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그를 이용하는 세계와 그에 맞서는 세상 하지만 중립은 언제나 존재해요?!

3월의 마지막 날, 그리고 월요일. 새삼스레 레터를 쓰고있는 지금의 일시를 기록해보는데요, 매일 오는 월요일 돌고돌아 또 한 주가 시작되었을 뿐이지만 마지막은 곧 시작이란 말에 이보다 더할나위 있을까요. 올해는 유독이도 봄이 막연하게 느껴져 올 뿐이지만, 마지막의 시작을 본다는 건 아마 지금이 아니었다면 과연 그랬을까 싶어지기도 해요. 아마도 ‘피터팬‘에서 웬디가 하던 말 중 두 살이 되었을 때 잠시 흘러갔던 그 말, '그럼 지금은 끝의 시작인가?'와 꼭 같이 어쩌면 우리는 요즘 일견 현실과는 좀 먼 어딘가, 동화같던 날들을 사는 건 아닐까 부러 상상도 해보았어요. 지난 레터에서는 재개발로 시부야의 이곳저곳이 변해 결과 무려 공중을 걷는 날이 오고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 그럼에도 아마 힘든 게 더 많은 것 같은 현실이지만 여전히 두 발을 땅에 딛고 살고싶은 게 사실인 듯도 싶어요. 하물며 시부야에선 하치코 동상의 이설(移設)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는 마당에 편리와 편이를 위한 개발이라고 오랜 세월의 유산을 쉽게 잊을 순 없거든요.

오늘의 주제's

1️⃣ 지브리 아닌 지브리풍이 휩쓸다, 그런데 우린 무엇에 반응했나?

2️⃣ 고령화 사회, 나무도 늙는다 올해의 꽃구경 실패는 이상한 봄날의 기후가 아닌, 나무의 사정에서 비롯되었다?

3️⃣ 이제는 나무에 돌려주어야 할 때, '기린 맥주'가 돌연 나무 지키기 활동에 앞장선 이유

4️⃣ '~와 같은' 시대의 시작에 앞서 

아마도 그래서일까요. 지난 3월 27일 시부야에선 하치코 동상 앞 정원의 철거와 함께 쇼와 30년, 그러니까 하치코상이 들어서던 무렵인 1959년의 인근 풍경이 인쇄된 대형의 사진 패널이 설치되기도 했어요. 말하자면 동상으로서의 우리가 알던 하치코와는 이별하지만, 그와 함께 살아온 흔적의 세월은 남겨둔다는 발상이랄까요. 그러니까 다시 이야기해 ‘어느 마지막의 시작을 보다. 구독자님 안녕한가요? 그리고 우연히도 혹은 마법처럼 지금 이 순간 제 방엔 리햐르트 슈트라우스의 ‘모르겐‘이 흘러나오는데요, 정말 끝의 시작을 우린 보고 있을까요. 거창하고 위대한 것 말고, 내게 다가오는 것들을 빠짐없이 보고 또 살아내는 일. 이상하게도 어느 끝의 시작에서 그런 용기를 내보았어요. 그제는 버스를 타고 길을 가다 좌우로 흐드러지게 핀 노란 개나리를 보기도 했는데, 어쩐지 너무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별 감흥이 없는 것 또한 어쩌면 이번 봄의 시작인 걸까요. 무엇보다 아픔이 우리를 방해하지 않게, 구독자님 그나저나 이번엔 진짜 봄이 온 거겠죠. 오늘의 주제 '결국엔 진짜가 남아요'에요.

 🐒  지브리는...어째서 왜 어떻게 돈이 되나요? 

