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너무 조용만 해서도 야밤에 보는 레터 '뉴스 읽어드립니다' #143

이를테면 이런 걸까요. 아무리 여름이 더워 힘들어도 무더운 날씨에 하루 샤워를 몇 번 하는지 티셔츠를 몇 장이나 소비하고 있나 싶을 정도의 맹더위에도 냉면 한 그릇에 잠시 그 모든 더위의 무게를 잊는 일. 구독자님 어쩌면 여름을 보내는 방법은, 딱히 이렇다할 노하우랄 것도 없이 아주 잠깐 찰나에 더위를 식혀주는 무언가의 상징과 같은 도시의 풍물은 아니었을까도 생각해요. 가령 얼마 전까지만의 평양냉면이나 보다 전 닭계장이 점심 시간 회사원들을 줄세웠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일본에선 덴엔토시센(田園都市線)을 타고(주로 다이칸야마 때문에 유명해진 노선이죠) 이케지리 오오하시 역(池尻大橋駅)에서 하차 10분 쯤을 걸으면 동네 츄카(町中華) 요리의 명가 '치이샤(鶏舎)'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름에서 느껴지듯 닭 요리를 메인으로 하고, 특히나 여름철이면 그러니까 요즘같은 때에는 이집의 계절 특선 한정 메뉴 '히야시 네기소바(冷やしネギそば)'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는 해요. 이름으로 유추하면 파를 적절히 사용해 이를테면 '킥'과 같이 작용하는 차가운 소면일테죠. 아무튼, 한국 서울 못지않게 더위에 시달리는 지금의 일본 도쿄일텐데, 정말 분명히 여름을 나는 방법이란 일주일 장마거나 열흘 넘게 이어지는 열대야에 대응할 무언가의 특단이 아닌, 단 한 순간의 '시원함'이 아니었나 조금 더 확신을 할 것 같아요.

그에 더해 지난 7월 26일부터는 이케지리와 바로 근처 동네 나카메구로 사이의 콜라보 작업이 진행되었는데요, 이는 바로 이 츄카야 인근 위치하는 '와코 마리아'의 기간점 '파라다이스 도쿄'가 로컬을 잇다를 주제로 각종 티셔츠를 '치이샤'의 간판(매우 예스러운 빨강이 임팩트있게 사용된)'의 디자인을 전폭적으로 사용해 발매를 시작했어요. 잘라 말해 동네 가게끼리의 협업을 가게가 위치한 지역 동네 상권 안에 녹여내는 뉘앙스의 작업인 셈이에요. 그런데 이거, 왜이리 여름답게 느껴질까요. 마치 여름철 마츠리가 우리 뇌리에 기억되어 있는 것 같은 어떤 감각의 세포가 '이건 여름이다'라고 직감, 알아채는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있다 느끼거든요. 구독자님, 그래서 이번 여름 어떻게 해야할까요. 하늘에서 누군가 훈풍기를 초강풍으로 틀어놓고는... 잊어버렸을까오. 개인적으로 반 사이즈 작게 입으면 딱 좋을 washed heavey crew neck 반팔티는 11천엔, 같은 디자인의 긴 소매는 1만 7천, 그리고 코치 재킷은 2만 6천엔이라 하는데, 전 어제 저녁 모 화장품 잡화 숍에서 탕진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나봐요. 소비쿠폰, 그거 지난 주 받은 거 맞겠죠? 그러니까 중요한 건 매일을 매일로 기억하며 살아가는 일. 간만에 밤의 레터, 시작해볼게요.

