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관계도 막혔습니다. 종종 만나던 지인을 2년이 넘는 동안 못 보기도 했고, 연락 한번 안 하기도 했습니다. 만나기 어려우니 연락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관계가 정리된 것일까요? 그 와중에도 연락을 지속한 사람이 있기에 코로나는 핑계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상을 당했을 때도 연락하기 민망해 코로나 기간에 조금이라도 만난 지인들에게만 알렸습니다. 그걸 가족상이라고 말하기도 하던데요. 물론 가족상은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 그런 셈이었습니다.
최근 코로나가 완화되며 연락 두절이었던 소모임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2년 동안 못 봤어도 다시 만나면 반갑고, 어제 본 사람처럼 편하게 다가가기도 합니다. 5년 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사람에게도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기도 합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고요. 가끔 뭔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전화를 주면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지난주 저는 마음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와 어질어질했습니다. 세 분과 개별 미팅을 했는데 3인 3색이었습니다. 특히 처음 분과의 미팅에서 KO를 당했습니다. 2년 동안 연락을 드리지 못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만날 수도 없었고, 상대가 너무나 바빠서 저에게 시간을 내어 주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쓸데없는 배려가 늘 오해를 만들어요.)
하지만 전 늘 그분을 마음속으로 생각했고, 연락드려야지, 메일을 써야지 하며 좋던 기억을 되새겼습니다. 그분의 조언을 떠올리기도 했고 다른 사람에게 그분과의 일화를 전하며 칭찬도 여러 번 했습니다. 문제는 그분이 모른다는 거죠. 직접 말하지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저의 뜬금없는 2년 만의 연락에 반가워하기보다는 섭섭함을 드러냈습니다. "다른 사람은 그동안 종종 연락을 했는데 너는 왜 이제 소식을 전하는 거냐?"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사실 작은 부탁을 드리려 연락을 드린 것은 맞습니다만 제가 그렇게 잘못한 것인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분과의 미팅을 급히 끝낸 후 제 마음은 참담했습니다. 마치 제가 제 욕심만 차린 목표지향적인 사람이 된 것 같더군요. 평소 제가 싫게 느꼈던 사람의 행동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차라리 연락하지 말껄이라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그분과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제 행동은 모두 인위적인 게 될 거니까요. 부정적인 마음은 세력을 얻어 활개를 치며 저를 꽁꽁 가두었습니다. 만일 두 번째, 세 번째 분과 미팅하지 않았다면 자책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두 번째 미팅은 업무로는 만났지만 개인적으로 미팅하는 건 처음인 분이었습니다. 저의 작은 부탁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시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제가 미안해하고 어려워하니 오히려 저에게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알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지금부터 배우며 준비해 나가는 거죠."라는 위로를 전해주었습니다.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첫 번째 미팅으로 실의에 빠진 저를 구원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세 번째로 만난 분은 업무적으로 거의 만난 적이 없고 제가 도움을 드리려고 미팅을 신청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와 미팅을 하는 게 처음이라는데 스스로 놀라며 먼저 연락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그 분이 잘못한 게 아닌데 그렇게 말씀 주시니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순탄하게 미팅을 마쳤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분과 같은 반응을 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간만에 누군가가 저를 찾아주면 감사한 마음이 먼저 생기더군요.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첫 번째 분이 너무 솔직한 걸까요? 아니면 정말 제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 화가 난 걸까요? 그렇게 기다렸다면 왜 먼저 저에게 연락해주지 않은 걸까요?
첫 번째 분을 존경하고 좋은 분이라 칭송했는데 더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에게 도전정신을 북돋우고 더 성장하도록 이끌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넉넉한 인품과 겸손함은 부족한 듯합니다. 관계는 양방향이지 일방적인 게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는 갈수록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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