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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에 서울의 봄 막차를 탔다. 원래 지난주 금요일에 보려고 했는데 육회와 영화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영화가 졌어. 어쩔 수 없다, 육회는 맛있으니까. 결론적으로 영화관에서 봄으로써 관객 머릿수 하나라도 더 채웠다는 데 의의가 있지 않겠어? 우럭, 인성은 빻았을지 몰라도 의외로 애국심은 투철하다. 정치 고관여 층까지는 못 돼도 이 정도는 신경 쓴다고.
어찌 됐든 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주변에서 보고 나서 너무 화가 났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 나도 어느 정도 각오하고 봄. 그런데 결말이야 정해져 있기도 하고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서 그런지 나는 끝나고 막 화가 나지는 않더라.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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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흡연 욕구가 차올랐다. 뒷맛이 씁쓸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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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연기 진짜 잘 한다. 처음 대사 듣고 소리 지를 뻔했어. 너무 똑같아서 경악했다니까. 정말 빙의한 줄 알았잖아. 왜 황정민 팬들이 전두광, 우리 오빠 몸에서 나가! 했는지 알 것 같다. 어떻게… 어떻게 사람이 저러지..? 근본적인 의문에 휩싸인다. 배우란 대단한 직업이다. 특히 마지막 화장실 신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표정과 목소리, 눈빛을 어떻게 저렇게 쓸 수 있나. 그저 감탄스럽더라. 이 자리를 빌려 황정민 배우에게 메시지를 하나 띄운다. 배우님, 대단하십니다. 단 몇 초에 불과한 그 신으로 하나의 생각만이 뇌리에 깊게 박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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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광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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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당할까 봐 실명을 못 적는 게 ‘환’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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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이성민, 정우성, 김성균 등등 워낙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로 라인업이 탄탄했기 때문에 몰입이 깨지는 일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봤다. 다만 보면서 조금 흥미로웠던 점은 안내상 배우가 하나회 중심인물 중 하나로 나온다는 점 정도. 안내상 배우는 실제로 동료 배우 우현 등과 함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인물로 유명한데 그런 인물이 연기하는 하나회 간부라. 흥미롭기 그지없었습니다. 그 아저씨 미국 대사관에 폭탄 던지려고 했던 전과 때문에 미국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아무튼. 겪어 본 사람이 더 잘 안다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보면서 기분이 묘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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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택시운전사랑 1987을 다시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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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같은 날 대통령한테 일침 가하다가 대통령실 경호원한테 입 막힌 채 끌려 나간 국회의원 소식을 들은 우럭의 심정을 서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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