 🥔 먹거리 물가 심난한 시절에 구독자님 어떻게 생각해요? 왜인지 언젠가부터 패션 업계에서는 먹는 것들을 활용한 아이템 개발이 심심치 않게 공개되곤 했잖아요. 아마 그 시작은 이제는 물러난 '발렌시아가' 뎀나의 기이한 크리에이티브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요, 최근 일본의 오랜 하우스 디자이너 브랜드 '미하라 야스히로'는 감자칩 봉지를 심지어 여자들의 구두로 변주한 아이템을 선보였어요. 그나마 뎀나의 포테토칩 클러치는 들고 다닐 수는 있을 것 같았지, 이건 뭐 어떻게 당초 '신을 것'이 되기는 할까요. 그것도 2026년 위민즈 슈즈 콜렉션 상품으로 말이에요. 이름하여 '포테토 칩스 팩 부츠'인데요, 신발의 앞부분은 그냥 과자칩 봉투를 그대로 씌어놓은 듯한 형태이고 디자인이라 할 만한 건 과자칩 실물인 듯한 일러스트가 가득 그려져 있어요. 소재는 카와레저를 이용했고, 다만 미하라 씨는 입체적인 실루엣을 살렸기 때문에 생각보다 부드럽고 신발 내부는 발의 모양에 맞춰 접착되어 있는 덕분에 신는 이의 발에 꼭 피트한 착화감을 가질 수 있대요. 칠리토마토와 사워크림, 그리고 클래식과 블랙페퍼 맛까지 신어보지 않고 말할 수 없는 게 분명 있겠지만, 이런 궁리들 노력 굳이 과자 봉투를 신발로 신어보기 위해 필요한 디테일한 기술과 디자인은 무엇 때문에 필요해지는 걸까요. 비매품 비디오 백 모양의 힐도 있고,

크리스피 도넛인지 크록스인지 가장 잘 한 콜라보란 자연스레 서로 어우러지다가 아닐까 새삼 생각하게 돼요. 그리고 미하라 야스히로의 '바나나 힐' 가격 4만 9500엔 바나나 지분은 얼마만큼 일까요.

하지만 아마 이런 별난 짓의 별나지 않은 원칙이란 그래서 무엇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가일지도 모르겠어요. 여름철의 신발 크록스는 도넛 브랜드 '크리스피 크림'과 콜라보 정말로 먹음직 스러운, '신발에 양보하세요'란 주의 문구가 필요할 것 같은 1족을 완성해요. 신발 앞부분은 설탕으로 코팅한 듯 쫄깃쫄깃한 감각을 살렸고, 중앙에는 지비츠를 활용해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라는 문구와 지금 막 갓 구워나온 상품임을 알리는 '핫 라이트'를 표현했어요. 더불어 신발을 구매하면 넣어주는 주머니는 '크리스피 크림'의 시그니처 '더즌 박스'를 형상화한 더스트백이라 하는데요. 사실 여름철 신발이란 실질적 양말을 신지않는, '삭스-리스'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독자님 어떻게 생각하나요.

🎱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젊은 작가상이 새로운 문학의 흐름을 알려주는 가장 주효한 신호탄처럼 느껴지는 것처럼요, 일본은 아무래도 아쿠타가와상, 그리고 나오키 상 이 두 개의 문학상이 반세기 넘게 일본 문학의 첨탑으로 여겨지고 있잖아요. 두 개의 상 모두 가장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고, 다만 다소 대중적인 게 나오키, 보다 순수문학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 아쿠타가아로 분류가 되기도 하지만, 근래엔 점점 갈수록 이런 이분법 별로 작용하지 않는 것도 같아요. 지난 해2024년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이치카와 사오우 씨의 '헌치백'은 일견 장르적 속성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수상 당시 그는 이제 갓 와세다 대학 인간과학부(아마 인문학부에 가깝겠죠)을 졸업한 직후였어요. 달리 말해 두 상의 성향적 차이가 아닌, 갈수록 시대와 세대의 변화에 따라 상의 그림이 달라지고 있는 인상을 받아요. 제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당시 열 여덟이었던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이 아쿠타가와 수상작으로 발표가 되어, 친구랑 같이 '나오키면 몰라도'라 중얼거렸던 기억도 있어요. 아무튼, 잘라 말해 일본 문학의 두 거대한 트로피 아쿠타가와와 나오키인데요. 그런데 이번 173회 지난 7월 16일 개최된 수상식에서 상을 주관하는 '일본문학진흥회'는 '해당작은 없음'이라 발표하고 말았어요. 그러니까 아쿠카타와도 나오키도 성향이나 장르가 어떠하다 할 것 없이 상을 줄만한 작품이 없었다고 말해버린 셈인데요. 하나도 아니고 둘 다, 이 정도면 오히려 일본 문학의 지금에 대해 무언가 말하는 시그널일까요.