어쩌면 '~like', '~풍'이 문제였을까요. 지난 몇 주 아마도 평소였다면 봄날에 고개를 빼꼼히 내민 갖가지 꽃봉우리 사진들이 가득했을 화면에 이상하게도 정갈한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를 한 이미지들이 쇄도했어요. 아마, 구독자도 해보았을까요. 바로 지난 3월 25일부터 OpenAI가 새로 서비스하고 있는 이미지 생성 모델 ChatGPT-4o의 이야기인데요. 이건 인기 애니메이션의 화풍을 빌려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바꾸고 또한 공유까지 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고, 그 중에서도 유독 이용 횟수가 많았던 게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곧 지브리풍의 AI 였던 셈인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딥페이크가 문제가 되며 기술의 범죄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려 하는 것 같았는데, 돌연 다시 저작권 이슈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물론 디지털 AI 시대에 저작권이란 어쩌면 새로 쓰여져야 할 거란 생각도 하면서,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전부 수작업이잖아요. 몇 년에 걸쳐 수 십명의 스태프가 공을 들여 완성한 그림 한 장을 단 몇 번의 클릭으로 똑같이 따라해볼 수 있다는 것.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일단 OpenAI는 신이 났어요. 본 기술을 공개하고 유료 유저가 늘어나며 CEO인 샘 알트먼 씨는 '1시간 만에 100만명의 유저가 늘었다'고 자랑하기도 했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제 주위만 해도 전에는 없던 유사 지브리 이미지들이 하루가 모자르게 매일 갱신되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이에 대해 발언을 하는 쪽을 살펴보면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이 눈에 띄어요. 반대로 옹호하는 쪽은 그저 이미지를 답사하고만 있는 듯 싶은데요. 먼저 자국민으로서 '원피스'의 애니메이션 연출을 한 이시타니 메구미 씨는 '지브리를 더럽히다니…용서하지 않겠다'라며 지브리 쪽에 법적 조치를 취하기를 촉구했어요. 더불어 미국의 애니메이션 작가 알렉스 해쉬 씨도 '지브리의 이름을 이용해 뗴돈을 벌었네요'라며 알트먼 씨를 질타했고, 지브리 작품을 미국에 배급하는 GKIDS는 당연히 비판적인 입장을 바탕으로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 작품의 귀중함을, 그 매력의 가치를 소중히 할 것이다'라 코멘트하기도 했거든요. 구독자님 어떤 생각이 들까요. 사실 하야오 씨에 대한 2D를 고집하는 작업 방식에 관해서는 근래 3D 기술의 놀라울 정도의 발전을 근거로(경우에 따라 손그림 느낌을 충분히 내기도 하잖아요) 시대 착오적인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었지만, 이건 지브리 스튜디오의 오랜 자산과도 같은 작품의 레플리카를 다량 생산하게 된 일이기도 하거든요. 곧 새로움이 아닌 비슷한 그러니까 '~풍'이거나 '~like'의 것들이 양산되는 시절을 AI는 막상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인류의 재미와 사랑과 평화는 떠나고, 오직 머니와 놀이만이 남았다"

'이건 삶에 대한 모독이다' '기술을 내 작업에 쓰고 싶지 않다.' 최근 '지브리풍' 이미지에 관련해 자주 언급되고 있는 하야오 씨의 말인데요. 사실 이건 2016년 NHK 가 제작 방영했던 다큐멘터리에서 젊은 작가들과의 작업 과정 중 나왔던 발언이고, 현 시점 지브리 쪽에서 내놓은 공식적 입장은 아직 없어요. 하지만 그 입장이란 건 어쩌면 앞으로의 우리와 AI와 관련 어떤 태도와 자세로 대할 것인가로 설명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도 생각해요. 최근엔 이스라엘 정부가 '우리도 지브리 유행을 따라해보기로 했어요'라며, 무려 전쟁중인 군사들의 모습을 지브리 화풍으로 변조 4장의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이게 그럴 일인가요. 이스라엘 국기를 휘날리며 요쇄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병사와, 대공포를 배경으로 동료 군인과 통신중인 수병, 그리고 전투기에 탑승한 채 취하는 파일럿 등이 설마 지브리풍으로 그려졌어요. 단적으로 전쟁의 미화 외에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브리 톤을 빌려 공개 선전한 그림들은 아무리 귀엽게 느껴진다 해도, 그로 인한 현실은 가자와 요르단 강면에서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수 만명의 팔레스타인 국민이거든요. 어째 좀 섬뜩해질까요.

