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독서생활 - 매일 넘기는 하루의 페이지

이 글은 내가 책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슬기로운 독서생활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2025.07.31 | 조회 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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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벤자민

브런치북 <서른의 나는 세살의 나를 불러본다> 연재중

  책 없이는 못 산다. 잠자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책과 함께 보낸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회사 점심시간에, 그리고 하루가 저무는 저녁에도 나는 책을 펼친다. 독서는 어느덧 나의 하루 곳곳에 스며든 습관이다. 시간과 장소가 다를 뿐 책은 내 삶을 관통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글은 내가 책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슬기로운 독서생활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지하철, 움직이는 서재

  정신 없는 출근시간, 지하철에 타면 휴대폰 대신 자연스럽게 책을 꺼낸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이 사소한 습관이 이제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 대신 책의 넓은 페이지를 펼치며 나만의 독서 시간이 시작된다.

  내 가방에는 세 권의 책이 함께 살고있다. 에세이, 비문학, 시집이 한권씩 있다. 이들은 각각 다른 역할을 담당한다. 정지우 <사람을 남기는 사람> 같은 에세이는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송길영 <시대예보> 같은 비문학은 세상과 연결되고 싶을 때,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같은 시집은 마음의 여백이 필요할 때 선택한다.

  이 선택의 순간은 늘 흥미롭다. 마치 옷장 앞에서 오늘의 기분에 맞는 옷을 고르듯, 그 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읽을 책을 고른다. 책들이 서로 자기를 읽어달라 아우성치기도 한다. 매일 다른 책을 골라 읽으며, 나를 한겹 더 깊이 이해하고, 세상의 지식을 한겹 더 쌓아간다.

 

점심시간, 커리어를 위한 페이지

  회사에서의 점심시간은 또다른 성격의 독서시간이다. 이때 읽는 책들은 철저히 업무와 연관되어있다. <개발자 온보딩 가이드>, <100일 완성 IT지식> 같은 책이 주를 이룬다. 영어 공부를 위해 <해리포터 영문판>을 읽기도 한다.

  한번은 출근길에 읽던 책을 읽어보려고 해봤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회사 안에 있는 한 점심시간마저도 업무모드로 전환되는 것 같다. 쉼 마저도 일을 위해 맞춰져 있다는게 조금 씁쓸하지만 이런 책도 나름 재밌긴 하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익히면서 만족감을 얻는다.

 

퇴근길, 시와 함께 저물다

  퇴근길에도 다시 책을 펼친다. 주로 아침에 읽던 책을 이어 갈때가 많다. 하지만 어느날은 너무 지쳐서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한장 한장 넘기는게 버거운 순간들 말이다.

   그럴 때는 대신 시집을 꺼낸다. 시집의 가장 큰 매력은 넓은 여백이다. 글자보다 많은 공백이 시야를 탁 트이게 만든다. 이때 나는 굳이 행간의 의미나 단어의 깊이를 해석하려들지 않는다.

  꽃을 볼 때, 꽃잎 개수나 꽃봉오리 크기, 줄기 굵기를 분석하며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는 멍하니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바라보듯 그 시를 바라본다. 그저 시의 예쁜 단어와 가지런한 문장을 감상한다. '예쁘다', '좋다'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다 유독 가슴을 울리는 시구를 만날 때가 있다. 웅크리고 있던 뇌가 기지개를 펴는 듯 하다. 이런 시를 만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가 없다. 이내 시집을 덮고 눈을 감는다.

  닫힌 눈꺼풀 뒤로 방금 읽은 시가 꽃이 되어 피어난다. 그 꽃잎 위로 물방울 하나가 또르르 미끄러져 내린다. 마음 속 웅덩이에 퐁당 떨어진다. 잔잔한 물결이 일고 이 일렁임을 느낀다.

 

저녁, 읽기와 쓰기가 만나는 시간

  저녁 시간은 보다 특별하다. 바로 글을 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게 책읽기와 글쓰기는 하나의 행위와 같다. 바늘과 실, 들숨과 날숨처럼 긴밀하게 엮여있다.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여백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넣는다. 낮시간의 독서 중 절반은 이미 글쓰기인 셈이다.

  저녁에는 이 조각들을 모아 보다 분명한 문장을 만들어낸다. 완성된 생각으로 발전 시킨다. 일기를 쓰고, 에세이를 쓰며 하루의 생각을 정리한다. 책 속 문장과 나의 생각을 이어 붙이는 시간이다.

 

북토크,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시간

  독서생활의 정점은 그 책을 쓴 사람을 직접 만나는 데 있다. 북토크는 내게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독서 경험의 완성이다. 활자 속에 머물던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건 또다른 감동을 준다.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감상을 나누는 장면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글과 말은 같은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지만 전혀 다른 질감을 가진다. 글이 얼음이라면, 말은 물이다. 글은 얼음처럼 단단한 형태가 있지만, 말은 물처럼 유연하게 흐른다. 상태가 달라 전달되는 감촉도 다르다.

  나는 많은 작가들을 만났다. 글쓰기 스승 정지우 작가, <시대예보> 시리즈를 쓴 송길역 박사, <트렌드 코리아>의 김난도 교수,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의 저자 패트릭 브링리까지, 내가 읽은 책을 쓴 사람을 만나 직접 문답을 나눴다.

  작가를 만나고 나면 그들의 책이 완전히 다르게 읽힌다. 얼음 같은 문장에서 따뜻한 온도가 느껴지고, 행간에 숨어있던 작가의 숨결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북토크는 얼음이 녹아 물이되는 시간이다. 그 따뜻함에 나를 맡기는 시간이다.

 

매일의 페이지, 매일의 나

  책은 오늘도 어디론가 나를 데려간다. 때론 생각을 깊이 파고들고, 때론 깊은 감정의 골을 메운다. 매일 타는 지하철에서, 매일 앉는 책상에서 나는 끊임없이 다른 세상과 만나고 있다.

  그렇게 하루의 페이지가 넘겨진다. 그리고 다음날의 페이지가 새로 펼쳐진다. 책과 함께, 나는 오늘도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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