그런데 이처럼 두 개 상 모두 수상작 없는 사태?가 벌어진 건, 이번이 역대 여섯 번째, 약 27년만이었다고도 해요. 그러니 달리보면 또 있을 수도 있는, 꼭 없으라는 법은 아닌 일이기도 할텐데, 먼저 서점가에서는 최대 호기를 놓친 아쉬움을 '마루젠 마루노우치 본점'은 '서점인들, 울고있어요'라 토로하기도 하고, 또 다른 서점 그룹 '미래야서점 상품 기획'의 공식 SNS 계정에도 '솔직히 말할게요. 아쿠타가와 나오키 상 매출이 없다는 건 정말 큰 타격입니다.' 아픈 고백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반면 이와는 별개로 '이래서 문학이고 소설이다'라는 반응도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해당작 업음이라고, 맘먹고 정말 '고르지 않는다'는 각오로 임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당초 1년에 두 번은 빈도가 너무 잦아요. 1년에 한 번이면 되지 않나요. 책방은 힘든 소식이겠지만, 상이 장사가 아니니까요.'라고,  말이에요. 그래도 그래도 일본 가장 주요한 문학상 수상작이 두 개 모두 없다는 것, 그냥 문학의 쉬어가는 계절일까요. 아니면 일본 문학의 어떤 만네리를 예감케 하는 걸까요.

 🥼 반면 올해 만년 81세, 요지 야마모토 씨의 화이트 셔츠에는 굳이 감자칩도, 설탕 코팅도 무언가 많이 달려있기는 한 것 같은데 지비츠와 같은 요란함도 없이 말끔한 한 착을 완성해요. 얼마 전 그가 오랜 세월 매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파워 오브 더 화이트 셔츠'의 신작이 공개됐거든요. 이 콜렉션은 독자적인 패턴이나 커팅, 그리고 소재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 디자인과 재단 등으로 화이트 셔츠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포룸, 나아가 입었을 때의 멋을 추구하는 과정을 그리는데요. 말하자면 화이트 셔츠에 머무는 가능성을 끌어내고 그로인해 힘있는 개성의 디자인을 완성해낸다는 게 바로 이 프로젝트의 요지일 거에요. 그리고 이번에 드러나 셔츠는 무려 셔츠 하나에 버튼이 하나둘셋넷...알 수 없이 많이 달려있고, 얼핏 다 장식으로 쓰인 걸까 싶지만 야마모토 씨는 입는 이의 취향에 습관에 또는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잠그고 메우는 방식을 자유자재로 활용함으로서 비로서 셔츠가 완성이 된다는 말을 했어요. 그러니까 입는 이의 몸 뿐 아니라, 그의 생활 습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셔츠가 만들어진다는 걸 텐데요. 물론 때로는 한 눈에 드러나는 멋을 내고 싶은 날도 있지만, 보이지 않게 제일에 충실하며 무언가 나름의 결실을 맺어간다는 것. 여름이라 짜증나고 귀찮아져도 아마 가장 잊어서는 안될 옷을 입을 때의 마음 가짐 아닐까 싶어져요. 오히려 이것저것 멋 부리다가 뙤약볕 아래 불쾌지수 치솟는 일 너무 익숙하잖아요.

셔츠는 모두 부드럽고 섬세한 감각의 100/2brod(가로 세로 실의 오고감이 100번을 거친 기지를 말해요) 기지를 사용한 것과 실크와 같이 매끈하고 광택이 나는 큐프라 소재를 사용해 두 종류. 더하기 그레이와 블랙 색상까지 함께 판매가 되는데 역시나 이건 화이트 셔츠 1택이겠죠. 겸사 오래 전 써보았던 비슷한 주제의 글이 떠올라 함께 공유해보아요.(근데 막상 비-화이트 셔츠, 셔츠 이야기네요😅)