"사람에 反하지 않는 기술의 활용을 설계하는 것, 아마 AI의 사용법"

동시에 이는 세월과 땀과 노력을 다해 완성한 작품과 모조품으로서의 AI에 대해 확연히 다른 차별점을 드러내고 있다고도 느끼는데요. 지브리의 작품이라면 단순한 일러스트가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 그리고 세계관에 의해 주조된 것이고 그건 늘 언제나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와 인류애의 복원을 희망해왔어요. 말하자면 '파시스트가 되느니 되지로 사는 게 나아'라고 외쳤던 '붉은 돼지'의 지브리이고, 하야오 씨의 작품은 아니지만 제국주의 권력에 의해 희생되어 가는 아이들의 애처로운 삶을 위로했던 '반딧불의 묘(다카하다 이사오 연출)'이거든요. 말하자면 '지브리풍' AI 툴을 이용한 놀이에 탐닉하며 우리는 지브리로부터 무엇을 잃고 또 잊어버렸을까요. 단순한 재미가 놓치고 나아가 무력화해버리는 것들, 그리고 가치. 이시타니 씨는 '지브리 AI를 사용하는 일은 지브리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행위'라며 성을 냈는데, 아마도 그건 지브리가 구축해온 작품의 아카이브, 그 안에 오롯이 새겨진 가치관의 훼손을 막고자 하는 분노였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어디까지 AI, 가능해야 하는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저작권이랄지 기술 윤리의 관점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 속에서 고민이 되어야 할 게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는데요, 일단 현재로서 콘텐츠 생산자 쪽은 AI와의 공생을 모색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할리우드의 많은 스튜디오들은 이미 OpenAI와의 교섭을 시작했거나 진행중이고, 이렇다는 건 일단은 단기적인 이익을 확보하자는 계산인 거잖아요. '단기적 관점에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이와 같은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거라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예측하기도 했어요. 다만 동시에 이런 대책이 장기적일 수 없는 건 지금도 폭로되는 저작권이거나 콘텐츠 사용의 윤리에 대한 해결은 답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제작자 측에서는 별로 돈이 되지 않아요. 실제로 OpenAI와의 업무 협정을 맺었던 출판 업체 Dotdash Meredith가 그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고작 16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거든요. 마치 OTT 플랫폼이 콘텐츠 시장을 잠식하는 것처럼, 배달망의 프랜차이즈가 자영업의 생태계를 침법, 주도하는 것과 같이, AI라는 건 말하자면 콘텐츠 지적 재산권이 만난 또 하나의 바다인 셈이고, 우린 아직 그 바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아닐까요.

기술자라 해도 운영 방식에 관해서는 전문가일지 몰라도, 그로 인한 실 사용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의 문제에 관해서는 너오 나와 마찬가지로 미경험자일 뿐이에요. 따라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기술에 콘텐츠가 종속되는 달리 말해 일방향적인 방식의 공존은 건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느끼는데요, 그렇다면 산업과 비즈니스, 기술과 그의 활용 등 AI 지평에서 다시금 생각해보야야 할 다름 아닌 사회 윤리일 것 같아요. AI에 관해 도덕적, 윤리적 관점에서의 비판이 제기가 되고는 있지만, 아마 명확한 건 그건 반드시 사람에 반하지 않는다'를 향해야 할 거라 느끼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전, 포뇨포뇨 노랫말에 총성 울려퍼지는 세상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가상의 현실이라 해도, 우리를 해치게 해서는 그 부작용이 미치는 건 리얼의 현실, 곧 우리 일상이 피곤할 따름일 테니까요🥲

 🌼 그렇다면 벚꽃 놀이 말고 벚꽃...풍의 놀이는 어떤가요?

