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내 주변에 키보드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난 사실 키보드에 대해 별생각이 없는 터라 신기하기만 해. 굳이 따지면 손이 작고 노트북 키보드가 손에 익은 지 오래돼서 폭이 좁으면서 소음이 적고 키감이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키보드를 선호하긴 함. 내 친구 중 하나는 키를 누를 때 느껴지는 청축 특유의 시원한 소리를 좋아해서 거의 타자기 비슷한 걸 구매한 친구가 있다. 보고 오, 저건 집에서 말고 들고 다닐 수는 없겠는데 생각하긴 함. 한 명은 키보드로 탁탁탁탁 거의 난타 찍는 친구가 있는데 치고 있는 거 보면 거의 감정을 절정까지 끌어올린 피아니스트 같다. 보고 있으면 조금 경이롭달까. 손가락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돼. 하지만 그녀는 블랙 기업에 다니므로 타자로라도 스트레스를 풀어야겠지. 응원한다, 키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키보드를 여러 개 구매해서 커스텀 한다. 그녀의 커스텀 후기 블로그 글을 읽다 보면 뭐랄까, 난 절대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2.
아무튼 난 PC 주변기기에 대한 호오가 없는 편이다. 굳이 따지면 무선 장비들을 좋아하지. 근데 그건 이제 호불호보다는 편의의 문제에 가까우므로. 그래서 주변 친구들이 키보드로 열심히 토론할 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는 게 없으니까... 응애, 난 아무것도 몰라요.
3.
하지만 생각해 보면 PC방에 갈 때라든지 오랜만에 노트북 키보드가 아닌 다른 키보드를 접했을 때 굉장히 불편했던 경험은 있다. 일단 키감이 너무 가벼우면 오타가 너무 많이 난다. 조금만 스쳐도 눌리는데 정작 입력은 안되는 애들이 있더라고. 난 그런 애들은 별루. 라고 하고 보니 이런 게 바로 호오인가. 그럼 나 호불호 확실한 편이라고 고작 10문장만에 입장을 바꿔버린 우럭, 곧 28세입니다. 어쨌든 난 그런 애들은 별로야. 그리고 일반 키보드는 자판이 너무 길어서 싫다. 난 피아노 한 옥타브 도에서 도까지도 한 손으로 다 닿지 않는 사람인 걸. 키가 작으면 손도 작아서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나 나름 이번 건강검진에서 160 찍음ㅎㅋ. 이젠 나를 160.2의 우럭이라 불러줘.
4.
이 얘기 왜 꺼냈냐면 글 쓰고 있는데 앞에 있는 친구가 나보고 키보드 소리가 신경질적이라기에. 나 나름 거슬리지 않게 키보드 잘 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굳이 따지면 일반 키를 칠 때는 그다지 소리가 크지 않은 편인데 스페이스바랑 백스페이스 누를 때 조금 소음이 나는 것 같다. 글 쓸 때의 애환이 담긴 소리가 아닐까? 아무래도 진도가 쭉쭉 나가다 보면 신나서 스페이스바를 누르게 되고 백스페이스를 누를 때는 사람이 쥰내 열받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스물여덞이 되기 한 달 전까지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일종의 팡인이 아닐까 싶어. 근데 나도 내가 이 나이 되도록 글을 쓸 줄은 몰랐다. 그것도 기어이 블로그와 레터를 파서까지 말야. 적당히 하다가 때려치울 줄 알았는데.
5.
역시 사람 인생 모르는 거야. 키보드로 시작해서 인생 얘기로 끝난 이 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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