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8일부터2026년의 다이어리 판매를 시작, 아직 여름도 본격 시작하지 않았는데 2026년이라니 너무 앞서가나요? 몰스킨 못지않게 다이어리 시장에서 탄탄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수첩 브랜드 ‘델포닉스‘가 지난 주 26년의 아마 가장 첫 라인업으로 10월부터 시작하는 다이어리를 공개했어요. 사실 다이어리라고 하면 연례 행사처럼 연초 구입을 고민하고 여지없이 새로운 출발은 새해 첫 날이란 게 암묵적 룰이 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막상 살다보면 작심이 삼일이라고 새해 첫 날에 국한된 새 출발의 의미는 어쩌면 너무나 짧아 다소 불안한 한 해를 시작하는 우를 초래하는 때가 있거든요. 물론 이번같이 1월이 아닌 10월에 시작하는~다이어리의 기획이 제가 말한대로 실패한 1일을 서포트하는, 응원하고 보조하는 차원에서 마련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진짜 그런까요, 일본에는 10월 뿐 아니라 5월에 또는 가을에 시작하는 포맷의 다이어리 수첩들이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고 팔리고 또 구매하는 걸 보면세상의 흘러가는 시간, 내 마음 잡기 나름일지도 모르겠어요. 델포닉은, 사실 공항에서 집에 돌아가기 전 ‘아차‘ 선물 못샀다 싶어 돌아보며 알게되는 경우가 많고 저 또한 그랬고 그럼에도 품질은 그와 같은 즉흥적 구매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서 이후 애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를테면 12월 32일에 알게되는 카운트다운이나, 성탄 다음 날 알아차린 이브의 밤같은 다이어리일까요.
10월에 시작하는 다이어리 이야기하다 이게 뭰 용트름이냐고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개봉 20주년을 맞아 극중 해리와 싸우던 드래곤이 일본을 방문? 록뽄기 ‘테레비 아사히‘와 록뽄기 힐즈 공동 주체 ‘summer fees’에서 손님 맞이를 해요.
흡사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괴물'이 떠오르는 뮤비인데요, 왘치 40대 초중반 5인조 그룹이에요. 이전 타 밴드나 회사원, 또는 기타를 치는 무라나카 케이지 씨는 라멘 가게의 점장 등, 경험을 가진 이들이 다시 만나 꾸린 밴드라고도 하거든요. 지난 6월 발매된 '소년'은 다분히 자신의 지난 날을 돌아보는 노스탤지아가 묻어있죠?
아무튼 산다는 건, 새해 첫 날 구입하는 다이어리처럼 굴러가지 만은 않는다는 것. 아마 그런 이야기를 9월을 코앞에 둔 7월에 괜스레 해보고 싶었나봐요. 그에 더해 이번 10월 시작의 다이어리는 다름아닌 직영점 한정 판매 상품이거든요.직영점이냐 가맹정이냐. 아마도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일 것도 같은데 델포닉스는 미국의 종이 제품 브랜드 MOGLEA와 콜라보를 진행, 손디자인 느낌의 그림으로 표지를 장식하며 직영점 한정 판매를 결정했어요. 소비 쿠폰 사용 생각하면 쳇 해지기 마련이지만, 사실 직영점이라는 것 물건의 품질이나 접객의 정도를 생각하면 금나큼 중요시하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특히나 ‘모글레아’와의 협업은 이번이 네 번째라 기존 인기 상품 Amalie, 디자이너가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을 여행하던 기억을 모티브로 사용한 제품과 바다의 아름다운 과일들, 레몬 나무와 이타릴아 북부에서 잘 맏시는 레몬 바탕의 알코올 리몬체로 등을 떠오릴게 하는 색감을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전체적으로 초록빛으로 톤을 맞춘 sympathy swirl 제품은 바다 복판에 온 듯한 개방감까지 전해줘요. 어쩌면 이거, 10월에 시작하는 다이어리란 건 무더운 그에 더해 한 번도 족한데 두 번이나 와버린 장마철을 극복하는우리 나름의 계절 응용벙법은 아닐까요. 10월이라면 선선하게 바람 이는 갈대밭 바로 떠오르는데, 그건 너무 욕심일까요. 그렇담, 당장 내일부터 시작하는 다이어리는 어떨까요. 구독자님, 아무리 거센 비바람이 뙤약볕 거세도 싸움에 맞서 이겨낸 건 드래곤 아닌, 해리 곧 인간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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