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경계와 도움 사이, 깜빡이 사용법

세상이 각박해지는 이유

2024.11.23 | 조회 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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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낯선 사람에게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나요? 얼마 전 매봉산에 산책하러 갔는데요. 길을 가던 중년 남성이 저에게 근처 서점이 어디 있냐고 묻더군요. 급히 책이 필요한 듯해 강남 교보문고를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이어진 질문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동네 사세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 '도를 믿으십니까?'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무시하며 가던 길을 갔습니다. 산을 오르며 생각해 보니 지도 앱으로 찾아보면 쉽게 나오는 서점을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었을까 싶더군요. 지도 앱을 사용하기 어려울 만큼 나이 들어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그는 정말 책이 필요한 게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닐까요?

어제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 강남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비가 조금씩 왔습니다. 우산을 쓰고 약속 장소로 빠르게 지나치는 저에게 젊은 여성이 적극적으로 눈을 마주치며 질문을 던졌어요.

"이 동네 사세요?"

제가 이 동네 살든 말든 뭐가 그리 궁금한 걸까요? '도를 믿으십니까?'라는 질문이 최근에 '이 동네 사세요?'로 바뀌었나요? 잠시 망설였습니다. '정말 길을 묻는 걸까, 아니면 도를 믿는지 확인하려는 걸까?' 그때 중년 남성이 생각나 빠르게 알아차리고 못 들은 척 무시했습니다.

지도 앱이 없던 시절에는 길 가던 사람을 붙잡아 길도 물어보고, 친절한 분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던 따뜻한 시절이 있었는데요. 다른 의도로 말을 거는 분 때문에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의심이 들어 무시했지만, 정말 길을 몰랐으면, 도움이 필요한 분이었으면 어땠을지 걱정도 됩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망설임의 순간이 있습니다. 비 오는 길이 좀 미끄러운데요. 가을이 한참이라 낙엽까지 길에 깔려있어서 더 조심해야 했죠. 지하철역에서 나와 앞서가던 젊은 여성이 제 앞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순간 당황했습니다. 마음은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고 싶었는데요.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고, 당사자로서는 차라리 사람들이 모른 척해주길 바라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라도 그런 상황이면 다른 사람이 모르게, 빨리 일어나 자리를 뜨고 싶을 것 같거든요. 잠시 갈등하다 모른 척 지나갔는데요. 어쩌면 혼자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아팠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미안하더군요. 

여러분은 이런 애매한 순간 때문에 고민된 적 없나요? 갈수록 세상 살아 나가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길을 묻는 사람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편하게 손을 내밀면 좋을 텐데 말이죠. 순진한 마음으로 낯선 사람에 응했다간 무서운 도의 세계에 빠질 수 있고,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어도 오해를 받을까 두렵고요.

Schein은 《Helping: How to Offer, Give, and Receive Help》에서 도움을 줄 때 깜빡이를 켜듯 신호를 보내라고 말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기 전에 깜빡이를 켜는 건, 상대방에게 '제가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길을 묻는 사람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넘어지는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용기를 내보고 싶습니다. 깜빡이는 상대방에게 제 의도를 전달하는 안전장치입니다. 이제는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와 도움 사이에서 더 현명한 선택을 해보려 합니다.

도에 관심이 많은 분! 거리에서 제발 과도한 깜빡이를 켜지 말아주세요. 진심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요. 추워진 날씨에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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