🚣🏼‍♂️ 지난 레터에서 이야기했던 역사 문화 유적의 밤을 베고 잠에 드는 일 오랜 건축의 보수와 보존이 아닌 ‘활용‘의 관점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근대 유물들에 관한 그 내용인데요. 새로이 만드는 것보다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더불어 문화제의 보존과 유지라는 건 건축의 신축 시장과는 비할 바가 없이 다른 차원의 수고와 비용을 요하는 일인지라, 아마도 앞으로도 이와 같은 근대 유물에서의 호텔, 또는 숙박 경험은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지난 7월 21일, 일본의 근대 건축가 중 한 사람, 르 꼬르뷔지에에게 직접 사사를 받았다고도 알려진 사카쿠라 쥰조 씨의 주요 건축 그 하나 미에현(三重県) 이가시(伊賀市) 지정 문화재 ‘구 우에노 시청사‘가 이제는 도서관을 겸하는 호텔 ‘하쿠센‘이란 이름으로 새출발을 시작했어오. 泊船, 하쿠센이라는 건 일단 건물이 서있는 그 자리가 본래 비와코(琵琶湖) 호수의 호수 바닥이었다는 사실에 기인하는데요, 그래서 실제로 지어진 건물의 모습 또한 호수 위에 떠있는 한 척의 배를 연상케 하는 그림이기도 해요. 사카쿠라 씨는 1921년 파리 박람회에 작업 활동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해 이후 개인 주택 건축 뿐 아니라 공공에 걸친 작업까지 활발하게 일을 하면서, 특징이라면 무엇보다 그가 선언하듯 제창했던 '건축은 살아온 인간의 것이어야 한다'라는 철학에 있어요. 말하자면 건축을 사람과 사회가 삶을 일구어낸 바로 그 자리에 다가서야 하는 하나의 커다란 틀, 그릇이라 본 셈이에요.

그런 이유로 이가 시에서의 이 시청사 역시 본래 자연이 풍부한, 주변에는 너른 산자락이 있는 지형을 그대로 따르듯 특히나 호수의 특성 수평선을 거스르지 않고 강조하듯 낮은 층수로 만들어졌잖아요. 마치 풍부한 이가의 자연에 다가가듯, 더불어 사방이 분지 형태인 지반의 풍토에 화합하듯 만들어진 게 1956년작 '이가시청사'였어요. 하지만 이 다음 벌어지는 일이란 세월의 흔적과 시설의 노화, 게다가 2019년에는 이가시가 시청의 기능을 새로운 신청사로 전부 이전하면서 사카구라 씨의 건물은 안은 텅 빈, 틀만이 남아 점점 더 노쇄가 가속해졌거든요.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쉽게 폐허가 되듯, 그래서 시민들의 걱정이 쌓여갔고 이후 유산으로서 보존 유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 관과 민, 그리고 기업이 함께 동참하는 형태의 '구 우에노시청사 재생 프로젝트', SAKAKURA BASE가 런칭하게 돼요. 아마도 역사적 건축학적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다분히 고려한 결정이었겠죠. 그렇다면 그와 같은 노력으로 만들어낸, 다시금 태어나게 한 건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일단 이전의 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면에서 기타 시청사와는 분명 다르게 접근되었을 것이고, 개수는 MARU, 설계는 architecture, 그리고 호텔 객실의 인테리어는 NOTA&design와 로고 디자인은 UMA / design farm 등 다수의 업체가 함게한 SAKAKURA BASE 모두 19개 객시을 갖춘, 더불어 도서관과 카페까지 겸하는 복수의 기능을 아우르는 형태의 복합 시설로 만들어졌어요. 소위 오랜 건물의 호텔로의 재건축은, 수익화가 다소 용이하다는 점에서 얼핏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일테지만,

