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춘기 때 완료해야 했을 과제를 이 나이 먹어서까지 질질 끄니까 힘든 거다. 나는 누군가를 등에 업고 뛴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누군가에게 매달려 있는 형편이더라. 그럼 등에서 느껴지던 무게는 뭐지- 하고 살펴보니 그건 이것저것 잡다하고 쓸데없는 감정 덩어리들이었다. 스무 해 넘게 달고 산 게 온통 쓸데없는 감정 덩어리였다는 게 허탈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난 그것 때문에 참 많이 힘들었는데 말이지.
2.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나쁜 버릇은 그래서 생겨난 걸까. 아니면 천성이 도파민을 쫓는 인간이라 그런 걸 지금 이 때다 싶어 핑계 대고 있는 걸 수도 있고. 아무튼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면서 마음에 드는 걸 찾고 있는데 통 나타나지를 않는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어느 한구석 꽂히면 냅다 직진하는 버릇도 거기서 나온 듯싶다. 하필이면 취향도 참 까다로워서 눈에 차는 것들이 별로 없으니 열 중 하나라도 마음에 들면 달려들고 보는 거다. 그게 혹시 내 세상을 좀 더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을까 싶어서. 사실 살피고 뜯어보면 결국 질리거나 내가 먼저 도망쳐버릴 걸 알고 있지만서도 혹시나 모르는 거잖아. 물론 망할 '혹시나'는 대부분 '역시나'라서 데인 자리를 계속 데이고 있다는 게 흠이지만.
3.
재미있는 거 뭐 없을까. 이리저리 꼬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난 참 단순한 사람인데 말야. 마음에 차는 게 썩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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