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싯팔, 내 주변에는 이상한 취미를 가진 인간이 있다. 여행을 다녀오면 지인들 선물을 사다 주고는 하는데 꼭 원치 않았던 비정상적인 것들을 사 온다. 전적은 오이맛 레이스, 청포도 향 티백, 각종 이상한 맛의 킷캣 등. 내가 당했던 건 청포도 향 티백이었는데 정말 새로운 경험이고 그지같았어. 마이구미 포장지를 물에 적셔 빨아먹으면 그런 맛일까. 첫 향은 나쁘지 않은데 끝에서 느껴지는 개 같은 포도젤리의 인공적인 향이 입속을 후려쳐서 끊임없이 티를 들이키고 다시 향이 입안을 지배하고 또다시 들이키고... 싯팔, 그 뒤로 이 언니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한동안 그녀를 만나지 않기로 다짐한다.
2.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무엇을 사 왔느냐. 무려 과일 오레오. 그런데 이제 반은 복숭아고 반은 샤인 머스캣으로 버무려진. 하- 난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지? 왜 남의 도파민을 위해 맛대가리 없는걸 먹어야 하는 거지? 하지만 황예린, 주변에 알게모르게... 는 아니고 거의 다 고의로 인성질을 해왔기의 남의 인성질 또한 엔간하면 받아주는 편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주변에는 친구가 남지 않아벌여. 이래서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까. 난 그럼 이번 생은 이미 실패했는데. 이왕 실패한 김에 아주 죽을 때까지 인성질을 흩뿌리고 다니겠다고 마음먹는다. 이거 맞나.
3.
일단 과일 맛 오레오 이렇게 생겼고요... 하. 사실 제가 저거 말고 복숭아 맛을 먼저 받아서 전주에 먹었거든요? 근데 진짜 파괴력이 어느 정도냐면 하이디라오에서 훠궈를 먹었는데 마지막에 오레오를 먹는 순간 입에서 복숭아 향밖에 안 남. 어떻게 복숭아가 훠궈를 이김? 마라 향을 복숭아가 이긴다고? 진짜 과자 포장 벗기자마자 복숭아 향 확 퍼지더니 말하는 내내 복숭아 향 나서 친구들이 뭐라 했음. 담배 피우기 전까지 입 가리고 말했다니까? 이게 말이 안 돼 진짜로. 그런데 준 언니가 중국에서 만든 거잖아- 라고 해서 급 납득하게 되었다는 후문.
4.
그런데 저건 복숭아 말고 청포도도 그려져있죠? 그럼 저게 뭐죠? 저건 복숭아 맛과 청포도 맛이 반반 섞인 오레오입니다^^. 그지 같은 기억으로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레터 소재를 위해 한 번 더 먹었어요. 진짜 내가 이렇게 레터 열심히 쓴다. 다들 개큰박수 부탁해. 아무튼 복숭아 맛은 이미 먹어봤으니 그렇다 치는데 청포도 맛은 복숭아 맛보다 강력하다. 복숭아 맛은 솔직히 향이 문제였지 맛은 오레오 쿠키 맛에 가려서 별문제 없었는데 청포도 맛은 그게 안된다. 크림의 알 수 없는 시큼한 맛이 쿠키 뒤로 박차고 올라오는데 진심 이런 걸 왜 만들지 중국을 원망하게 돼. 물론 향은 두 배로 강력함. 오죽하면 앞에서 같이 글 쓰던 언니가 냄새나니까 나가서 담배로 입가심하고 오라고 함. 언제는 담배 줄이라며... 최악인 건 담배를 피우고 음 이제 좀 괜찮군 입맛을 다시는 순간 입에 남은 청포도향의 단맛이 다시 재롱을 떨기 시작했다는 것이와요. 진짜 최악이어요.
5.
님들은 친구 선물로 이딴 거 사 가지 마라,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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