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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준비하는 자세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2024.11.26 | 조회 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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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이야기

매주 평일 아침 찾아오는 우럭의 이야기

어제는 안 온다고 미리 고지했죠? 전 한 번 말한 건 지키는 상여자라 차마 올 수가 없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헛소리 한 마디 해봤습니다. 참, 짝수 년생 분들은 저처럼 기회 날리지 마시고 제때 건강검진 받으셔요.

 

1.

내일, 그러니까 이 레터가 발송되고 2시간 후쯤이면 우럭은 건강검진을 받고 있을 거다. 환자분, 건강 상태가 어떠세요? 건강 검진이란 건 이런 개념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환자 너 이 자식, 지금까지 어떤 개쓰레기 같은 생활을 해 왔는지 확인해 보실까- 이쪽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망해가는 현황에 비해 쌓아놓은 복지 체계가 나름 안정적인 편이라-아직 갈 길이 멀긴 했으며 그마저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망가져 가고 있으나- 국가에서 기본 건강검진을 2년마다 해 준다. 나는 세금을 내는 20대 여성으로서 국가에서 떠먹여주는 기회를 지금까지 3번 정도 마다하다가 올해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 되어서야 첫 혜택을 누려보기로 했다. 권리 위에 잠자는 나 덕분에 그간 세금이 세이빙 된 것이니 지금이라도 엉탐은 권좌에서 내려오길. 원래 우럭이야기는 빠꾸란 걸 모르고 쓰는 글이다.

 

2.

막상 건강검진을 하려니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일단 몸이 고장 난 부분을 급하게 수리하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땜빵을 해서 미리 속임수를 쳐놓으면 검사 결과도 아잇, 거기까지는 몰랐네! 분하다, 이 자식. 해주지 않을까?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아무튼 이상 있는 정신머리와 몸뚱이에 회복 버프를 걸기 위해 정신과와 한의원을 다녀왔다. 정신과에 가서 선생님, 제가 요즘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아요. 엉엉- 하고 울지는 않았지만 비스름하게 얘기하니 수면제를 다시 증량해 주셨다. 이제 일주일 동안 우럭은 증량된 한 알의 효과를 실험하고 딱 맞는 용량을 알아내기 위해 약 한 알을 다 먹어도 보고, 반 부셔 먹어도 보고, 빼 먹어도 보면서 수면 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그래서 건강검진 전 날에는 이걸 다 먹어야 할지, 반 부셔 먹어야 할지, 빼 먹어야 할지 고민 중인데 이건 자기 전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10시부터 금식이 걸린 터라 약은 9시 50분에 먹을 예정이다. 아, 잊기 전에 알람 맞춰 놔야지. 이래놓고 이따가 이 시간에 웬 알람이지- 라며 그대로 종료시키고 약 먹는 거 잊어버리면 레전드. 정신과에서 약 증량에 성공한 뒤로는 곧바로 옆 건물에 있는 한의원에 다녀왔다. 가서 선생님, 저 김장하고 와서 안 아픈 데가 없어요. 엉엉- 하고 이번에는 정말 우는소리를 하니 원장님께서 안타까워해주시며 등 전체에 침을 놔주셨다. 평소보다 빼곡하게 꽂히는 침을 느낄 수 있었음. 우리 동네 한의원은 원장님들이 실력이 좋으셔서 한 번 다녀오고 나면 어어, 이런 게 치유 버프지. 힐러가 따로 없네. 허허- 생각하게 돼. 정보가 궁금하면 비댓을 남겨주세요. 병원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건 몰랐는데 의료법 위반이라고 하더라. 이따위 글을 누구도 뒷광고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어쩔 수 없지. 아, 뒷광고 나도 해보고 싶다. 진짜 잘할 자신 있는데(?).

 

3.

그리고 가장 중요한 10시 이후 금식만이 남았다. 아니, 난 음식만 안 먹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물도 안 되고 심지어 담배도 안 된다네? 제기랄. 요새 건강검진 기계는 뭐 후각 신경이 발달해서 환자들이 담배를 언제 피웠는지 추론해낼 수 있고 그런 거냐? 진짜 서러워 뒤질 것 같다. 내일 보낼 레터를 미리 적고 있는 지금이 오후 8시 40분이니 나에겐 아직 1시간 20분이 남은 셈이다. 사실 오늘은 문제가 아닌데 내일 일어나서 건강검진이 끝나기 전까지가 고역이다. 아, 검진 9시로 잡을걸. 괜히 10시로 잡았어. 하지만 9시로 잡았다면 우럭, 무사히 일어나서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죠?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는 게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까? 아닌 걸 알지만 그냥 우겨보고 싶은 심정이다.

 

4.

아무튼 그렇게 됐수다. 얼마나 쓰레기같이 살았는지 확인하고 리뷰 남기겠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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