2016년, 앞서 이야기했던 NHK의 다큐 중 하야오 씨가 했던 말인데요. 당시엔 지금처럼 실물과 거의 흡사한 이미지 생성 기술이 생겨나지도, AI의 범용성 또한 현저히 초기 단계였을 뿐이지만, 이렇게나 뜨끔하게 들어맞는 예지력 무언가요? 어제 저녁 뉴스에선 또 다시 미야자키 씨의 2016년 멘트를 마치 지금에 발언인 것 마냥 소개하는 걸 보고, 출처 확인조차 하지 않는 미디어 책임의 문제와 더불어, 그럼에도 전혀 위화감없이 맞아 떨어지는 말들에 새삼 변하지 않는 건 변하지 않는다라 느꼈을 뿐인데요. 그런데 어쩌면 그건 오랜 세월 인간을 탐구하고 내일의 인간을 위해 작품을 만들어온, 그만큼의 세월을 살아온 지혜 뭐 그런 게 아닐까요. 더이상 진짜가 진짜 만큼의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 그런데 구독자 올해는 봄꽃구경 물 건너 간 일일까요. 어지러운 국내 상황만큼 날씨도 요상해 꽃망울이 터질라 하다 다시 닫혀버릴 것 같은 계절에 그럼에도 피는 꽃은 피고 또 지는지라 바로 다음 뉴스는 4월 첫 주말의 나들이객이라 한숨 돌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와 다르게 얼마 전 도쿄에선 '힐즈에서 즐기는 꽃구경 산책(ヒルズで楽しむお花見散歩)', 도쿄에선 록뽄기, 아자부, 토라노몽, 그리고 아카사카 인근 아크 힐즈 등 네 곳의 '힐즈'가 주축이 되어 '힐즈(언덕)에서 즐기는 꽃놀이 루트'가 공개되기도 했어요. 물론 시설을 중심으로 주변 도로의 꽃들을 소개, 안내하는 기획이었지만, 어쩐지 더이상의 인간 세계에서의 꽃놀이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처럼 다가오기도 했거든요. 날씨가, 기후가 더이상 예전같이 정해진 대로 도와주지 않는다면, 4월의 벚꽃놀이는 자칫하면 노력 없이 즐기지 못하는 다소 인위적 성격의 곧 AI 비슷한 뭐 그런 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올해는 특히 과일값이 고공행진이라 사과 한 쪽도 맘편히 사먹지 못하기도 했는데, 그건 다름 아닌 제때 수정을 못하고 열매를 못맺어 벌어진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꽃과 꽃놀이에 관해서도 그와 비슷한 타격이 있지는 않을까의 우려인데요. 그런데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는 본격적인 사쿠라 시즌이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사쿠라 축제를 중지한다고 발표한 지자체가 하나 둘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나무들의 노령화'라고 하는데요, 얼마 전 국내에서 밤잠을 설치게했던 경북 지역 대형 산불이 오래된 소나무들로 인해 취약했다고 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최근 사쿠라 축제와 맞물려 주종인 왕벚나무(ソメイヨシノ)의 평균 수령이 60년이라는 사실이 새삼 급박한 고민거리가 되고 있어요. 일단 나무가 노령화되면 쓰러지거나 가지들이 꺽여 떨어질 위험도가 월등히 높아지고, 실제로 매년 1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사쿠라 명소인 미에현(三重県) 욧카이치시(三重県四日市市) 카와이조우(海蔵川)강변에선 지난 해 축제 기간 중 나무가 쓰러질 뻔한 일이 있었고, 이후 수목들의 상태 점검을 실시한 결과 기둥 내부에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나무가 많다는 게 드러났어요. 그리고 여기서의 수목은 500 그루 중 3/4이 왕벚꽃 나무거든요. 더 문제인 건 이와 같은 상황이 아마도 일본 열도 전반적으로 비슷하게 진행중일 거라는 사실인데요. "일본에서 왕벚꽃 나무는 전후 부흥과 인프라 정비를 위해 쇼와 30년대부터 50년대에 걸쳐 전국적으로 대량으로 심어졌고, 이는 곧 대부분 노령화되었을 것이다"라는 이 지역에서 수목의로 일하는 나카무라 마사유키 씨의 말처럼 봄철의 꽃놀이는 어쩌면 지금 매우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꽃이 피어주기만을 기다렸지, 우린 그에 대해 나무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 적이 아마 별로 없어요. 애초 자연이라는 건,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서야 큰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새삼 돌아보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그게 어쩌면 인간이 살아가는 자연의 현재형이기도 하잖아요. 다만, AI와 다분히 인공적인 것들에의 생활이 무언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하는 것만 같은 지금, 본래의 것, 진짜인 것들 그리고 익숙한 가치들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또 하나의 사쿠라 명소, 도쿄 메구로강변(目黒川)의 하나미 역시 비슷한 처지거든요. 본래는 강변 양쪽에서 강을 뒤덮을 정도로 풍성했던 벚꽃 나무들이 그야말로 절경이었는데, 지금은 노령화로 인해 모습이 사뭇 달라졌다 해요. 다름 아닌 고령화된 나무들의 연명, 그리고 재생책으로서 구가 나서 가지치기 작업을 했기 때문인데요. 메구로구 토목 정책과의  미쿠니 마코토 계장은 "가지를 센테이(剪定)해서 나무 전체를 콤팩트하게 함으로서 도목(倒木)의 위험성을 줄이고 바람도 잘 통하게 하면서 영향은 작을지 몰라도 나무를 건강하게 한다'고 설명해요. 다만, 그렇다는 건 이전같은 꽃구경은 더이상은 유효하지 않다고, 전과 같지 않은 경관 때문만이 아니라, 나무들의 고령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주지하게 해줘요. 그러니까 그간의 벚꽃 나무들의 건강을, 이제는 함께 케어해야 하는 시기일까요.

