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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잘 안 써질 때 꿀팁

인생이 싯팔 이럴 수가 있나

2024.09.24 | 조회 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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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이야기

매주 평일 아침 찾아오는 우럭의 이야기

오늘 흑백요리사 5화 나옵니다. 1-4화 안 본 사람이랑은 겸상 안 함. 재미있다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 실망스럽긴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이상 님들에게는 자유가 있으니까요. 그저 겸상 안 하는 걸로 좁은 속내를 어필해보겠습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뻘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포기하면 빠르다.

 

2.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유독 안 써지는 날이 있는데 그저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군-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시평 도입부 아이디어가 도통 떠오르지 않아 네 시간을 매달리다가 때려치운 인간의 교훈이다. 개요까지 다 짠 글을 촌스럽게 시작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글자조차 적지 못한 나의 기분 따위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빠르게 포기하고 다음날 다시 키보드 자판 위에 손을 올리면 여전히 쓰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싯팔, 글은 재능이다. 그리고 난 재능이 없다. 내 재능은 과연 뭘까. 굳이 굳이 찾는다면 아마 '낭비'에 가깝겠지. 시간 낭비하기, 돈 낭비하기, 인생 낭비하기. 지금 이 글을 적는 이 순간마저 아무 의미 없이 글자 수를 낭비하고 있다. 레터가 발송되면 이딴 걸 읽는 사람들의 시간도 낭비하겠지.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니. 이 정도면 재능이 틀림없다. 그러니 다시금 말하는데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포기하면 빠르다. 오늘의 포기에 익숙해져야 내일의 포기에도 익숙해질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런 식으로 레터를 몇 번 포기한 경험이 있음을 지금에서야 슬며시 고백한다.

 

3.

인성이 나쁘다는 걸 디폴트 값으로 지정해둔 데 더해 결국 글을 완성하지 못한 인간은 이딴 뻘글이나 적으며 좀스럽게 군다. 글 하나 포기한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으므로 문제 될 건 하나도 없다. 그러나 나처럼 재능도 없으면서 사소한 데 목숨 거는 인간은 어디든 꼭 존재한다. 그 왜, 또라이 질량 법칙처럼 말이지. 같은 입장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시평 완성하고 싶다고. 완성이라고 하기엔 아직 한 글자도 못 썼지만. 차라리 이런 부류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앞으로 시간은 많고 나를 고달프게 하는 건 내 고집밖에 없으니까. 문제는 이제 글 하나 포기하면 인생이 달라지는 사람들이다. 학업이나 직업 등의 이유로 강제성이 부여되는 그런 사람들 말야.

사실 글을 업으로 쓰는 사람들이야 대처법은 나보다 훨씬 다양하게 알고 있겠지만 또 피치 못해 쓰는 경우가 있을 테니 이야기한다. 글이 잘 안 써질 때 꿀팁은 포기하는 거다. 아까와 달라진 게 뭐냐고 성내지 말고 들어봐. 아니, 읽어봐. 누가 글 전체를 포기하래? 그냥 대충 넘기고 그다음 부분을 쓰라는 거다. 원래 쓰기로 했던 내용이 있으면 그걸 쓰든, 없으면 대충 떠오르는 걸 손 가는 대로 쓰든 상관없다. 그냥 쓰기만 하면 된다. 쓰다 보면 뭐든 나오게 되어 있다. 그게 똥인지 된장인지에 따라 후에 조금 피곤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쓰다 보면 그전에 넘긴 부분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고, 쓰던 걸 얼기설기 엮다 보니 그럴듯해지는 경우도 있고. 재능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소위 '야매'로 쓰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괜찮다. 결국 퇴고하고 나면 과정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거든. 생각보다 티 안 난다.

 

4.

혹여 티가 나는 사람들은 정말 심각하게 재능 없는 것이므로 빠른 시일 내로 포기하는 게 좋겠다.

 

5.

오늘 레터는 정말 꿀팁 알려주려고 쓰는 건가요? 그럴 리가. 그동안 뭘 읽은 건지 모르겠지만 난 그런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럼 왜? 저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의 답 없음을 말하고자 온 겁니다. 모두 저에게 돌을 던져주세요. 싯팔, 나도 알아. 개요 다 짰으니까 도입부가 안 써지면 본론부터 써 내려가면 된다고. 하지만 왠지 그러기 싫단 말야. 그냥 처음부터 끝내주는 도입부를 쓰고 싶다고. 깨달음과 실천은 무릇 다른 법이다. 재능이 없는데 고집까지 세면 이렇게 고생한다.

결국 지난주에 시평을 완성하지 못한 우럭은 며칠을 포기했다. 다시 말하지만 처음이 어려울 뿐 일단 포기하면 그다음은 쉬운 법이므로. 포기하고 다른 글을 쓰러 갔다. 우럭은 글이 안 써질 때 포기하고 다른 글을 쓰는 버릇이 있거든. 그것도 안되면 이제 잠시 묵혀두고 이전에 저장해놨던 미완성 글을 꺼낸다. 뭐라도 하나는 써야 뒷맛이 개운한 법이다.

 

6.

근데 왜 레터는 자주 거르냐 묻는다면 노코멘트하겠습니다. 더 말하면 불리해질 것 같으니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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