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옷과 헌 옷 사이, 스마트한 '한 채'가 아닌 지속 가능의 '한 벌'을 사다

🌸 봄이 만개한 4월, 어느덧 봄의 중턱을 걷는 계절. 거짓말처럼 바깥 바람이 따뜻해졌는데요, 그야말로 옷 사러 가고 싶어지는 계절이에요. 외출이 부쩍 줄어든 요즘, 현실은 별로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설레는 마음, 무엇일까요. 혹시, 이런 시대에 어울리는 스타일링이라도 있는 걸까요. 얼마 전 일본에선 스다 마사키의 리바이스, 리바이스의 시그니쳐라 할 수 있는 501 진에 '후루기(古着)'를 믹스한 룩을 바탕으로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스다 마사키를 모델로, '남자의 베이식'이란 타이틀이었는데요, 👖501이 개발된 건 1873년, 그리고 후루기란 말 그대로 세월을 간직한 옷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오래됨에 오래됨을 더해 새로운 '룩'이 태어난 셈이에요.

스다 마사키는 지난 금요일 레터에서 5년의 라디오를 마무리하며 눈물을 보인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는데요. 기억나나요. 그는 이건 '마지막이지만 마지막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어요. 세상 모든 이별이 그런 것처럼, 그건 곧 새로운 만남을 예감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어쩌면 옷에도 그와 비슷한 시간이 작용하는 건 아닐까요. 요즘 일본에선 코로나 이후 분열하기 시작한 어패럴 시장에 '후루기'가 구세주가 될 거란 말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기도 해요. 새 옷이 아닌 헌 옷, 그렇게 시작하는 1일은 어떤 만남을 예고하고 있을까요. 어느 에세이 제목을 빌리자면, 봄날엔, 어쩌면 마지막을 생각하는 게 좋아요. 그렇게 오늘의 주제는, '새 옷과 헌 옷 사이, 후루기의 계절을 만나다.' 따뜻한 햇살이 외출을 유혹하는 봄, 구독자 님은, 무슨 옷을 꺼내 입나요. 

 🌅 새 옷이 지고 헌 옷이 뜨다 

먼저, 코로나 이후 우리의 옷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요. 어느덧 이제는 '위드'란 말이 보다 더 가까워진 시절이기도 한데요, 코로나 초기의 충격이 조금은 완화되며 대부분의 업계들은 예전의 활기를 조금씩 찾아가는 추세인 것도 같아요. 거리의 교통량도, 사람들도 전보다는 늘어가고, 막혀있던 바닷길과 하늘길이 풀려가면서 이제는 어쩌면 해외 여행도 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어패럴, 옷에 관해서라면 그 회복세가 다소 둔하다고 이야기해요. 일본의 경우, 백화점과 의류 업계 매출이 2021년 11월 전년 대비 각각 8.1%와 10.4% 증가했지만, 한 해 더 전으로 올라가 2019년과 비교하면 그 숫자는 92.6%, 그리고 86.8%, 이전을 밑돌았거든요.

심지어 근래 주요 백화점들이 10%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어도, 그 역시 2019년(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98%(미츠코시 이세탄), 93.5%(다이마루 마츠야), 96.8%(한신산큐 백화점), 97.4%(타카시마야), 모두 전전년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는데요. 물론 이건, 해외 관광객 인바운드 시장의 축소 탓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만, 그럼에도 패션 비즈니스 마케터이자 컨설팅 업체 대표, 코지마 켄스케 씨는 "고가 브랜드로 인바운드의 자리를 메우려했지만, 의류품 전체의 회복은 둔했다"고 평가해요.

백화점 뿐 아니라 어패럴 업체들도 상황은 이와 비슷해, 2021년 보다 선전한 업체는 다수 눈에 띄어도, 코로나 이전, 2019년의 수준을 회복, 혹은 뛰어넘은 메이커는 무인양품, TOKYOBASE, '시마무라(しまむら) 등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 그러니까 어쩌면 충분히 회복이 되지 못하고 있어요. 정리해보면, 리테일 전반의 매출은 얼추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어패럴 업계는 2019년 대비 16.8%나 급감했던 지분을 여태 매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똑같은 위기 요소와 똑같은 시간. 그리고 조금은 다른 결과. 어쩌면 이건 코로나...라기 보다 조금 다른 이유, 어패럴, 의류 업계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현상은 아닐까요. 

좀처럼 새 옷이 새 옷의 날개를 달지 못하는 시절, 그런데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 게 있어요. 바로 중고 의류, '후루기.' 덜 사고 더 만드는 시절, 후루기는 새로운 어패럴 시장의 키-체인저가 될까요. 후루기가 '포스트 코로나' 어패럴 시장의 구세주가 될 거란 이야기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어요.

