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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다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2023.12.19 | 조회 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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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이야기

매주 평일 아침 찾아오는 우럭의 이야기

퇴근이 4분 남았어요. 워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ㅡ^

 

1.

말 그대로 글을 쓰고 싶다. 어제 전시 후기를 쓰고 나니까 알 수 있었음. 나 글 쓰는 거 좋아하긴 좋아하는구나. 왜냐면 어제 글 쓰는 두 시간 내내 너무 재미있었거든. 쓰고도 아쉬워서 다른 전시 후기도 쓸까 고민했을 정도로. 그러고 나니까 나 글 쓰는 거 좋아했지, 참- 싶었다. 새삼스레? 싶지만 새삼스레 그렇게 느꼈다고.

문제는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고 싶다. 직장에서 쓰는 보도자료 최악이다. 제재나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아무래도 사람이 중학교 시절부터 글을 써왔으면 정립된 스스로의 문체 같은 게 있을 거 아냐. 그런 의미에서 난 보도자료랑 진짜 좆도 안 맞는 것 같아... 보도자료만의 그 딱딱하고 운율 없는 문체가 너무 싫다. 그래, 난 운율 있는 문체가 좋다. 읽으면 어휘의 감각이 느껴지는 글. 파열음에서는 공기가 터져 나오는 감각이, 유음에서는 소리가 흐르는 감각이 느껴지는 그런 글이 좋다고. 괜히 한글이 표음문자가 아니란 말야. 엉엉.

 

2.

물론 운율이 느껴지는 글? 우럭 잘 못 쓰긴 함.

 

3.

그렇지만 그래서 좋아하는 거야… 내가 가지지 못했으니까… 그런 글들은 좀 각 잡고 써야 하는데 사실 최근에는 글을 싸기만 했지 쓴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가장 최근에 그런 방식으로 공들인 게 교지에 실었던 한복 글인 듯.

“겹쳐 입은 옷가지에 치마선은 풍성하게 살아난다. 둥글게 곡선을 그리는 치마폭 새로 흐르는 주름이 마치 물결 같다가도 걸음에 맞춰 살랑일 때면 마치 바람과도 같아 보인다. 둥근 매듭 끝으로는 곧게 고름 자락이 뻗어 곡선과 직선이 어우러졌다. (…) 짙은 풀에 든 청색 빛과 흙 아래 곧게 뻗은 뿌리의 노란빛, 싱그러운 나무 열매의 다홍빛이 천을 색색이 밝혔다.”

이거 진짜 애써서 쓴 거다. 읽으면서 심상이 그려지도록 쓰려고 진짜 존나 노력했다고. 물론 안 느껴진다면? 유?감 보다는 조금 더 슬플지도. 아무튼. 난 그런 운율감 있는 글들이 좋아.

 

4.

하지만? 방금 Bio 국문본 작성하고 온 우럭 갑자기 글 존나 쓰기 싫어졌죠? 인간이 이렇게 변덕스러울 수 있나. 가끔 스스로도 황당하긴 해. 아 나 오늘까지 해야 할 일 있는데 진짜 일하기 개개개싫다… 이따가 오후의 내가 알아서 해주겠지? 오늘 점심에 회식 있는데 거기서 비싼 밥 먹고 나면 2시간 정도는 일할 맛 나지 않을까. 하아아- 개소리다. 밥 먹인다고 일할 맛 났으면 내 꿈이 돈 많은 백수일 리가 없다. 제발 누가 제 통장으로 세후 50억만 꽂아주세요. 신한 110-…

 

5.

밥 먹고 왔음. 여전히 일하기 싫음.

 

6.

농땡이 피우다가 꾸역꾸역 일하고 왔더니 퇴근이 34분 남은 건에 대하여.

 

7.

이 정도면 솔직히 업무일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용이 투명하다. 저렇게 쓰고 나니까 제가 회사에서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걸로 오해하실 텐데 맞습니다. 제가 이 회사에서 제일 한가할걸요. 지금도 봐, 뉴스레터-를 빙자한 일기-나 쓰고 있는걸.

 

8.

어쨌든 어제 글 쓰고 느낀 건 사람이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고 살아야겠다는 거다. 애초에 이 뉴스레터 시작한 목적도 그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변?질됨. 초반에 속아 구독한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달리 보상해 드릴 게 없네요. 정 아니꼬우시다면 구독 취소를. 정말 취소하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슬프겠지만.

 

9.

그러나 매일 글 쓰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다. 오죽하면 카프카조차 그의 일기에 가장 많이 쓴 문장이 ‘오늘도 아무 글도 쓰지 않았다.’겠나. 이런 뻘글조차 매일 쓰는 건 조금 힘들다는 말이지. 읽는 여러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제가 올리는 글들이 평균 한 페이지 반에서 두 페이지 정도 됩니다. 물론 중간에 숫자로 인한 여백은 애교 정도로 넘어가기로.

사실 써야 할 글도 쓰고 싶은 글도 많다. 단지 게으른 내가 문제일 뿐. 블로그에 써야 하는 글은 5월부터 밀려 있으며 매일 쓰겠다고 다짐했던 뉴스레터는 한 주에 한 번 보내면 다행일 정도이다. 이외에도 이것저것 많은데 쓰고 나니까 너무 게을러 보이니 각설하기로 하자. 아무튼 나에게 글감은 넘쳐나고 의지는 바닥났다. 문제는 내가 옆에서 쓰라고 재촉해도 들어먹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어쩔 수 없다. 난 태생부터 이렇게 글러먹은 사람이야.

이야기가 조금 샜는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이제 정말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겠다는 것. 정 안되는 날엔 카프카에 빙의해서 오늘도 아무 글도 쓰지 않았다며 글을 쓰지 않은 사실조차 글로 쓰는 날강도 짓을 하겠다. 위의 말들은 다 이를 위한 빌드업이었음을… 그러니 분량이 좀 짧은 것 같은 날엔 적당히 아 오늘도 꾸역꾸역 썼구나 하고 넘겨주세요. 쓴 게 어디야. 그리고 내 장점은 원래 뻔뻔한 거다.

 

10.

다 쓰고 나니까 문득 슬퍼진다. 봐봐, 나 운율이 느껴지는 글 같은 거 잘 못 쓴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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