현재 메구로강변의 사쿠라는 평균 수령 70년 정도가 대부분이고, 그를 염려해 지자차에서는 15년 주기로 수목 진단이란 걸 실시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최근 두 번의 진단 결과를 보면 전체 782그루의 나무 중 지난 번엔 A 등급을 받은 게 90.3%였다면, 가장 최근 진단에서는 달랑 30% 정도에 그쳤어요. A는 건강의 상태가 건강에 가깝다, B는 주의해야할 피해가 보인다, 그리고 C는 그 피해가 현저하다'로 나뉘는데, 최근 진단 결과 상 메구로 강변의 벚꽃 나무들은 대부분 B 아니면 C라 할 수 있어요(각각 3할 정도). 물론 이에 관해서는 근래 진단 기준이 이전보다 엄격화되었다는 것을 감안할 수 있지만, 미쿠니 계장은 '메구로 강변 벚꽃 나무들의 상태가 상당히 악화되어 있는 건 사실'이라고도 말해요. 원인에 대해서는 올해의 유독 무더웠던 날씨의 영향이라 지적했는데, 그를 주도한 건 분명 최소한 나무는 아닐 거에요. 뿐만 아니라 도쿄의 또 하나의 꽃구경 명소 황궁(皇居) 근처 역시 최근 진행된 수목 진단 결과 양호의 판정을 받은 건 단 30 그루 뿐, 나머지는 다소 불량(16그루), 그리고 불량(45그루)이었어요.

 🌲 여기에 소나무와 거기에 벚꽃 나무와, AI의 쓸모란 아마 만들어내는 것 아닌, 요구되는 게 아닐까요' 