그럼 건물이 다 해져 철거 직전의 위기에서 구해낸 시민들의 공은 어디서 보상을 받나의 문제가 남아버려요. 그런 이유로 시민에게 열린 도서관, 그리고 호텔 이용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카페 시설들을 갖춘 셈이에요. 그리고 이게 바로 옛 사카구라 씨가 강조해 마지않던 '건축은 인간이 살아온 그 자리에 다가서야 한다'의 이어받음이 아니겠어요? 일단 호텔이라는 업태를 하고는 있지만, 1층이 리셉션 객실은 2층으로 되어있어 그리고 도서관은 또 1층이라 비투숙객의 로비와 도서관의 이용이 자유롭고, 나아가 도서관 이용객의 2층 이용도 불가능하지 않아 1층에서 고른 책을 2층 맘에 드는 어느 자리에서 열람할 수 있는 다시 말해 건축이 우리 인간의 삶에 다가온 그 자리에서의 시간을 누릴 수 있을 구조에요. 게다가 도서관은 '언어의 호수'에 빗대어 만들어져 2층에서 책을 넘기다 보면 마치 그곳에서 미끼를 던져 지식을 낚는 듯한 풍경도 상상이 된다고 하는데, 뻥 뚫리고 트윈 천장을 차용해 위에서 그리고 좌우로 비쳐오는 자연광이야 말로 오랜 문화 유산의 오늘을 맛보는 가장 기가막힐 재현은 아닐까요. 지난 레터, 문화 유산의 밤을 베고 잠을 잔다고 썼는데요, 어쩌면 이렇게 말해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책을 폈더니 나에게 자연이 다가왔다.라고 말이에요. 

🍉 구독자님, 이쯤 되면 옷이 아닌 과일과게에서 내일 입을 것들을 준비해야 하나요? 아니 어쩌면 기후 이상에 의한 과일 물가 폭등에 의한 부작용 같은 걸까요. 앞서 미하라 야스히로의 포테토칩 부츠와 마찬가지로이번 시즌 패션 시장에는 이상하게도 유독 먹을 거리를 테마로 한 제품들이 다수에요. 마르니는 아예 후쿠오카 하카타(博多) 한큐(阪急) 백화점에 '마르니 마켓'을 차려 수박이 그려진 토트백이랄지, 사과 또는 배 등을 그대로 패턴으로 옮긴 미니 사이즈 배스켓 백을 공개했거든요. 색색깔 과일과 화려한 꽃이 피는 '보태니칼 가든'을 이미지화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단지 디자인의 출처로 과일과 꽃을 택한 거라면 여름철 계절감 물씬 풍기는 아이템이라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보테가 베네타는 한 술 더 떠 오렌지 한 알을 그대로 백으로 둔갑시켜버려요. 2025년 여름 신상품으로 과일을 모티브로 유니크한 포치가 탄생한 셈인데요, 다만 샛노란 오렌지빛의 오렌지 모양을 한, 그러니까 둥근 가방은 뭘 어케 넣고 다닐 수 있어? 싶어지지만, 우리가 오렌지를 그리고 귤을 사 까먹을 때와 꼭 같은 동작으로모두 네 파트로 나뉘어진 '인 포켓'이 등장하고, 어쩌면 보다 실용적인 오렌지를 수확하는 결실로 이어질..까요. 발상은 자유롭게 그 다음부터는 기술력이번 시즌의 입을 거리는 유독 왜 우리의 먹거리 시장을 탐할까요. 요상한 디자인이라면 절대 뒤지지 않을 일본의 디자이너 씨가 만드는 '더블렛'은 방울 토마토를 엮어 진주 목걸이를 만들어버렸고,

오렌지 멀티 포치와 프라고리나 포치 각각 4백만 그리고 1천만원 보테가 베네타인 거 감안하면 뭐 그래? 하겠지만 유독 과일을 사용한 사실에 왜 불편한 위화감 들어버릴까요?

마르니의 후르츠 토트백과 더블렛이 만든 쁘띠 토마토 목걸이

심지어 한 때 일본 가면 꼭 사야할 브랜드 '와콜(WACOAL)'과 협력해 계란 팩의 질감을 그대로 구현한 백까지 만들어버려요. 계란 팩 특유의 데코보코까지 그대로 살린 숄더백이라 하는데, 구독자님 이거 다 모아놓으면 얼핏 동네 과일 가게 한 두 곳 창업 가능하나요? 아마 가장 비싼 과일집의 탄생인가요? 하기야 이제는 발가락 내놓고 신발도 신는 시절에 어쩌면 조금 먼저 찾아온 시대의 과일을 달리 소비하는 일상은 또 아닐까, 조심스레 우려스러워지기도 오늘이기도 해요. 최고 기온 35도 이제 여름철의 뉴노멀 되어버리는 걸까요.

