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을 벗어나고는 싶은데 마땅히 갈 곳이 없을 때 나는 대전으로 향한다. 빵의 고향, 빵의 원조, 빵의 도시. 꿈돌이와 성심당이 반겨주는 그곳. 이번 우럭 투어는 친구 두 명을 싣고 대전으로 빵 여행을 떠났다. 식당과 관광지를 알아서 선정해 주고 최적 효율로 동선까지 짜주는 우럭 투어, 많은 이용 부탁드려요:) 이용했으면 개큰칭찬도 부탁드림ㅎㅎ
2.
나와 그녀들은 대학 언론을 같이 하며 친해진 사이인데 항상 번갈아가며 누군가는 늦는 편이라 우리끼리의 시간대를 부르는 말이 있다. KST가 아닌 SST. 우린 주로 성균지 타임이라고 부르는데 이날도 어김없이 한 명이 버스 출발 시각 5분 전에 도착함ㅎㅋ. 그리고 가장 일찍 온 친구가 버거를 사 먹는다고 해서 "콜라, 제로 말고"를 주문한 우럭은 이런 걸 받았어요.
어떻게 하면 제로부터 콜라까지 완벽하게 틀릴 수 있는 것임. 그녀는 키오스크 터치가 이상했다 변명하였으나 약 8시간 정도 후 생각해 보니 자기가 렘수면 상태였던 것 같다며 진실을 토해냈다. 진자열받어ㅠ
3.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국밥을 먹으러 갔다. 대전에는 태평소 국밥이었나 아무튼 유명한 국밥 체인점이 있는데 국밥 맛이 조금 특이해. 뭐랄까, 소고기뭇국과 갈비탕의 중간맛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맛있다는 얘기다. 맛있으면 장땡이지. 24시간 하는 식당이라 늦게까지 술 마시고 해장하러 가시는 분들이 많다던데 그래서인지 가게 곳곳에 사장님과 종업원분들의 애환이 느껴졌다.
힘내세요. 근데 여기 국밥 진짜 맛있으니까 안 먹어봤다면 한 번쯤 추천한다. 육사시미도. 나는 갈 때마다 국밥 하나와 육사시미를 같이 시켜 먹는 편.
4.
소화 시킬 겸 한밭수목원을 걸었다. 대전 가면 늘 걷는 나의 필수 코스. 어렸을 때는 수목원이 뭐가 좋은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이 좋아지더라. 이런 게 바로 나이를 먹는다는 건가... 특유의 한적함과 흙과 풀이 어우러진 냄새가 좋다. 근데 서울이랑 대전이랑 같은 나라에 있는 거 아니었음? 왜 서울은 겨울인데 대전은 가을임..? 나무로 우거진 숲길을 걷는데 보이는 곳마다 단풍이 붉게 피어있어서 당황했잖아. 수목원 들어서기 전에 지구온난화 시계인가 어쩌고인가 있던데 지구가 망하기까지 정말 4년 남은 건가 싶을 정도로 가을이었다. 품종이 다른 걸까..? 아니면 대전은 바람이 좀 덜 부나? 서울보다 기온이 조금 높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가을일 거라고는 생각 못 해서 조금 많이 당황스러웠음.
5.
그리고 우리의 본 목적인 빵을 사러 갔지. 성심당 털기 go on.
보이나? 이게 바로 도합 세 명이 합쳐 사간 빵의 양. 내 건 가장 위쪽이다. 벌써부터 눈에 확 들어오는 튀소 박스. 아직도 튀김소보루를 처음 먹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어. 대전에 가면 튀소는 꼭 한 박스씩 사 오는 편이다. 나는 오리지널이 아니면 뒤지는 병이 있어서 아직 고구마튀소나 부추튀소(맞나)나 어쨌든 다른 변형된 튀소를 안 먹어봤는데 맛있다고들은 하더라. 그래도 제일은 역시 근본이 아닐까. 사실 내 원픽은 튀소가 아니라 보문산 메아리이긴 해. 아니, 페이스트리가 진짜 미치지 않았어? 결결이 찢어먹으면 진짜 존맛이다. 그 외에도 뭐 샌드위치도 사 먹고 몽블랑도 사 먹고 했는데 역시 빵의 도시, 빵의 근본, 빵의 원조답게 전부 맛있었다. 저 가격에 저 정도 질의 샌드위치라니, 서울에서도 팔아줬으면 좋겠다. 그럼 아침마다 사 먹을 텐데. 하지만 서울에서 사 먹을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샌드위치는 서브웨이뿐. 서울 사람이라 서럽다. 그 외에도 지인의 강력 추천으로 토요빵을 사고 회사 선물로 마들렌도 한 박스 사 오긴 했는데 전부 맛있었습니다. 토요빵은 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것 같다. 에어프라이어에 따뜻하게 돌려먹으니까 맛있더라.
6.
글이 길어지니까 다음 편으로 돌려야지. 아싸, 소재 저장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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