 어떻게 하나의 시대가 '오늘'을 살고 또 '어제'를 걷는지, 보여주고 있다고도 느껴요. 그리고 그건 무언가 좀 '웅장한 애절함'이기도 한데요. 안도의 콘크리트에선 자연도 기술도 아닌,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거든요.

친환경에 반한다고, 자연을 파괴한다고 수 백년 함께해온 콘크리트와 쉽게 이별을 할 수 있을까요. 그 날은 이미 어제가 되어버렸지만, 그건 분명 우리의 일상, 그런 '오늘'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세월을 건축으로, 나아가 자신의 몸으로 온전히 표현해온 안도 씨의 80년 세월. 우린 이를 무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의 삶에선, 무언가 인간 너머, 우리가 보지 못한 시간의 '내일'이 보여요. 안도 타다오, 다음 호에선 그의 다하지 못한 이야기,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게요. 그럼 우리, 또 보아요. 

📫 오는, 금요일 3월 11일엔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56호가 발행됩니다.

🙇‍♂️ 이틀이나 늦게 레터가 발송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려요. 📬 아래는, 함께 보면 좋을 레터들 모아 보았어요. *멤버십 레터가 섞여있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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