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동료가 어느 날 뜬금없이 안부 톡을 전했습니다. 마침, 시간이 되어 반가운 마음에 차 한잔했어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고, 잘 지낼 거라 믿었던 동료는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매니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답니다. 뭘 해도 매니저가 반대하고, 혼내고, 승진도 시켜주지 않았대요. 코로나 기간에도 매일 출근했던 동료는 최근 사무실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살도 많이 쪘더라고요. 한때 매니저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저로서는 충분히 공감되었습니다.
동료는 잠수를 탄 셈이죠. 최소한 해야 할 일만 하고 대인관계를 거의 끊다시피 하며 터널 속에서 헤매었네요. 아픔과 상처를 충분히 애도하고, 바닥을 친 후 이제야 수면 위에 얼굴을 잠시 내밀었나 봅니다. 그동안 괜찮지 않았지만 이젠 괜찮다고 합니다. 한숨의 크기만큼 마음이 가라앉고 이젠 빛을 볼 희망만 남았을까요? 혼자서 오롯이 고통을 참아낸 동료가 안타까웠지만, 이제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었습니다. 정말 괜찮아졌으니 안부도 전했겠죠.
그런데 사실 저도 최근 괜찮지 않은 일을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팀원들의 개인 사정으로 인원이 점점 줄어든 반면 충원은 되지 않고, 언제든 그랬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살얼음을 걷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뭔가 결정타가 온 건 아직 아니지만, 과거처럼 신나게 일할 상황은 아니다 보니 조금 다운된 느낌도 있습니다. 에너지 다운이네요. 항상 5점을 유지하던 에너지가 최근엔 평균 4점입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과한 욕심을 부려 충족되지 않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지만요. 한 주 정도 애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애써 다른 긍정 프레임으로 현상을 빠르게 전환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냥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저를 내버려뒀습니다. 충분히 애도 했으니 이제 툴툴 털고 일어나야죠. 어떻게 생각하면, 아침에 눈 떠서 출근할 회사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니까요. 회사에서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고, 나를 보면 반갑게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입니다.
속상하고 기분 좋지 않을 때면 그 상황을 연극의 한 장면이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본인을 영화배우나 롤 플레이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는 분이 있다던데요. 저도 좀 애잔한 연기를 한번 했다고 생각했어요. 저 또한 터널을 막 빠져나온 동료처럼 괜찮지 않지만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분이 있다면 우리 함께 마음속 작은 등불을 켜 한 걸음 나아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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