 👖 다시 태어나는 501, '헌 옷'의 '뉴' 비즈니스 

헌 옷을 입다, 이미 갖고 있던 옷을 다시 입다, 이건 어떤 의미의 복식 생활이 될 수 있을까요. 평소에도 후루기를 즐겨입는다는 스다 마사키의 스타일링으로 '리바이스 501'을 재해석했다면, 지난 3월부터 4월 5일까지 신쥬쿠 '이세탄 백화점' 본점에선 보다 대규모의 '리바이스 다시 읽기' 행사가 진행됐어요. 바로 자사가 운영하는 '리스타일' 프로그램을 통해 무려 2톤의 501 데님을 60개 이상 브랜드와 협업, 업사이클하고 200개 이상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만들어내는 '데님 de 미래' 프로젝트인데요.

신쥬쿠 본점을 포함 '이세텐 백화점' 6곳과 한신한큐 백화점 오사카 우메다 본점, 그리고 이와타야 미츠코시(岩田屋三越) 본점과 군마현(群馬県)의 셀렉트 숍 '에스티 컴퍼니', 그 외 아이치(愛知)와 도쿄에 점포를 갖고있는 '패션 코어 미드 웨스트'가 함께 참여했어요. 의류의 마지막 단계, 아이론 프레스를 포함 검품 업체 '야마사와프레스(ヤマサワプレス)'가 수거된 데님을 세탁, 수리, 그리고 검품을 마쳐 각 브랜드에 제공하고, 60여 개의 어패럴 업체가 자신만의 디자인, 개성으로 501을 재해석, 헌 옷을 다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회생하는 작업이었는데요.

말하자면 헌 옷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옷과 나 사이의 두 번째 만남을 주선하는 취지의 캠페이에요. 그러니까 새 시즌의 새 옷이 아닌, 다시 입는 한 벌, 501을 위해 일본 열도 곳곳의 옷 집이 힘을 모았어요.

그런데 이세탄과 '한신·한큐'라면 일본 동서를 대표하는 백화점 체인. 지금 일본 의류 시장은 '헌옷'에 뛰어들고 있어요. 코로나 시절을 지나며, 새옷 아닌 헌옷은 어쩌다 '블루 시장'이 되어버렸는지 몰라요. 실제로 '리사이클 통신'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20년 의류·복장품의 리유스(Re-use) 판매액은 전년 대비 11.1%가 상승해 처음으로 4,010 억엔 대에 진입했는데요. 이런 상승세는 코로나를 전후로 점점 더 확대되고 있어요. 2016년 상황(1869억 엔)과 비교해보면 무려 2.15배가 성장한 수치거든요. 전체 의류·의류 관련 제품' 내의 비중을 살펴봐도 2016년엔 불과 1.7%에 그쳤던 것이 2020년엔 4.6%, 그리고 지난 해 2021년엔 5.5%까지 점점 불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후루기의 기본 단가는 새 옷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 평균 30%대이기 때문에 실제 현 의류 시장에서 후루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라는 말까지 나와요. 그를 배경으로 코지마 켄스케 씨는 "이건 뭐 이제 그저 훌륭한 메이져 비즈니스다'라 이야기할 정도에요. 실제로 코로나 이후로 상황을 좀 더 압축해 살펴보면, 후루기 시장 규모는 2021년 3월 분기엔 16% 증가, 이듬해 3월엔 46.2%. 성장세가 점점 가파라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에 관해서는 프리마켓 어플이나 각종 C2C 서비스로 후루기가 좀 더 사기 편해졌다, 인지도가 높아진 점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와요.

기존 B2C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유통망이 코로나로 삐걱대는 사이, 개인과 개인의 거래가 활발, 소지품이 곧 상품이 되며 '후루기 시장'이 '자연 생성'됐다는 분석이에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의류 시장, 휘청이는 어패럴의 가장 가까운 '대안 비즈니스'는 사실 후루기였던 걸까요. 덜 사고 덜 만드는 시대, 후루기는 어쩌면 '사지 않고 사는' 즐거움을 만들고 있는지 몰라요.

