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파민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은 끊임없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다. 문제는 이 세상에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는 한정적이고 나의 취향은 그보다 더더욱 제한적이라는 점 정도랄까. 깁스를 한 채 하루의 9할 정도를 침대 생활하면 안 그래도 나락 간 인성이 한계 끝까지 몰리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짜증 날 때는 짜장면이고 우울할 때는 울면이라지만 사람이 매일 매끼 짜장면과 울면을 처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 뭣보다 저건 너무 오래된 개그다. 우럭, 웃음에 엄격한 편이라 철 지난 건 잘 안 받아주는 경향이 있다.
2.
뭔 소리냐면 당연히 쌉소리임. 처음 겪는 일처럼 당황스러워하면 이쪽이 더 뻘쭘한 법이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요즘 콘텐츠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몇몇 게임들과 최근 나온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로 연명했다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우럭, 노잼이 되어버리고 말아. 재미없는 사람과는 친구 하지 않는 내게 노잼 타이틀이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치욕 그 자체라고. 설상가상으로 지금 난 백수다. 무슨 뜻이냐면 이제 재미를 잃잖아? 그럼 난 노잼거지가 되어버려. 재미든 돈이든 하나는 들고 있어야 사람을 만나왔던 과거의 업보를 이렇게 돌려받는 것일까? 아아, 무섭기 그지없다.
아무튼 취향이 상당히 확고하면서도 깐깐한 사정 상 우럭에게는 아무 콘텐츠나 소비하지 못하는 병이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 콘텐츠 자린고비를 해야 한다. 내가 직접 제작하고 내가 직접 소비하는 콘텐츠. 장점은 내 취향에 딱 맞게 극강의 도파민을 분출해낼 수 있음. 상당히 번거롭고 귀찮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괜찮다.
3.
단점이 너무 큰 것 아냐? 응,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도파민의 끝을 볼 수 있는 명절맞이 섯다는 친구들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실패한 인간관계로 인해 노력 대비 개쓰레기 효율이라는 엔딩을 남겼다. 내 친구들 다 어디 갔지? 찾아보니 같이 게임해주던 후배 둘은 아직도 전역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연병장을 구르고 있고 출석률이 높은 두 친구로부터는 별로 당기지 않는다는 아쉬운 답변만 되돌아왔다. 아니 싯팔, 근데 쥰내 괘씸한 게 그럼 다른 친구 모아서 하겠다 그랬더니 그건 좀 서운하다며 일단 자기 자리 맡아놓고 사람을 모아 보래. 진자열받어. 빨리 게임 친구가 많이 생겨서 사람을 농락하는 샛기들을 심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사정사정해도 절대 섯다 팟에 안 껴줘야지. 우럭 27세, 나이를 거꾸로 먹는 편.
게임 얘기를 하니 사람이 너무 게임만 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대체로는 맞을지 몰라도 완전히 그런 건 또 아니다. 이래 봬도 우럭, 요즘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물론 열심히의 기준을 누구에게 맞추느냐에 따라 명제의 참 거짓이 달라질 수도 있긴 해. 그래도 최근에는 비교적 성실한 독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블러핑 해본다. 일단 쌓아놓은 책들이 내 생각 이상으로 많기도 했고 구매하고 싶은 책도 생겼기에... 기껏해야 열 페이지 내외를 읽은 책만 몇십 권을 쌓아두고 새 책값으로 십만 원씩 질러주면 진정한 독서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거지핑- 아니, 쌉그지핑이 된 우럭은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 갖고 있는 책부터 소중히 하기로 했어요. 인간은 큰 위기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합리적인 사고를 해낸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방에 책만 이따위로 많이 쌓여있을 리가 없으니까.
4.
결론은 나 심심해. 섯다 같이 해줄 사람 구함. 우럭은 조악한 필력으로 인해 기승전결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다.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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