 🥯 우연한 계획과 계획된 우연, 여름의 한복판에서 

2024년 '브루타스'의 커피 특집호에서

카공족 이슈가 한창 시끄러웠던 날을 옆에 두고, 이거 정말일까 싶은데요. 한 연구 조사에 의하면 카페를 이용할 때의 그 성격은 당초 계획을 하고 방분 '계획 내점(計画来店)'보다 어쩌다 생각은 없었지만 방문해 이용하게 되는 곧 우연의 '우발 내점(偶発来店)'이 실질적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요. 특히 카페 입장에서의 보다 이득을 남겨주는 것 또한 우발적 방문의 카페였는데요. 구독자님, 어떻게 좀 맞는 것 같을까요? 다만 근래 외식업계 뿐 아니라 리테일 전반에 걸쳐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건 사전 계획에 의한 소비가 아닌, 우연하게 가령 쇼핑을 나왔다 카페에 가거나 영화를 보기 전 빈 시간을 카페에서 보내거나 또는 하루의 용무를 마친 뒤 집으로 향하며 길에 발견한 숍에 들어가 또 무언가의 소비를 하거나 우발적 소비라 하거든요. 코로나 이후 이러한 경향은 보다 더 심화되었대요. 정말 사실이라면 마케팅이든 브랜딩이든 참 곤란해질 이야기겠지만, 얼마 전 일본에서 출판된 미야마스 마사시著 '우발구매의 디자인 'SNS에서의 충동 구매'는 설계가 가능하다(偶発購買デザイン 「SNSで衝動買い」は設計できる)'에선, 구매 뿐 아니라 일상 다방면의 선택에 있어서도 우발적 요소의 의미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적고있어요. 말하자면 (카페) 운영에 필요한 건, 무엇보다 ‘우연을 설계하다‘라는 말일텐데요. 하지만 이건 또 이대로 다분히 이중적이고 모순의 오히려 보다 계획적이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렇다면 대체, 우연을 찾아야 하나요 계획을세우나요?

교토의 유명한 맛차 전문점 '八十八良葉舎'이 지난 7월 1일 도쿄 2호점 '하치쥬하치 시부야'를 오픈했어요.

아무래도 맛차 라떼라면 특히나 교토의 것이라면 다분히 목적 지향형 카페일 테지만, 도심 한복판 기분 좋은 정적을 제공하는 장소란 다소 비계획적 카페처럼 느껴지죠.

다만, 앞으로의 소비에 있어 '우발성'은 점점 더 주효한 키워드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책의 요지이고, 실제로 감성 마케팅이랄지 사용자 일상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은 이미 그곳에 숨은 우연을 발굴하려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아요. 특히나 근래 경험의 소비를 말하며 더욱 계획적 시장이 강화되는 가운데  계획적 소비라는 건, 그를 유도한다는 건 방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일이고, 곧 계획만으로 쫓아갈 수 없는 일에 부닥치거든요. 소비자 당사자가 아닌 판매자 외부로부터 그의 소비를 계획한다는 것 자체도, 우연을 설계한다는 앞선 문장만큼 어폐가 있기도 해요. 그래서 우발성, 카페에 유효하게 작동한다는 지금의 우연함이 말하고 있는 건 과연 무얼까요. 먼저 계획적 방문이라고 하면, 스타바와 같이 와이파이가 가능하고(공부를 하거나 일을 한다면) 동시에 장시간 체재할 수 있고, 더불어 그를 위해 필요한 만큼의 푸드 메뉴가 제공된다는 조건이 붙어요. 또는 '여기서밖에' 맛보지 못하는 프렌치토스트가 있달지 정가 대비 할인이 작동하는 특정 시간대가 제공된달지.'유일무이의 목적지'로서의 가치를 마련해야 하는 조건이 또 붙을텐데요.  말하자면 다수의 불특정한 충분 조건으로 성립되는 게 '계획적 방문'의 카페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건 이와 같이 계획적 모델 안에 수렴하는 카페라 할지라도 궁극에는 우연적 상황을 매개할 수 밖에 없단 사실인데요. 가령 리피트 방문을 유도하거나 소비자 일상 동선에 밀착된 프로모션 등을 개발하며 접근한다는 건 알게모르게 우연적 상황을 상정한 일이 아니라 할 수 없어요.

