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이 옆에서 닌텐도 스위치를 쥐고 몰두하던 나를 보며 진지하게 물은 적이 있다. "그 게임은 목표가 뭐야? 동물을 사냥해서 경험치를 쌓는 게 아니었어?" 나는 벙쪘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그러게, 이 게임에는 시간 제한이라는 게 없다. 게임 오버도, 다시 태어나는 선택지도 없이 끝도 없이 계속될 것 같은 세상.
이미 현실에서 지겹도록 살아내고 있으면서, 왜 화면 속에서 또 살아가길 자처하는 걸까. 현실의 시간은 유한하고 각박하지만, 이 섬의 시간은 무한에 가깝다. 현실과 똑같은 속도로 돌아가는 시계 안에서 아무도 늙지 않는다. 남은 삶에서 몇 번의 보름달을 더 볼 수 있을지를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사과가 썩을 일도, 지진이 날 일도, 물건이 고장 날 일도 없다. 샤워를 하지 않아도 깨끗하며 화장실조차 필요 없다. 퀘스트는 존재하지만 시간제한이 없기에 ‘시기’와 ‘나이’ 같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단어로부터 자유롭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아기자기하고 정돈된 삶. 그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끗하게 현재를 ‘즐기기만’ 해도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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