다만, 야스쿠니도오리(靖国通り)에서 키타노마루 공원(北の丸公園)까지 700미터 이어지는, 장소가 장소인 만큼 '도쿄 수목의 프로젝트'의 미노마타 테츠오 씨는 '뿌리 부근에 버섯이 피어나거나 내부가 상처난 사쿠라는 상당수 있지만, 치요다구(千代田区)의 보호 활동에 의해 실제 벌목된 나무는 많지 않다'고도 했어요. 말하자면 늙어가는 나무의 세월을 멈춰 세울 순 없지만, 보호하는 곧 함께하는 시간은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겠죠. 그래서 올해는 보다 안전한, 그리고 지속 가능한 꽃구경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생겨나기도 했는데요, 가령 날씨를 예보하는 '주식회사 웨더 뉴스'는 AI 기술을 접목한 'AI 에이전트'의 버젼을 업그레이드, 사쿠라의 만개 시기와 장소 등을 실시간 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곧, 봄철의 꽃 구경이란 단지 활짝 핀 꽃을 찾아 피크닉을 즐기는 게 아니라 내일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과 같이 우리의 일상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꽃구경을 제안해요. 나아가 꽃구경에 빼놓을 수 없는 맥주 업체 '기린 비루'는 보는 사쿠라 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는 곧 함께하는 사쿠라로서, '벚꽃 나무를 지키는 활동'으로서 '하레카제(晴れ風, 상쾌한 바람 정도일까요. 제품명이라 의역이 필요했어요) ACTION 사쿠라 AI 카메라'라는 걸 시작했어요.

맥주 회사가 웬 나무 지키기인가 싶기도 하지만, 일단 그 내용을 살펴보면요. 꽃구경객이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나무의 꽃을 찍으면 앱의 AI 기능이 해당 나무의 수령이나 건강 상태를 측정, 관할 지자체와 이요자들이 볼 수 있게 데이터화 작업을 진행, 향후 지자체의 사쿠라 보호 활동과 수목의들에게도 공유하며 나무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멘테난스를 계획적으로 실시할 수 있게 도와요. 세상을 지브리풍으로 도색하며 전쟁까지 애니메이션화해버렸던 AI인데, 이렇게 이로운 인공 기술의 활용법도 있었던 걸까요. 심지어 '기린 비루'의 이 서비스는 벚꽃이 피는 봄 시즌에 한정하지 않고, 이파리가 피어나는 여름이나 홍엽의 계절 가을, 그리고 가지만이 남는 겨울까지 포함 일년 4계절 내내 가동될 계획인데요. 이는 '계절과 함께 변화하는 사쿠라의 상태를 관찰, 기록함으로서 나무 보전에 보다 안정적인 데이터의 마련과, 향후 진행할 작업의 정밀도를 높여가기 위함'이라고 '키린 비루 하레카제' 프로젝트 팀의 시모타 리사 씨는 이야기해요. 말하자면 단순히 맥주 한잔 들이키고 끝나곤 했던 꽃놀이의 뒷감당, 이제부터 해야하는 시기가 와버렸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기린 비루'의 이와 같은 활동은 비단 2024년 4월 출시한 신제품 '기린 비루 하레카제'가 시작이었거든요.

다만 신제품을 출시하며 의도했던 것 중 하나가 '맥주를 마시는 문화를 널리 알린다'는 '일본의 생활 관습(風物詩)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조금 낯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그 계절에 모이는 사람들의 웃는 얼굴의 역사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였다고 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이를 행동으로 눈에 보이는 가시적 형태의 무언가로 만들어낸다는 것 아니겠어요. '기린비루'는 '하레카제 액션' 그 첫 번째로 사쿠라 나무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두 번쨰는 하나미 대회 개최의 지원을 위해 47개 지자체에 총 8천 만엔을 기부했고, 2025년 즉 올해에는 제3탄으로 사쿠라 나무 보전 활동의 기부처를 지난 해에 2배에 달하는 94개 지자체로, 활동 또한 계속 확장해가는 추세에요. 사실 봄날의 꽃놀이라는 건 매번 화사한 이면 남겨지는 쓰레기가 문제이기도 했는데, 이 맥주와 함께라면 어쩌면 우리도 나무에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곧 어느 일방향의 액션은 별로 건강하지도 지속적이지도 못한다는 세월의 '風物詩'를 다시금 되뇌어봐요. 구독자님, 그래서 이번 주말 꽃구경 잘 했을까요.

