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래된 지인을 만났습니다. 오래된 인연의 무게가 더 진하게 다가왔는데요. 그 따스함을 여러분에게도 전하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15년 전 리더스북에서 운영하는 북클럽 북앤아이의 회원이었습니다. 회원과 함께 책 읽고 토론하며 서평도 썼고, 출판사와 미팅을 하기도 했어요. 회원들끼리 친해져서 차를 렌트해서 춘천 여행도 다녀왔고, 수시로 오프라인 모임을 했어요.
그때 매사에 열성적인 해담풀 언니를 알게 되었는데요. 첫 직장으로 입사한 회사를 30년 동안 다녔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언니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 야간 대학에 다녔답니다. 그것도 모자라 배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려고 아이를 업고 각종 세미나에 쫓아 다녔어요. 그 아이가 이제는 성인이 되었다는 게 놀랍지만요.
북클럽 회원 동생과 언니 회사에 놀러 간 기억이 아직도 떠올라요. 회사 주인처럼 살뜰히 관리하고 애정 넘치게 일하는 언니를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어쩌면 제가 지금 즐겁게 일하는 것도 언니의 그런 모습이 좋아 보여서일지도 몰라요. 우리가 방문하면 맛난 음식을 사주며 챙기던 언니의 온기가 아직도 느껴집니다.
작년에 언니 생각에 짧은 소설을 썼는데요. 마음이 전해졌던 걸까요? 작년 제 생일에 언니가 15년 만에 생일축하 톡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단절되었던 우리의 인연은 다시 연결되었습니다. 작년에 만났고, 또 얼마 전에 두 번째로 만났습니다.
저보다 한발 앞서 인생을 헤쳐 나간 언니와 일과 삶의 다양한 측면을 나누었습니다. 일하는 태도, 학습과 자기 계발, 육아까지 말이 잘 통하는 엄마 같은 느낌입니다. 언니 앞에서 저는 사랑을 듬뿍 받는 작은 아이가 됩니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나를 챙기고, 걱정하고, 따스한 말을 건네 준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생각만 해도 훈훈합니다.
얼마 전 생각지도 못한 16년 전 동료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1년 정도 같은 직장에서 점심시간마다 회사 근처 안산을 산책하던 동료인데요. 각자의 커리어를 위해 이직을 하며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옛 회사 일과 동료 이야기를 나누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이동한 것 같았어요.
동료 중 임원이 된 사람도 있고, 고인이 된 사람도 있어 삶이 허망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기억나지 않는 에피소드 조각을 서로 맞추며 그림을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가보지도 못할 근사한 식당에서 맛난 음식을 먹으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선 만남 역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겠지요?
어제는 또 12년 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와 우연히 연결되어 통화했습니다. 저와 함께 일할 때가 참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동료에게서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저 또한 그 동료와 함께 회사의 주인처럼 성장을 일구어냈던 기억이 나서 흐뭇했거든요.
문득 제가 인복이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저를 기억하고 만나자고 연락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들이 저의 건강과 안위를 응원한다는 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이 또한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겠지요?
표현하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마음속에서 조금이라도 저를 응원하는 구독자 여러분이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감사합니다. 부귀영화를 누려야만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지금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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