당초 카페란 다수의 계획이 빚어낸 우발적 '우연(偶然) 산업'이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상수동 비하인드의 프렌치 토스트는 그만으로 단골을 만들고 저 역시도 동네 카페마냥 이용하던 곳이고, 특화된 인기 메뉴가 있다면 리피터 이용이 아닌, 뉴-소비자의 지속적 유입을 통해 목표를 아직 달성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미야마스 씨도 글에서 그렇게 썼고 목적형 카페가 구동되는 방식, 그리고 추구하는 모델은 결국 소비자 일상 안에 위치하는 카페란 포지션에 다름없고, 그리고 이후 일어나는 일들의 전반적 성향이란 아마, 다분히도 계획 보다 우연에 자리한다 느껴져요. 달리 말해 계획형 방문을 설계(계획)할 수는 있지만, 계획적 재방문을 가능케 하는 건 결코 별로 계획이 아니고, 경험에 의한 피드백, 곧 고객 일상에 쌓인 경험치에 기반해 움직이거든요. 가령 처음 갈 때 몰랐던 맥주 메뉴를 세 번째 마셔보게 되고, 그 다음엔 옆 테이블에서 봤던 아스파라 샐러드를 주문하는 것과 같은 제가 카페 ‘비-하인드‘에서 겪었던 실예와 같이 말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와이파티 없이 당초 오픈도 힘들어진 카페 시장에서 계획을 완전히 배제한 형태의 카페는 무모할 뿐이고, 그렇다면 그 안에 우연한 카페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요. 미야마스 씨는 ‘우발적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딱 좋음(ちょうどいい)‘이란 지침을 제시했는데요. 한국말로 옮기면서 뉘앙스가 다소 변질되기는 하지만,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나에게는 충분한 감각이 우연한 방문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거든요. 물론 그 ‘딱 좋음‘을 만들어내는 건 '충분히 빈 자리가 있을 것‘이랄지 ‘지내기에 편안함‘

2014년 히로사키() 역앞에 빈티지 가구점으로 오픈, 2년 후 16년에는 2층에 카피도 운영하기 시작 이번 7월 18일자 리뉴얼 후에는 카페와 가구점을 1층 한장소에 어우러지게 연출하는 장소로 변신했어요. 그리고 2층은 스태프룸. 노동과 여가를 고려한 리-뉴얼이었을까요. 

그리고 가격 무시할 수 없죠 코스파(가성비와 다른 어감이 있어 부러 이렇게 표기해요)와 익숙한 메뉴가 다수 있어 실패하지 않을 확률의 추정치 등 그야말로 익명의 대중없는 이야기들인데, 정리해본다면 알게 모르게 내가 하고있는 선택의 동기가 되어주는 요소일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앞서 필요 조건으로서의 ‘계획적 방문‘과 달리 ‘우발적 방문‘은 충족 조건의 의한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이를 손님 이용자가 아닌 제공하는 카페 측의 언어로 풀어보면 ‘이게 좋다(これがいい)‘라는 납득감, 기반에 작동하는 ‘선택받는 카페로서의 이미지상(象)'이 먼저 있을 거에요. 그리고 그를 아우르는 게 ‘얼마나 이 순간의 선택지로서 자연스럽게 눈에 띄게 할 수 있을까의 문제겠죠? 지난 번 레터에서 소개했던아래 링크 카페 그룹 UCC가 최근 기세좋게 어필하고 있는 ‘아아‘ 아닌, ‘푸르츠 커피‘의 반향 같은 것도 ‘우리 함께 모두 덥다‘라는 공통된 소비 동기의 제반 조건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돼고, 여러모로 카페란 게절감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있어요. 물론 단순히 마케팅의 기본 시장 조사라 잘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연하게 벌어지는 소비의 흐름 안에 덥고 더 찌는 날씨에 ‘아아’가 아닌 과일 커피가 선택된다는 건 분명 그만의 단조로운 필요는 아니잖아요. 카페라는 건 사실 있어도 없어도 먹고 사는 데 문제 없을 테지만, 그건 곧 명확한 계산이나 계획으로 생겨나 작동하는 장소는 아니란 말이기도 해요.

