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다 보면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달리는 마라톤 같은 인생

2024.08.24 | 조회 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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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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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러니까 30년도 넘은 때인데요. 당시 일본어학과 선배 언니들이 동아리에 많았어요. 다들 똑똑하고 교양도 넘쳐나던 멋진 언니들이었는데요. 졸업할 즈음에는 모두 울상이었습니다. 일본어학과가 한때는 유행이었는데, 점점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는 학교가 줄어들어 교원 자격이 있어도 선생님으로도 채용되기가 어려웠고요. 일본어를 전공해서 취업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어학과 출신 언니들은 취업을 한 명도 못 하고 전업주부가 되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어요. 그렇게 빛나고 총명하던 인재가 커리어를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안타까웠어요. 물론 집안일도 싹싹하게, 예쁘게 꾸미고도 남을 언니들이긴 했어요. 행복하게 잘 살거라 믿습니다. 그렇게 제 기억 속의 '일본어 학과'는 전망 없고 사라진 전공이었어요. 최근 몇 년간의 통계에 따르면, 인문계열 학과, 특히 일본어와 관련된 학과들이 줄어드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일본 1인 힐링 여행을 위한 일본정보 & 기초회화' 강연이 작년 6월에 있을 때만 해도 그저 한국에 사는 일본인이 소개하는 것인 줄로만 상상했습니다. 1인가구 주체 강연자 모집에 지원하고 OT가 있어 다른 강사분들과 만났는데요. 해당 강좌를 하는 분이 일본어학과 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일단 아직도 일본어학과가 있다는 말에 조금 놀랐고요. 일본어학과 교수를 옆에서 만난 것도 신기했습니다. 집으로 가버린 선배 언니가 생각나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일본어 학과가 아직도 있나요? 예전에 일본어 학과를 많이 없앤다고들 하던데요."

"네, 저도 부침이 많았어요. 계속 이걸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는데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중간에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싶어요. 중국어 학과보다,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나름 괜찮아요."

그렇더군요. 인생은 정말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달리는 마라톤 같아요. 전망이 없으니 포기하겠다고 사라진 사람도 많은데요. 이 일본어학과 교수는 '이왕 시작한 거 그냥 끝까지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공급이 줄어들어 이제는 희소성을 인정받는 분야의 전문가로 우뚝 섰습니다.

인공지능이 마구 쏟아지고 ChatGPT가 모든 걸 알려주는 시대에 독서와 글쓰기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들 합니다. ChatGPT가 책 목차도 짜주고 글도 써주는데 굳이 글쓰기를 배울 필요도 없다고 세상 편해졌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독서하고, 내면을 성찰하여, 글로 써내야 합니다. 수십 년 후에 인간이 직접 글을 쓰는 희귀한 작가로 우뚝 설 날이 오지 않을까, 라는 상상도 해봅니다. 저도 그냥 묵묵하게 제가 좋아하는 독서와 글쓰기를 즐기렵니다. 마라톤 목적지에 골인하는 날, 혼자 엉뚱한 방향으로 왔다 해도 저에게 엄지척을 날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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