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날씨 미친 것 같아. 며칠 만에 이렇게 추워질 수 있는 건가? 분명 금요일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너무 추워서 감당이 안 된다. 담배 피우다가 손가락이 얼 것 같아서 평소보다 1.5배는 빠르게 피웠다. 일이 주 간격으로 추웠다가 포근했다가 날씨가 도대체 왜 이러냐. 지구 괜찮은 거 맞냐고. 망하기 일보 직전 같다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 라고 하기에는 지구가 흔들리면 그건 그것대로 큰일이 나므로 없던 일로 하자. 참고로 난 문과니까 지진의 원리 같은 태클은 받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지구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같은 말을 하고 싶으면 속으로 삼켰다가 지진에 대해서 물어보는 초등학교 어린이의 지식인 물음에나 답해주세요. 저도 다 배우기는 했거든요. 다 까먹어서 그렇지. 아무튼 좀 넘어가.
2.
오늘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정도 되고 내일은 이것보다 더 춥다고 하대. 우리 옆 본부 인턴 분이 다음 주에 퇴사하시는데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진짜 단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싯팔, 나도 1월에 퇴사할걸. 겨울 끝나는 2월까지 벌벌 떨면서 회사에 나올 미래의 내 모습에 마음속으로 눈물이 줄줄 흐른다.
서울이 이렇게 추우니 절로 인도네시아 생각이 들더라. 인도네시아 날씨는 어떤가 찾아봤더니 무려 30도나 된다. 하, 1월에 관두고 2월에 인도네시아로 쨌어야 하는데. 서울이 얼어 뒤져가는 동안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시원한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이나 하는 백수 라이프 2주를 당장 다음 달에 즐길걸! 어리석은 과거의 우럭이 미련하게 계약 기간을 풀로 채우고 나가기로 해서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다. 진짜 반성해라. 개같이 반성해…
3.
사실 인도네시아는 여행을 목적으로 가기보다는 요양을 목적으로 간다고 하는 편이 더 맞긴 해. 왜냐면 가서 이곳저곳 다닐 생각은 별로 없고 주중에는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하다가 주말에는 아빠랑 대충 근처에 나가서 시내 구경 좀 하고 외식하고 할 생각이거든. 물론 아빠 의사는 반영되지 않음. 아, 우리 아빠는 인도네시아 주재원으로 계신다. 애초에 다른 곳이 아니라 인도네시아를 택한 이유도 가면 숙박비가 들지 않으니까… 그다지 여행하겠다고 이곳저곳 다닐 의지도 뭣도 남지 않았고. 무엇보다 난 돈이 없어. 여행도 돈이 있어야 하지. 우럭은 그지야.
4.
눈물이 줄줄 흐른다.
5.
집에 가고 싶다. 서울에 있는 집이든 인도네시아에 있는 집이든 일단 회사에서 탈출하고 싶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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