판매 제품이 곧 카페의 테이블이 의자가 되는 빈티지 가구점이라 가능한 카페를 차리는 법.

더구나 테이크아웃 시장, 특히나 여름철 부쩍 늘어나는 아이스 음료의 소비는 카페를 얼마나 개인의 것으로 치환해내던가요. 고로, 카페는 다수의 우연한 생활로 일어나 움직인다. 크게는 때마다의 유행과 트렌드에 좌우되기는 해도, 결국은 친숙한 계획에 의해 사라지는 것과 남아있는 것.  생활의 동선 안에 ‘계획적 재방문'이 우연한 카페를 만들어요. 카공족 말하다 멀리멀리 우연한 카페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니까 곡 필요해서 목적을 갖고 살아가지 않는 여름이어도 괜찮다는, 무더위와 바쁨에 으해 테이크아웃 잔이 빼앗아가 카페에서의 망연한 여유를 괜히 한 번 말해보고 싶었어요. %%님, 우연히 카페에 가나요? 회의를 하러 카페에 가나요?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운'가요?

 🌝 '헬리-한센'의 브이넥 티셔츠같은 여름에 

HELLY HANSEN, 헨리-한센이라고 하면, 어쩐지 내복 브랜드란 느낌이 있지만, 구독자님 여름이라 유독 평범한 것들의 가치가 더 발휘되는 경험 하고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 7월 21일부터 바로 어제 27일까지 일본의 유명 해수욕장 중 하나 즈시 해안(逗子海岸) '우미노 이에'에 노르웨이 미국 소유 의류 브랜드 '헨리 한센'이 일종의 팝업숍, HELLY HANSEN BEACH HUS을 진행했어요. '우미노 이에' 저 이 기사 보고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라 느꼈는데, 사실 일본에서 바닷가에 천막을 펴고 먹을 거리를 판매하는 오코노미야키도 굽고 맥주도 들이키는 간이 식당은 하나의 청춘, 열기의 상징이었잖아요. 하지만 근래에는 '해수욕 기피(海水浴離れ)' 현상으로 해수욕 이용객이 절감해 예전같지 못한 여름의 바다, 바다의 여름을 되돌려보자는 취지의 행사가 브랜드 '헨리 한센'과 즈시 해안의 '우미노이에' '하나레(はなれ)'의 콜라보로 마련된 셈인데요. 그래서 테마가 '다시 한 번, 바다에(もう一度、海へ)', 그야말로 쇼와 여름 청취 물씬 느껴지지만, 동시에 근래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고려, 젊은이들의 해수욕 기피 현상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원인에 대한 고민을 담아

상품 생산시 남은 잉여 천으로 시설물의 외관을 둘렀고, 스태프들이 입는 유니폼은 버려진 어망을 재생한 나일론 소재의 '뮤론'이란 걸 활용해 만들어 사용했다고도 해요. 그렇다면 어딘가 '해수욕이 우리에게서 떠난 날, 여름 바다에 생겨난 뼈저린 '반성의 집'이라 불러보아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좀 여담같지만 '헨리한센' 일본에서는 특히나 기본 아이템에 한해 매우 품질이 좋은 걸로 평이 많거든요. 오래 전 바다를 좋아하는 헨리 씨가 보다 자유로운 아웃도어 스포츠를 위해 만들기 시작해, 지금은 미국 소유의 기업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얼핏 본래의 의미를 다소 잃어버린 채 외로이 남아 분투하는 지금의 여름 바다와 같은 느낌 없을까요. 그러니까 지금은 계속 더워만 지는 여름이 질색(식이라 말해도 무방하겠죠)할 것만 같아도 여름이란 거 그 안에 품어온 꿈이 정말 가득하잖아요. 그래서말인데요, 구독자님 우리 지치지 말고 여름 잘 잘 해보기로 해요. '여름은 여름이라 여름이니까요.'

 📫 다음 '야마테 레터' #174호는 8월 첫 번째 주말 즈음 발행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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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란 건 참 범위가 넓지요?! (23.06.16일부 이글루스 측의 운영 종료로 볼 수 없는 글이 되었어요. 일부 브런치와 겹치기도 하지만, 당시 과감히 안녕해야겠다 생각해 그냥 있었는데 조금 그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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