저는 그저 오가는 길가에 꽃이 피어있다면 감사하다 정도였지만,어쩌다보니 유사 지브리 그림에서 시작해 벚꽃 나무 아래 맥주 한 잔으로 끝나버린 듯도 싶지만, 그런데 세상 그 어떤 어려운 문제도 실은 매우 간단하게 의외의 단순한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아마 우리의 역사는 알고 있을 거에요.

 🍺 맥주 마시며 구경하는 봄날의 끝도 시작도 아닌 언젠가에 

이런 말 하면 어쩌면 나이 들통날지 모르지만, 예전에 유행가 중에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라고 세상을 조롱하던 노래가 있었어요. 사실 제목도 가수 이름도 생각나지만 신싱상 이유로 삼가할게요. 아무튼 근래에 들어 특히나 AI와 함께 살아가는 요즘 가짜라는 것, 그가 갖는 의미 또는 가치가 다소 변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가장 쉽게 챗GPT만 보아도 질문에 답을 해주는 건 이미 존재하는 정보와 지식을 도합, 산출한 결과물이고, 소위 이미지 생성이라고 하는 것 또한 기본 작업으로 학습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곧, 더이상의 새로움 보다는 유사품의 색다르고 남다른 활용 방식이 주효해지는 시절이 지금은 아닐까 싶거든요. 다만, 그럼에도 작금의 유사 지브리 이미지거나, 얼마 전 일본에선 아쿠타가와 수상작가가 98% AI와의 협업으로 소설을 써냈다고도 하는데, 그러니까 그와 같은 자동 생성적인 일상의 풍경을 돌아보며 그 가운데 우리가 살아가야 할 자리란 분명 최소한 무언가의 유사품, ~와 같은이거나 ~풍은 아닐 거잖아요.

곧 가짜가 가짜 이상의 값으로 거래되고 가치를 발하는 시대에 그럼에도 중심은 진정한 나와 그와 연결되는 또 다른 나와의 상생에 있는 거 아닐까요. 내가 나에게 나일 수 있는 만큼, 세상에 대해 그리고 내 곁 또 다른 나에 대해서도 진정한 것을 잊지 않는 방식의 AI, 뭐 그런 식으로 말이에요. 사실 '~와 같은'에 관해서는 몇 해 전 제주도의 호텔 d-jeju 개관에 맞춰 진행한 D&Department 나카오카 켄메이 씨와의 인터뷰에서 주효한 키워드로 등장하기도 했거든요. 그는 종래의 획일적인, 투숙객과 직원의 경계가 명확해 주어진 만큼의 관계만이 작동하는 호텔이 아닌, 손님같은 손님, 스태프같은 스태프, 그리고 호텔같은 호텔을 통해 소위 말해 잉ㅇ의 관계를 러프한 형태로 일상에 보이지 않던 가능성의 생활을 실험하고 싶어했어요. 그의 D&D가 물건의 리사이클에 주목했던 걸 돌아보면, 관계에 대해서도 아직 사용되지 않은 혹은 알아차리지 못한 짜투리적 관계의 효용성에 대해 들여다본,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였다는 사실. 그렇다면 지금의 ~풍, 그리고 ~like가 의미하는 바란, 사실은 AI와의 공생을 향한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 안의 키워드는 또 아닐까요.

혹자는 '~와 같은'을 통해 저작권의 법망을 피해간다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 역시 '어떻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피해가는가'에 따른 문제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바야흐로 그런 시대의 일상, 차선의 혹은 부득이하게 찾아온 봄날 같은 봄날에 우린 얼마나 내일같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게 될까요. 구독자님, 키츠네가 또 한 번 장난을 쳤어요. 흡사 시장의 대파처럼 보이는 사코슈가 버젓이 지난 3월 21일부터 판매되고 있다 하는데요, 언젠가 이 가방을 들고 파를 사러 간다면, 전에 없이 우린 시장 복판에서 어떤 신세계의 경험을 하게될까요.🧅

📫 다음 '야마테 레터' #162호는 오는 주말 즈음 발송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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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에 기록한 '도쿄를 바꾸는 공간들, 2021' 

22년의 07월, 책을 만들었어요 두 번째 자기출판, 13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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