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은 늘 어렵다. 특히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더더욱 쓰기 어렵지. 머릿속이나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는데 나오는 말은 한정되어 있다. 어휘력의 부족이기도 하고 스스로의 생각이나 기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가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마저 귀찮을 때면 악순환의 시작이다. 잔뜩 엉켜 풀어 헤칠 수 없는 것들과 힘 빠진 손가락. 새해 시작부터 엉망인 것들을 마주한다는 건 살짝 힘든 것도 같네.
2.
말을 예쁘게 하고 싶다. 기분이 저조할 때조차도 어떠한 부분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잘 풀리지 않아 내 기분이 저러했다- 는 식으로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것. 부정적인 것들을 부정적인 어휘를 쓰지 않고 털어놓는 것들은 너무나도 어려운 것 같아. 이래서 재능 없는 사람은 서러운 거야. 글을 꽤 오래 썼는데도 내 기분 하나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력함이란. 자괴감이 솟는다.
3.
그러나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쉽지 않다. 나는 문장을 유려하게 쓸 줄 모르는 사람이고 기량을 기르려 노력도 하지 않는다. 내 글이 어느 지점 즈음에 고인 채 흐르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어쩔 줄을 모르는 게 나니까.
4.
그래서인지 요즘 울림만으로 벅차오르는 어휘들에 집착하게 돼. 사랑, 애정, 희망, 목표, 끈기, 영원, 행복- 뭐 그런 것들. 소리 없이 입모양을 뻐끔대면 비눗방울처럼 부풀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곧 있으면 톡- 하고 터져버릴 것들이지만 그 찰나의 눈부심이 좋아서 몇 번이고 되뇌지.
그 자체로도 찬란한 낱말들을 수식하면 더없이 곱디곱다. 무엇을 갖다 덧대도 끝내 아름다울 것들. 요즈음의 나는 그런 것들을 사랑해.
5.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그 반대의 것들조차 아끼고 싶어. 서운함과 서글픔, 미움, 분노, 속상함- 단순히 ‘짜증’으로 대변되지 않을 표현들과 ‘혐오’로 규정되는 것들. 미워하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은 성가신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 내 세상이 넓어질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가 조금 더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다면.
6.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휘 자체에 기대려는 나의 의존들을 하나하나 떼어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조금 노력을 해볼까 한다. 어휘력을 조금 더 기르자는 것은 언제나 하던 다짐이었는데도 여전히 이루지 못했다. 그러니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마음먹어 보려고. 조금 더 많은 것들을 풍요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자. 형용하는 것들이 살아 숨 쉬듯 읽힐 수 있도록. 더 넓게 보고 더 깊이 읽고 더 세세하게 느끼자. 그러고는 쓰고 또 쓰자.
7.
이게 나의 올해 첫 번째 다짐. 이룰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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