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게 통 쉽지가 않다.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제재를 정한다 한들 어떻게 써야 할지 감도 안 잡히고. 바쁘다는 핑계로 활자를 너무 멀리했던 거지. 고작 세 문장 적어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싶네.
일상에 콘텐츠가 부족한가 생각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최근 한 달을 돌이켜보니 꽤나 바쁘게도 살았다. 지나고 나니 봄이었던 것 같던 5월은 역대로 바빴던 시기라서. 사실 이 업계가 워낙 바쁘게 돌아가기도 하고 다른 팀은 새벽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터라 바쁘다 말하기 조금 무안하네. 바쁜 와중 나름 착실히 놀기도 했고. 음, 완전히 놀았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들인 게 삼 주 연속 회사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어찌 됐든 5월은 여러모로 정신이 없었고 어느덧 봄을 하루 이틀 남기고는 거짓말처럼 프로젝트들이 정리되더라. 사나흘 머리를 잠깐 식히고 나니 방심하지 말라는 듯 다시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긴 한데. 아무래도 추석 전까지는 계속 이러지 않을까 싶다.
왜 근황 얘기로 빠져버렸지. 정신을 아주 잠깐 놓았는데도 글이 산으로 간다. 하긴 일기나 다름없는 활자의 연속에 하나하나 신경을 쓰는 것도 웃기긴 해. 아무튼 쓸 것들은 넘쳐난다. 특히 6월 들어서는 주에 한 번 가던 필라테스를 주 5회로 변경하는 미친 결정을 내리기도 했고 다다음 주부터는 일요일마다 독서모임에 나가기도 하니까. 애초에 5월이 아무리 바빴다 한들 글 하나 적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그냥 내 나태함의 문제에 더 가까웠어. 뭐, 다들 예상하고 있었겠지만.
그냥 예전만큼 가볍게 쓰는 게 잘 안되는 것 같다. 우스갯소리를 뻔뻔하게 던지거나 의미 없는 말들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게. 진중한 분위기가 질색인 사람은 유머를 잃으면 삶이 팍팍해진다. 그렇구나. 방금 쓰면서 깨달았는데 이 모든 건 내가 유우머를 잃은 탓이다. 맞네. 회사 생활에 치여 노잼이 된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었던 거다. 아무래도 글을 쓰면 그걸 숨길 수 없으니까. 아무짝에 쓸모없는 노잼이 되어버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글에 권태기가 온 거였어. 내가 이렇게 재미에 진심인데 왜 하늘은 내게 재능을 내려주지 않은 걸까. 불공평한 세상이다. 누구는 들숨에 웃기고 날숨에 박수를 받을 텐데 나는 요즘 들숨에 코어를 잡고 날숨에 다리를 찢는다. 필라테스는 무시무시한 운동이다. 신체를 혹사하기 위해 작고 귀여운 월급에서 매달 30만 원가량을 납부해야 되는 현실은 그보다 무시무시하다. 그렇다고 당장 돈도 아끼고 신체도 평안한 방법을 택하면 노후가 고달프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가장 무시무시하다. 봤지, 이렇게나 험하고 무서운 세상이다.
음, 서너 줄 적고 나니까 사람이 다소 재미를 잃었을 뿐이지 헛소리하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퍽 마음이 놓이는구먼. 잘 안될 뿐이지 할 수는 있는 거였어. 하, 괜히 쫄았네.
결론은 글에 권태기가 왔다. 믿거나 말거나. 쓰는 사람이 그렇다는데 읽는 사람이 뭘 할 수 있는데. 유우머를 잃기 전에도 인성이 훌륭한 편은 아니었다는 점을 모두 기억해 주길 바라. 좌우간 이 시기도 극복해야지. 이럴수록 원래 한 자라도 더 써야 하는 법이다. 잘 써지지 않는다고 글을 놓는 순간 뇌와 손가락이 동시에 굳어버리니까. 하지만? 이런 뻘글을 쓰는데? 굳이 뇌가 말랑말랑할 필요? 가 있을까 묻는다면? 네, 그건 좀 생각해 볼 문제네요.
나 근데 6시간 자고 훠궈 먹으러 나가야 됨. 내일은 진짜 올게. 내가 나무였으면 벌써 가공당해서 피노키오 됐을 듯- 이라고 말하지만 이번에는 진짜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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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이인
소재 엄마가 먹어버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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