 🍃 마지막은 마지막이 아니에요 

스다가 리바이스로 후루기 스타일링을 하고, 이세탄과 어패럴 업체들이 501 리메이크를 벌이고. 그렇게 헌 옷이 새 옷이 되고. 후루기는 정말 앞으로의 '뉴 모델'이 되는 걸까요. 이와 비슷한 시기 지난 3월 시부야의 쇼핑 시설 '파르코'는 일본 내 최대 후루기 EC 몰 'VCM（Vintage Collection Mall)'의 부스를 빌딩 4층에 오픈했어요. VCM은 셀렉트 빈티지 숍 GRIMOIRE가 운영하는, 모두 90여 개의 빈티지 숍이 입점한 온라인 셀렉트 숍인데요, 어찌보면 최첨단 유행의 '파르코'와 최첨단 '후루기'의 GRIMOIRE가 합을 맞춘 꼴이기도 해요. '리스타일'을 비롯 근래 '지속 가능한 백화점'에 힘쓰고 있는 이세탄 만큼 파르코 역시 '유행에 그치지 않는 쇼핑 시설'로서의 실험에 활발하고,

지난 해부터는 4층 한 층을 모두 '서스태너블리티'에 포커싱, '지속 가능한 매장'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 VCM 오픈은 그를 실천하기 위한 하나의 예인 셈이에요. 참고로 빈티지 숍이 상업 시설 내 상설점으로 입점한 건, 이번이 일본 내 처음이라고 해요. '처음'이란, 새로움에만 붙는 수식어가 아니었나봐요. 그런데, 빈티지, 헌 옷이 새 옷 곁에 함께한다는 건 어떤 작용·반작용을 동반하는 걸까요. 혹은 어떤 상승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 '파르코' 내에 문을 연 VCM MARKET BOOTH는 이름 그대로 일종의 마켓 형으로 설계가 되었어요. 모두 6개의 점포가 시간을 두고 서로 교체될 수 있는 구조이고, 오픈을 한 초기엔 도쿄 중심의 후루기 숍이 많은 편이지만, 이건 자체적 주기를 갖고 랜덤하게 바뀔 예정이에요.

봄이 왔다고, 세일 시즌이라고 옷을 갈아입는 기존의 백화점, 쇼핑몰과는 다른 시간을, 후루기는 살아요. 애초 후루기란, 사이즈도 디자인도 같은 게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의 한 벌이고, 그런 옷에 시즌이란 게 존재할 리 없잖아요. 개인적으로 얼마 전 후루기 디자이너 히오키 타카야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그가 말하길 '후루기는 곧 자유'라 했어요. 어떤 시즌에도 속하지 않는 한 벌이기에 내 마음대로 입을 수 있고, 그건 곧 '복식의 해방'이란 이야기였는데요. 그러니까 후루기, 헌 옷이란, 같은 제품이 대량 생산되고 대량 소비되는 자본주의 어패럴 시장에 대한 안티체제. 좀 거창한가요.

하지만 새로 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새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 탄소 절감, 저생산·저소비 시대를 향해가는 시절에, 분명 의미심장한 한 벌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후루기는 그저 오래된 옷이 아니라, 다시 입는 옷, 고쳐 입는 옷, 너가 아닌 내가 입는 옷, 그런 옷에 대한 재발견, 그렇게 '내일의 옷'은 아닐까요. GIMOIRE의 CEO 토베 씨는 '후루기에서는 사이즈 역시 패션이 된다'고 말해요. 

 🧑🏼‍🤝‍🧑🏾 옷의 주인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후루기를 입다 

새로 산 옷 한 벌, 얼마나 입나요. 평균 입는 횟수를 계산해본다면 몇 번 쯤 될까요. 사실 옷이란 필요에 의해 사기도 하지만 필요없음에도 사고, 무언가 유행을 한다면 한 벌 쯤 따라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인데요. 지난 2월 'NEWSWEEK'가 보도한 종래 어패럴 업계와 후루기의 관계를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2000년대에 들어 지난 15년간 옷을 입는 횟수, 옷이 만들어져 폐기가되기 까지, 그 수는 무려 36%나 줄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는 곧, H&M과 ZARA 등 패스트 패션이 등장한 시기와 정확히 맞물리는데요.

싸니까 산다. 싸니까 더 산다. 얼추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요. 2000년대 초 등장해 급속도로 퍼져가기 시작한 패스트 패션은 싼 가격의 옷을 대량으로 생산, 재빠르게 유통,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욕을 자극하며 점점 더 확장했어요. 그게 우리의 지난 20년 간의 '패션 라이프'에요.

그 결과 '싸니까 산다', '입고 버리다', 별 다를 거 없지만 나름 현명하다 착각하게 하는 '한 철 입고 버리다'와 같은, 소비를 위한 소비 패턴이 양산되었는데요. 그야말로 '여기부터 저기까지'처럼 옷을 사는 시절이 무분별하게 지나갔어요. 하지만 이후 환경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불거지며 H&M, ZARA는 어느 브랜드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의류 수거' 캠페인을 진행했고, 급속도로 일상복이 되었던 패스트 패션은 그야말로 패스트하게 그 기세를 잃어갔는데요, 참 신기하게도 그 시기, 패스트 패션이 점점 활기를 잃고있을 그 때, 후루기 시장은 아이러니하게 점점 커져가고 있었어요. 한국도 일본도 아닌 미국 사정이지만, 2019년 후루기 관련 사업은 종래 어패럴 비즈니스에 비해 21배 성장했다고 해요.

