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조금 더 특별한 글을 위해, 생각을 나눠주세요

기록

[책] 트로피컬 나이트: 으슬으슬한 떨림 속에서도 사랑을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2024.11.18 | 조회 489 |
0
|

오늘은 짤막한 서평 하나를 보내드립니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가볍게 읽으실 만 합니다.

* 스포일러 주의

 

칵테일, 러브, 좀비」를 지필한 조예은 작가의 단편집. 작가의 전작을 추천받았음에도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이번 작을 읽으면서 그녀가 그리는 이야기들의 결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기실 스스로의 선택이라면 손을 댈 일이 그다지 없는 장르문학이다만 친구에게 선물로 받기도 했고 주제의식도 따스해 좋은 마음으로 리뷰를 남긴다.

종말의 지구에도 사랑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다루고 있지는 않으나 사랑의 형태와 지속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각자가 선 외로움이란 외길 속에서 사랑을 발견했을 때, 그 사랑이 거짓이든 참이든, 혹은 그 사랑이 언젠가 나를 집어삼키든 찢어발기든 내 것을 온전히 내어줄 수 있는 감정. 조예은 작가는 그렇게 자기희생적이고 이타적인 사랑의 힘을 그려낸다.

 

"우리가 어떻게 손을 잡을 수 있지?

⋯⋯.

그런데 우리라는 게, 하나는 나야. 그럼 나 말고 너는 누구야? 넌 어디에 사는 누구라, 나를 찾아오지 않아?"

 

"수안은 말없이 미주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마 실장이 있던 자리엔 먼지만이 남았다. 정말로 그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먼지의 신은 다른 대리인을 찾겠지. 통쾌함이나 후련함 같은 건 없었다. 다만 어차피 삶은 계속될 테고, 그 사실이 버틸 만하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먼저 손을 내민 쪽은 수안이었다. 미주는 그 손을 맞잡았다. 수안은 다시 미주를 바라봤다. 미주 역시 수안을 바라봤다. 둘은 서로를 부축하며 일어섰다. 지하실을 빠져나가는 길에, 미주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 문을 열고 나오자, 평소보다 아주 약간 맑은 하늘이 그들을 반겼다. 먼지바람은 한동안 불지 않았다."

 

"블루는 자신을 데려갈 사신일지도 모를 그 존재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낯설지만 익숙한 중년의 얼굴이 나타났다. 블루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과 목에 걸린 낡은 목걸이는 분명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

"당신을 계속 찾아다녔어. 아주 오랫동안."

남자가 블루의 손에 별을 쥐여주었다. (⋯) 맞아, 난 한때 이런 기억들로 살았다. 나를 이루고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던 시간들이 있었지. 스스로를 되찾은 블루는 너무 오래 부르지 못해 입 안에 갇혀버린 이름을 비로소 떠올렸다. 블루는 마지막 남은 온 힘들 다해, 세월의 먼지를 털어낸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

"오랜만이야, 썸머.""

-트로피컬 나이트」 부분

 

으스스한 존재를 마주하더라도 사랑이란 이름 하에 용기를 내는 아름다운 마법들로 가득 찬 소설. 조예은 작가의 「트로피컬 나이트」는 따뜻한 사랑의 포근함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우럭이야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담배 쿼터제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담배 말려요. 하아아- 1. 뭐냐면 차마 금연은 할 수 없는 흡연자가 절연을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 한 달 전까지 거의 한 갑을 피우던 우럭이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 흡연량을 반

2024.12.19·기록·조회 331·댓글 2

사람을 미워한다는 건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이 집은 원래 급커브 맛집입니다. 1. 최근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노랫말이면서도 꽤나 복잡한 제목에 웃음이

2024.10.30·기록·조회 254

비 내리고 소용돌이치는 밤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빨간 날이지만 메일함 한번 두드려봅니다. 투표 안 하셨으면 투표 긔. 1. 일교차가 부쩍 큰 요즘이다. 낮에는 봄이 왔다는 걸 물씬 느낄 수 있을 만큼 따뜻하다가도 어둑어둑해진 후

2024.04.10·기록·조회 382

오늘은 뭘 쓸까 고민하다가 카톡을 보고는 답을 얻었다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귀여운 거 보고 행복해 하다가 뼈 맞고 으스러짐 1. 길게 주저리주저리 쓰는 대신 아직 초등학생인 내 사촌 동생의 귀여움을 널리 알리고 떠나겠다. 회사에 있는데 부재중 와있길래 뭐

2024.02.19·기록·조회 515·댓글 2

난 우리 부모님을 사랑해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어제에 이어서 감동을 좀 이어가볼까 싶은데요. 저도 나름 꽤나 인간적인 사람이란 말이죠, 허허. T지만. 1. 갑자기 나온 소리라기보다는 그냥 오늘 아침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너무

2024.11.14·기록·조회 312

요즘 뭐하고 사세요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어제 과자 얘기했다고 그새 네명한테 과자 뜯겼음. 왜 주변에 양아치밖에 없지? 생각해보니 스스로가 양아치처럼 살아왔음을 깨닫고 반성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하지만 난 과자를 뜯겼다고

2024.07.25·기록·조회 660·댓글 2
© 2026 우럭이야기

매주 평일 아침 찾아오는 우럭의 이야기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