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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교회 닫힘 인간의 미스치프 전시 관람기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2023.12.18 | 조회 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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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이야기

매주 평일 아침 찾아오는 우럭의 이야기

월요일은 고달프네요.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전시 후기로 찾아왔습니다. 혹시 미스치프를 좋아하신다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사진 하나 없는 불친절한 후기 시작합니다.

 

1.

지난주 월요일에 예고한 대로 전시 관련 후기를 남겨보는 걸로.

 

2.

내가 미스치프전을 둘러보는 내내 마음에 걸렸던 건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모든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혹은 예술이라 칭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 그리고 남은 하나는 ‘예술의 가치는 대체로 얼마만큼 주목받느냐에 달려있다.’는 주장의 진실성.

위의 두 가지 의문점은 각각 제기되기보다는 교묘하게 맞물려 있으며 대개 후자로 인해 전자의 문제점이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3.

물론 그들의 모든 작품들이 단순히 ‘사기 행위’라 규정짓기에 애매한 감이 있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관람객이 전달받는 메시지는 그들이 비판하고자 했던 현실의 허상과 해당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다소 비틀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수단이-정확히는 그 수단을 택하고 행하기까지의 결정이- 과연 ‘순수’하기만 했었나 하는 의문에는, 글쎄. 그들이 벌이는 대다수의 프로젝트가 현실의 도덕, 규율, 법과 같은 것에 구속되지 않은 채 ‘선의’, ‘대의’, ‘공익’을 내세워 선을 끊임없이 넘나드는 데에서 촉발되는 위화감. 이와 같은 상황은 해당 예술 작품의 한계가 너무나도 뚜렷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평가할 때 필연적으로 상당한 도덕적 딜레마를 수반한다. 이는 후자의 메시지와 결합되어 심화되는데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이 예술의 가치를 결정짓는다는 아주 간단한 자본주의적 명제에 의해서 그들의 행위를 스스로 정당화한다는 것-혹은 ‘예술화’한다는 것-이다.

 

4.

그중 유일하게 온건하면서 논의 전개가 가능하다 느낀 것이 있다면 <어린이 십자군‘Children’s Crusade’> 프로젝트.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가 어린이일 경우 국회의원, 혹은 공무원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의견이 전달되고 반영된다는 점에서 착안한 프로젝트이다. 실제 그들이 받게 되는 편지는 어린이가 아닌 어린이의 필체를 따라 쓰는 로봇에 의한 결과물인데 이는 공익으로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그 수단이 거짓되었다는 점에서 상기한 시사점을 환기한다. 과연 일종의 ‘사기’로 촉발된 행동이 공익을 가져다준다 하여 그를 옳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쉽사리 대답하기 어렵다는 점에 더하여 이러한 방식이 아니었다면 같은 총량의 공익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현실만이 부각된다.

 

5.

그리고 이외의 것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예술’이라는 것 자체에 의문을 품게 하는데. 먼저 고백하자면 지난번에도 얘기했듯 내 현대미술에 대한 식견이 열림교회 닫힘 수준이라는 걸 감안해 주길.

 

6.

계속 이야기해 보자면 나머지는 해당 섹션의 표제대로 ‘Fraud for all, Fraud for one” 그 자체. 예시를 하나 들자면 기업을 상대로 전개하는 시민운동의 자금을 배달 요리점이라는 겉무늬로 그럴듯하게 속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운용하는 프로젝트가 있겠다. 기업의 임직원들이 요리점을 이용하고 치른 값이 그대로 반(反) 기업 성향의 정치인에게로 흘러가 기업에 저항하는 데에 사용된다는 점이 꽤나 기발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 구조를 본 우럭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이거 정치자금 법에 걸리지 않을까? 불법 정치자금 뇌물수수 혐의 이런 거. 페이퍼컴퍼니에 기부금이면 조세 회피로 엮어 넣기도 딱 좋겠는걸. 우리나라였으면 당장 좆 될 것 같은데.

 

7.

아무래도 인생은 실전이니까.

 

8.

어찌 됐든 보면 볼수록 이 사람들 정말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 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는 소리다. 특히나 현대 소비 실태와 현대 사회 상업적 횡포를 비꼬는 그들 작품의 나열을 보고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소금보다 작은 크기의 루이비통 백, 에르메스 버킨 백을 해체하여 만든 버켄스탁, 완전히 동일한 티셔츠에 구매 가격을 기입하여 파는 티셔츠 등. 내재된 가치가 아닌 하나의 상징 그 자체를 소비하는 현시대의 시장 상황을 비판하고자 상업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의 우선순위를 전복시키고 ‘상징 소비’ 행위를 그대로 답습하는 행태란. ‘현실 비판’이란 목적에 매몰되어 수단만을 강구한 예술가의 말로이다. 소비 작태를 까던 내가 이세계에서는 과시 소비를 조장하는 예술가? 뭐, 이런 거 말이야. 그도 그럴게, 독점의 민낯을 까발리고자 1,000개 단위로만 판매하는 양말과 모자? 평생 가도 못 신고 못 쓴다고 그거. 사회 비꼬기 전에 환경 생각 좀;

 

9.

무엇보다 미스치프의 작품들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그들이 주장하는 “Nothing is Sacred.” 라는 표제에서 비롯된다. 저 메시지에 죽자고 매달린 결과가 ‘예술의 가치는 대체로 얼마만큼 주목받느냐에 달려있다.’ 라니.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들어서 예술이 더 이상 어떠한 ‘숭고한 영역’으로만 남아있어야 한다는 구린 관점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사회를 꿰뚫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 치고 너무나도 사회에 찌든 주장 아닌가.

하지만 예술 하는 사람도 먹고 살아야지- 라고 타협하면서 넘어가더라도 (신성) 불가침을 부정하는 예술이란. 그래, 마약, 무기, 종교 다 그렇다 쳐도 같은 예술가의 작품을 좋은 말로는 과감하게-나쁜 말로는 겁도 없이- 위조하고 해체하는 그들의 행위를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 현대 예술의 허용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쉽게 말해서, 니들은 같은 작가에 대한 일말의 존중도 없냐? 왜 남의 작품 가치를 훼손하냐고.

 

10.

위와 같은 이유로 음, 나는 미스치프랑은 안 맞는 것 같아. 나 현대미술에 제법 열려있다고 생각했는데 꽤나 보수적인 사람이었을지도. 라고 생각하며 돌아온 우럭이었습니다.

 

11.

다만 그들의 작품들이 사회의 일면을 비춘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에게 시사점을 남긴다는 점에서 한 번쯤 둘러봐도 좋을 전시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전시가 본래 가지는 무게감에 비해 다른 방면으로 마케팅이 잘 되어서 여유롭게 둘러볼 여건이 안 된다는 것. 아, 그리고 애플워치가 존재하는 세계관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읽어보고 싶네요. 그게 제일 흥미로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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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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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윤

    0
    11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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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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