2021년 미국 어패럴 시장 규모는 3789억 달러. 그 중 후루기는 360억 달러. 중고 의류 EC 사이트를 운영하는 '쓰레드 업(thread up)'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 수치는 2025년 770억 달러까지 성장하고, 2030년에는 840억까지 확대될 거라고 하는데요. 반면 H&M을 필두로 하는 패스트 패션은 그 규모가 점점 줄어 2030년 400억 달러가 될 거라는 보고가 있어요. 패스트패션가 후루기가 정확하게 서로의 바통을 주고받는 듯한 수치, 그런 예측이에요. 그리고 인상적인 건, 지금의 후루기 붐을 만들고 있는 건 다름아닌 온라인 판매, EC 시장이라는 것. C2C 비즈니스가 등장하며 어느 누구나 소비자 아닌 판매자가 될 수 있고, 그렇게 후루기는 더이상 그저 낡은 옷이 아닌 판매 가능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되어버린 셈이에요.

물론 이는 옷을 (재)판매의 대상으로 사고하는 다소 위험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헌 옷에 가치가 붙으면서 그에 따라 인식도 달라지고 있어요. 기존의 후루기가 '낡았다', 이 한 단어로 집약되었다면, 싼 옷 찾는 사람이나 콜렉터에 한정된 이야기였다면, 근래엔 '오래된 옷'의 숨어있는 가치, 잠재 가치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요. 'NEWSWEEK'가 인용한 'Journal of global fashion marketing'이 발표한 논문은 "최근의 소비자는 헌 옷의 질을 새 옷과 동등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서는 중고 의류를 사고 다시 파는 '패션 플리핑'도 유행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어요.

심지어 본래의 후루기란, 유통적 맥락에서 GDP 4만 달러 이상의 나라에서 2만 이하의 나라로 흘러 들어가는 헌 옷을 가리키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GDP 4위 미국이, 12위 일본의 후루기 시장이 들썩여요. 그리고 무엇보다 판매를 한다는 것, 사고 파는 행위가 이뤄진다는 건 '유효한 가치' 위에 성립하는 관계이잖아요. 후루기란, 어쩌면 나도 모르게 '저축'된 옷의 예금같은 걸까요.💰 

근래 어패럴 업계의 최대 과제는 '재고 문제'라고 하는데, 후루기는 애초 재고에서 시작하고 있어요. 어쩌면 너무나도 명확한. 저탄소 시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시절에 후루기란 '옷 산업'의 새 지형을 만들어줄까요. 코세트 M. 조이너 마티네즈 교수는 "후루기는 옷의 소유자가 한 명이 아니고, 옷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의미에서 친환경, 나아가 지속 가능한 산업"이라 이야기했어요.

 🩳 가장 자유로운 한 벌, '후루기'를 생각하다 

구독자님, 후루기, 헌 옷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나요. 아직까지 한국에선 '중고'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고 느끼는데요. 그래도 최근에는 당근 마켓이 인기를 끌면서 나름의 '중고 시장'에 대한 인식이 나날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건, 단순히 중고품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기획한 부분이 크다고 느끼는데요. 다행인 것 같지만, 한 가지. 그보다 먼저 '용어'가 필요하다고도 생각해요. 유럽이나 미국에선 빈티지, 일본에선 후루기와 빈티지가 나뉘어 사용되지만 그 차이가 애매한 상황도 발생하고, 한국엔 사실 별로 없잖아요. 일단은 '당근 시장'이라 얘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때로는 '가시화'하는 게 가장 중요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중고품...새삼, 왜 끌리지 않(았던 걸까)을까요.

얼마 전, 저는 도쿄에서 처음으로 '후루기'를 구입해 본 일이 있는데요, 일종의 취재를 위한 사전 준비였고, 그곳에서 만난 후루기 디자이너 히오키 타카야 씨는 '문화복장학원'에서 스타일링을 전공한 사람이었어요. 후루기의 마을 코엔지에서 후루기 마을 코엔지에 사는 히오키 씨는 "후루기는 '입는 방식의 자유도'가 월등히 높은 옷이다'라고 했는데요. 오래된 옷이란 철이 지난지는 이미 오래, 당연히 유행이랄지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한 벌이고, 그건 곧 내맘대로 스타일링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잖아요. 소위 패션은 돌고 돌아온다는 말이 있지만, '돌고 돌아온다는 것' 그건 어쩌면 아직 쓸모가 남아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어쩌면 옷을 사(지 말아)야 할 계절, 세월을 머금은 스웨터가 내일을 이야기해와요.🧶

📫오는 금요일 4월 15일에는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40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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